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특수성으로 탄생한 SPC 제도
해운업계 특수성으로 탄생한 SPC 제도
  •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7.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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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현대해양] 해운업계에는 특이한 관행이 하나 있다. 회계 장부상으로는 해운사의 자산으로 계리되어 있는 선박인데, 법률적으로는 선박마다 소유하는 회사가 달리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운업 초창기에는 선박 확보를 위해 다수의 투자가를 모집했고, 선박마다 투자가 구성이 달랐다. 선박 한 척이 침몰하면 이들은 다른 선박으로부터 손해를 보전받으려 했다. 자연 다른 선박 투자가들과 분쟁이 발생했고, 선박 압류나 해운사 파산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박 기름이 유출돼 해상오염이 발생하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운사가 파산하면 타 선박의 투자가, 화주, 타 선박에 대출해준 은행까지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생긴 것이 선박마다 소유자를 별도로 두는 제도, SPC(특수목적회사)다. 이런 제도를 One Vessel One SPC 원칙이라고도 한다. 각 선박의 위험을 다른 선박 위험과 분리한다는 의미다.

이는 대주 금융단의 시각에서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박을 자산으로 보유·운항하는 해운사의 파산 시에도, 자신이 금융을 제공한 선박은 해운사의 법률상 재산 또는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않아, 선박 담보가치를 향유할 수 있다. 이를 도산회피라 한다. 즉, 대주는 우선 배당을 받을 수 있어 안전하다. 이런 믿음이 있어 해운업이 위험산업임에도 금융기관이 해운업에 선박 확보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부터 SPC 제도를 도입, 금융 구조에 편입하고 외화 차입을 적극 허용하기 시작하며 선박금융이 성장했다. 그 덕택에 우리 해운업이 거대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전 세계 유수의 해운업자들을 쫒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SPC 제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2018년도 개정된 기업구조조정촉법과 동아탱커 보유선박 소유회사인 SPC에 대한 회생절차법 일부 적용 사례다.

후자의 경우 법원이 ‘도산절연 효과를 얻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인 채무자를 설립한 것이 당사자의 의사였고, 대출 역시 이를 통해 담보의 확실성을 믿고 이루어진 것이므로 SPC에 대한 회생 개시는 이해 관계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회생 개시결정을 기각한 것으로 일단락 됐다.

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여전히 숙제다. 개정 전 SPC는 동법상의 ‘채권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참여 의무가 없었고, 선사에 대한 권리행사에 제한이 없었고, SPC가 담보로 제공한 선박저당권 행사에도 제약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 후 SPC가 해운사에 금융리스를 제공한 경우 ‘금융채권자’로 유권해석을 함으로써, SPC도 금융채권자협의회에 가입해야 하고, 선박저당권의 행사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이 여파로 외국계 금융기관은 한국의 도산절연이 완전치 않다는 인식을 가져,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이 없는 거래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게 됐다.

정부가 중국처럼 대규모 직접 금융을 제공치는 못해도, 공정위 과징금 건이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같은 장애물은 만들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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