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부과에 거센 반발
해운업계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부과에 거센 반발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6.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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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아닌 해운법으로 처리 해야 VS 해운법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운기업 공동행위 조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심사보고서와 그에 대한 해운업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대해양]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를 했으며,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8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운기업 공동행위 조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심사보고서와 그에 대한 해운업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8년 목재합판유통협회가 해운업계를 운임 담합으로 공정위에 신고하며 시작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23개 동남아노선 컨테이너선사들(국내선사 12개사, 외국선사 11개사)를 심사대상으로 했다. HMM, SM상선, 팬오션, 고려, 장금, 흥아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들이 총 122차례 운임 합의를 시행했으며, 관련 매출액의 8.5~10% 수준(약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한-일 노선과 한-중 노선의 운임 담합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해운사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에서도 타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에는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며 “해상·선박 관련 법 체계는 특수환경을 반영해 구축된 것으로 해운산업 내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따라 규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법 29조는 ‘해운사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81년 경제기획원이 해운기업에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경쟁제한행위등록증을 발급한 바 있으며, 공정위는 2019년 6월 가격담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대표사례로 해운기업의 운임공동결정행위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한국해운연합(KSP) 결성을 추진하고 K얼라이언스를 추진하는 것 역시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계를 살리기 위한 정부지원인데, 이번 공정위 심시대로라면 정부가 담합을 유도한 셈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해운협회는 공정위가 지적한 △화주단체와의 협의 부족 △해양수산부에 대한 신고 미비 △해운동맹 내 상벌제도 시행 등으로 자유로운 입·탈퇴 보장 미흡 등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부당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모든 절차를 따랐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 부회장은 “운임 담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성공하지 못해 운임은 오히려 떨어졌으며, 부당행위로 거둔 이익은 제로”라고 강조하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에 정면 배치되며, 외국 해운업체와의 외교 마찰과 보복보치도 우려된다. 또한 과징금으로 인해 중소선사들은 배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고, 선복부족 현상이 심화돼 운임 상승과 물류 마비 현상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건의사항은 완결법인 해운법에 따른 조치일 뿐이며, 해운협회는 행정소송은 물론 법적소송까지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운협회 기자간담회에 대해 한용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국제카르텔과장은 “그건 단순한 해운선사들의 입장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 과장은 “해운법 29조는 알고 있으나, 우리는 해운선사가 화주단체와의 협의, 해수부 신고, 동맹 내 입·탈퇴 보장 면 등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기에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이다"라며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해운협회에서도 자료 등을 제출하겠고, 위원회에서는 우리 조사부의 자료와 해운협회의 자료를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슷한 일이 항공업계 등에는 굉장히 많았고,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의 쟁점을 해운법 제29조의 적용 여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해운법 제29조의 조항을 정말 충족했는지가 먼저라는 것도 문제"라며 "해운법 규정을 따랐어도 그 규정이 정당하지 않는다면 공정위에서 문제를 삼을 수도 있는데, 지금 공정위의 주장대로 해운법 규정조차 충족시키지 못한거라면 해운협회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내 해운산업을 살릴 필요는 분명히 있었고, 그를 위해 했던 공동행위를 고려하자는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건은 결국 다른 산업계의 선례가 되기 때문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외국에서는 비슷한 사건에서 더욱 심한 처벌도 하고 있으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운업계가 좀 더 다른 산업이나 전체 국내의 여건과 법에 대해 조금 더 준비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시 해운법 전문가인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운법 규정이 공정거래법보다 먼저 생겼으며 공정거래법 제58조는 해운법 제29조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쟁점"이라며 "공정위는 전면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경우엔 해수부 장관이 공정위에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입이 불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위원회와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알겠지만 화주와의 협의 방식과 신고제 변경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해수부와 공정위의 관계를 조율해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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