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수산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상풍력? 수산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강신숙 수협중앙회 지도상무
  • 승인 2021.07.0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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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 발의한 여당

강신숙 지도상무(부대표)
강신숙 지도상무(부대표)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12GW 설치를 목표로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육상풍력은 소음·산림 훼손 문제로 사실상 신규개발이 답보상태이며, 태양광은 좁은 국토 여건상 한계가 있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은 해상에서만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해상풍력발전은 6개소 137.5MW에 불과하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주도사업과 민간사업자의 해상풍력 추진계획만 해도 100여 개에 달한다. 입지선점을 위해 인근 지역주민 모르게 설치되고 있는 풍황계측기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 중에 있어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최종적으로 준공되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해당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업인의 동의를 얻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대통령, 상생여건 조성 약속

현재 발전사업자들이 어업활동, 해양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경제성 위주로 입지를 선점하고 있어 어업인 등 기존 해역이용자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발전사업자들이 추진 중인 대부분의 해상풍력 예정지가 어업 활동이 활발한 해역으로 수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재자로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일부 발전사업자들이 디벨로퍼를 전면에 내세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금전살포 등 불법적 방법으로 해상 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7일 전북 부안·고창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수산업과 공존하는 상생여건 조성’을 약속하면서 기존 해상풍력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해상풍력 입지정보도 구축, 발전사업허가 전 입지평가 의무화 등을 도입하여 해상풍력 입지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실제 이해 당사자인 어업인이 해상풍력계획수립단계에서부터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지난 5월 18일 김원이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에는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미래 성장 동력 등 허울 좋은 구호만 요란했지 그동안 정부가 약속한 내용 중 어느 하나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수산업계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의 문제점을 몇 가지만 지적해 본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 문제점

첫째, 특별법은 환경성 검토를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사업은 초기 단계로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증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해상풍력은 광범위한 해양공간을 장기간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럼에도 특별법은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협의, 해역이용영향 평가를 면제 또는 간소화 할 수 있는 특례를 두어 대규모 해양 개발행위에 따른 해양환경 파괴를 용인하고 있다. 이는 어느 문명국가에도 없는 특례 중 특례이다.

둘째, 특별법은 민관협의회의 구성방법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모두 시행령에 포괄 위임하고 있다. 그동안 발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법 등 관련 법률의 허점을 이용하여 실질적 이해관계자인 어업인을 배제하고 지역주민을 동원하여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왔다. 하위법령 제정과정에서 종래의 악습을 수용하여 지역주민 위주로 민관협의회가 구성될 수 있게 한다면 민관협의회는 사업추진을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셋째, 특별법에서는 대규모 공공주도 입지발굴을 위해 산업통장자원부 장관의 발전지구 지정만으로 풍력발전을 위한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해양공간관리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공간계획은 해양공간에 관한 최상위 계획으로 관계행정기관의 장에게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과정으로 통해 만든 기존의 룰(Rule)을 입법으로 또다시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특별법은 해양교통안전진단과 습지보호지역에서의 행위승인을 개발부처장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괄하여 처리하게 하고 있다. 국내 연안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주위에 통항하는 선박에게 큰 위협이다. 지난 5월 통영 해상에서 풍황계측기 구조물에 충돌하여 근해자망어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선박사고가 1만 2,632건에 달한다. 그런데도 특별법은 해상교통의 안전을 사실상 발전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은 해양생물의 보고(寶庫)로 국제협약에 의해 보존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별법은 최소 보호장치도 없이 이마저도 발전사업자에게 넘겨 훼손을 허용하고 있다.

 

속도 아니라 원칙·절차 지키는 것 우선

이처럼 특별법은 오로지 해상풍력발전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올린 많은 상식과 원칙을 너무나 가벼이 무너뜨리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은 단기간에 완수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속도가 아니라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정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원칙과 절차를 통해 창출되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국민적 합의 없이 단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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