‘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곳곳 허점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곳곳 허점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7.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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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산 꽁치, 대만산으로 판매 가능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대만 국적 어선이 어획한 꽁치가 ‘일본산’이 아닌 ‘대만산’으로 유통되고 있는 등 수산물 원산지 표시와 단속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배출 결정으로 안전한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수산물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수산물 원산지 단속의 허점 사례를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알아봤다.

 

강력한 방사능 검사 기준, 느슨한 원산지 단속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오염수 125만 톤을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해양 방류하겠다”라는 공식 결정을 내렸다. 현재 바다를 생계 터전으로 하는 어업인부터 수산물 소비자 등 전 국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가 먹는 수산물이 안전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철저한 수산물 원산지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방사성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안전’을 주제로 한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 개최됐다. 국민생활과학기술자문단은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따른 문제에 대한 자문단의 의견을 듣고 수산물 안전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임무혁 대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방사능 안전관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임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 원전 사고 초기에는 일부 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 검출된 사례가 있으나 2015년 이후 검사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이어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에 대해서는 “원산지를 표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거짓표시 한 경우에는 검·경찰 형사고발 또는 검찰 송치된다. 굉장히 강력한 처벌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매 수입 건마다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극미량 방사능 검출을 위한 검사를 강화하는 등 과학적 범위를 넘어선 기법으로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엄격한 검사 조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원산지 표기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올해에만 113건의 원산지 표기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일본산 참돔을 국내산 또는 중국산으로 거짓 표기해 판매한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외에도 일본산 방어, 우렁쉥이, 가리비 등을 혼동 표시하거나 허위 표시한 사례가 잦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영수증 발급 의무 없어 단속 어려워

원산지 단속을 하더라도 식용 수산물을 판매하는 사업장은 거래증빙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원산지 표기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농수산물원산지표시법」 제8조는 축산물의 경우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발급받은 원산지 등이 기재된 영수증이나 거래명세서 등을 일정 기간 보관토록 의무화하고 있는 데 반해, 수산물은 보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즉각적 단속 및 조치가 가능하지만 거짓 또는 허위표시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다.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수산물 원산지 거래증빙자료의 비치·보관의무 도입방안 연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수행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은 농산물과 축산물에 비해 유통구조가 불투명해 유통판매자 영업의 종류 및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거래증빙자료 발급 의무의 부과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증빙자료 의부 부과를 위해서는 대상자가 특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임병호 KMI 연구위원(연구책임자는) “연근해산 수산물과 양식 수산물의 유통구조가 다르며 특히 양식 수산물은 단일화된 유통창구인 산지위판장 매매비중이 40%에 불과해 체계적인 수산물 유통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수산물 유통경로는 품목별, 생산 방식별로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산이라고 알려진 연근해산 수산물의 경우 생산자에서 수협 산지 위판장을 통해 거래되는 비중인 계통출하가 약 87%며 나머지는 비계통 출하로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양식수산물의 경우 산지 위판장을 통해 거래되는 비중은 40%에 불과하며 비계통 출하 방식으로 유통업자를 통해 도매시장을 거쳐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수산물 위판장같은 상장된 시장에서의 거래는 거래명세서가 발급되지만 이후 유통단계에서는 거래 증빙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특히 위판장 거래 이후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영세 중·도매업체들의 특성상 거래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위 용역을 발주했던 해양수산부 유통정책과의 원산지 단속 관계자는 “원산지 단속의 문제점으로 소비자와 음식점 등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수산물의 원산지 거래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보관하는 제도를 실제로 적용했을 때 효과가 있을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산물의 방사성 오염수 검사가 강력하더라도 일본산 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것. 한용선 제주어류양식수협조합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횟감용 어류인 방어, 참돔 등을 당연히 국내산이라고 생각하고 소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들 대부분이 일본산인 경우가 많다”며 “느슨한 원산지 단속을 강화시켜야 국내산 수산물 시장이 피해 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후쿠시마 꽁치 판매될 수 있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았지만 대만산이라 표기된 꽁치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았지만 대만산이라 표기된 꽁치

원양어업으로 잡히는 수입산 일본 수산물 역시 원산지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대만 국적 어선이 후쿠시마 앞 공해에서 잡은 꽁치를 우리나라에 내려 팔면 ‘대만산’으로 찍힌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인접 수역에서 잡은 일본 수산물이 대만산으로 둔갑한다는 것. 국립수산과학원 원양자원과 관계자는 “대만 어선이 북태평양 공해 상에서 조업할 경우 수산물은 ‘원양산’ 또는 ‘대만산’으로 표기되고 있다”며 ”일본 영해와 가까운 곳에서 조업한 수산물이 반입될 수 있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앞 공해에서 잡힌 꽁치는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단속을 거치지만 이는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통관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남웅 수산물품질관리원 품질관리과장은 “수입 수산물은 통관 당시 대외무역법에 의해 원산지가 판정되기 때문에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일본 방사능 소동에서 애꿎은 갈치. 고등어, 명태, 광어가 욕을 보고 있는데, 정작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어종은 꽁치”라며 “우리가 과메기 등으로 먹는 꽁치의 99%가 대만산인데, 우리는 이를 매년 3~4만 톤 정도 수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산물 이력제 실패 인정하고 생산 이력제 도입해야

해양수산부는 2008년 식품안전사고에 대비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수산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수산물이력제를 도입했으나 인지도와 활용 사례는 여전히 저조하다. 해수부에 따르면 참여업체는 2015년 4,286개소에서 2016년 7,066개소까지 증가했으나 2017년 6,917개소로 줄었으며 지난 2020년에는 약 6,000개 업체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점을 감안, 해수부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까지 수산물 이력제 의무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3년간의 사업을 통해 고시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시범사업 성과 분석평가를 수행 중인 신용민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수산물 이력제는 설계부터 잘못됐다. 수산물 유통 관리제와 다양한 인증제도 간 결합이 이뤄지지 못해 단순 역추적 기능만으로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농산물은 GAP(농산물우수관리) 하나로 체계적 관리와 안전성을 인증받는다. 단순히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자원관리를 통한 생산, 유통, 품질 등이 한 번에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생산이력제’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해수부는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의 대응으로 수산물 이력제를 강화시킬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의 특성상 이력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나 절충안을 마련해 단계별로 품목에 적용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7월 중으로 수산물 이력제 의무화 시범사업 중간평가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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