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어선원 제도 일원화 되나
외국인어선원 제도 일원화 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7.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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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해수부로 나눠진 ‘법 개정’ 필요

[현대해양] 선원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외국인선원도입 제도에 대한 비판이 높다. 우리나라 어업활동의 많은 애로사항 중 가장 큰 문제는 승선할 어선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국인선원수급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어업가구의 노령화는 심각하고, 어업은 3D산업으로 인식돼 국내 젊은 어선원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수산계 학교의 졸업생도 연근해어선 승선을 기피하고 있어 우리나라 어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어선원 수급난으로 인해 어업경영주(선주)들은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설사 출어를 하더라도 고령의 어선원으로 인해 생산성 감소와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0년대 말에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가 생겨났다. 이 제도를 통해 부족한 어업분야 인력을 외국인선원으로 충당해 왔다. 그런데 2007년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가 폐지되면서, 어업분야 외국인선원의 도입은 선박규모 20톤 이상의 경우 「선원법」, 20톤 미만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로 나눠졌다(이하 외국인선원제, 고용허가제). 이렇게 동일한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선원의 도입제도가 이원화되면서 행정서비스의 혼선과 함께 선주들 간의 이해득실에 따라 적용되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등 민원이 생겨났다.

이와 함께 어업에 대한 부적응, 애초 이탈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 등으로 외국인선원의 이탈률이 높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어선세력의 경우 90% 이상이 20톤 미만 소형 어선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쟁력이 약한, 고용허가제 적용을 받는 영세 소형어선의 구인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지 법

2007년 1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가 폐지되면서 외국인선원도입제도 신설에 대한 공론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영세 어업인(선주)과 중대형 어선 경영주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라져 결국 선박 톤수를 기준으로 지금의 외국인선원도입 제도가 만들어졌다.

조용준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톤 미만 어선주의 경우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외국인선원제에 따라 외국인어선원을 들여올 경우 비용 추가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다. 이에 20톤 미만 어선의 경우 고용허가제로 편입됐고, 20톤 이상은 외국인선원제로 적용받아 어업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게 된 것이며,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수산·어업분야의 외국인인력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인력(E-9 비자)과 해수부가 관장하고 있는 ‘선원법’과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에 따라 민간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인력(E-10비자)으로 나뉘게 됐다는 것.

20톤 미만 어선에서 일을 할 경우 E-9비자를 통해 입국하게 되는데, 이는 농업부문 외국인노동자 도입과 같은 방식이다. 이는 정부가 도입여부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에 20톤 이상의 어선에서 일할 외국인인력은 E-10비자로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민간 송·출입기관을 통해 입국하는데 입국 후에도 송·출입기관의 관리를 받아 작업장을 벗어나는 이탈률이 낮다.

따라서 E-10비자에 대한 선주들 선호도가 높다. 많은 선주들이 E-10비자를 통해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이처럼 낮은 이탈률과 필요한 인력을 제 때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원법에 따라 20톤 이상 어선에서 일할 외국인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E-10비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해진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예를 들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되돌려 받을 담보금이 있고, 선주가 근무지 변경 신청서를 작성해야만 근무지 변경이 가능하다.

반면에 E-9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E-10비자처럼 근무지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E-9비자는 E-9-1(제조업), E-9-2(건설업), E-9-3(농업). E-9-4(어업) 등으로 세분되는데, 송출 현지에서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인력을 모집한 후 임의로 9-1~4로 나눠 입국시키다보니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강한 어업부문(E-9-4)의 이탈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이탈률이 6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9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E-9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선주들, 이탈률 낮은 E-10 비자 선호

이런 이유로 선주들은 상대적으로 이탈률이 낮은 E-10 비자의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또한 20톤 미만, 20톤 이상 등 선박 톤수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뉘어져있는 업무를 해수부로 이관해 일원화 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김성호 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E-9 비자 소지자의 경우 이탈을 하더라도 들어올 때 부여받은 체류기간이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 신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특히 어선원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E-9 비자 중 어업과 관련된 부문만이라도 고용노동부에서 해수부로 업무를 이관하고, 20톤 이상 외국인어선원 관련 업무를 맡아온 수협이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E-9의 경우 사후관리가 안 되고, E-10 비자는 보증금 등에 따른 인권문제가 제기된다”며 ”E-9과 E-10의 장점을 합치면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는 시민·인권단체 등에서 주로 제기하고 있다.

김성호 회장은 “외국인선원들이 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인권단체에서는 외국인 인권 문제만 이야기 한다. 피해를 보는 한국사람 인권은 없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전영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장은 “외국인어선원제도가 고용허가제와 외국인선원제 장점을 취한 제도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사용자 의견이 많은데 반해 노사간, 부처간 이견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이견이 크다는 것. 이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억울해 한다. 투명한 제도를 만들어 잘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제도를 욕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고용허가제는 세계가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벤치마킹하는 제도로 고용노동부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선원제의 단점은 투명성이 약하고 송출비용, 이탈보증금 등을 내고 들어오는 문제 때문에 인권침해 우려 있다는 것. 대신 국내에 들어와서는 선원 관리 업체가 있어 이탈률이 적은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선원제와 고용허가제의 장점만을 취한 제도로 발전시키면 좋지만 고용노동부의 입장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2개 법 장점만 취하는 개정

오래 전부터 수산업계에서는 외국인선원제와 고용허가제를 일원화 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두 제도의 장점만을 따서 관리를 일원화 하는 것에는 사실상 동의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려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 전영우 위원장은 “두 제도의 장점만 모으려면 법을 개정을 해야 하는데 둘 다 인권침해에 대해 행정제재만 가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지킬 수 있는 법, 위반했을 경우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을 어겨도 처벌하지 못하고 인권단체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수부는 현재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는 해수부의 업무를 위탁받은 수협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협의해 국내 송입과 국내 취업 후 이탈 방지를 위한 관리 등의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 문제와 불법 송출입 관행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수산어촌공단(기존 한국어촌어항공단)에 외국인 선원 송출입과 관리 업무를 맡기는 내용을 담은 ‘한국수산어촌공단법’의 입법을 추진하다 수협중앙회, 선원노련 등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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