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 해양생물자원의  미래가치 창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 해양생물자원의  미래가치 창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6.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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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6주년… 2대 관장 이르러 체계 잡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오른쪽 앞에 보이는 것이 전시 공간 ‘씨큐리움’이고, 왼쪽 뒤로 보이는 것은 연구동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오른쪽 앞에 보이는 것이 전시 공간 ‘씨큐리움’이고, 왼쪽 뒤로 보이는 것은 연구동이다.

[현대해양]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MABIK)이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자원의 종합적 관리를 통한 생물주권 확립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바다에 지구 생명체의 80%가 살지만 우리는 그것의 1%도 채 알지 못한다. 최근 세계 각국은 해양생물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양생물자원 연구를 통한 보전과 이용을 위한 국가 간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 2015년 4월 20일 설립됐다. 그런데 왜 부산, 인천 같은 광역 해양도시가 아닌 작은 읍에 세워졌을까?

장항은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 일제가 충청도 지역 미곡과 자원 수탈, 반출을 목적으로 바다를 메워 조성했다. 그리고 장항선 철로, 장항제련소, 장항항 등의 시설을 설치했다. 이 중 장항제련소는 국내 3대 제련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89년 장항제련소 운영이 중단되고 다음 해 금강하굿둑이 건설되면서 장항 인구는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장항제련소는 주변 토양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89년부터 장항 앞바다를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갯벌을 매립하지 않고 지역을 개발하는 대안이 나왔다. 그것이 바로 ‘국립생태원, 해양생물자원관, 내륙산단’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해양생물자원관은 친환경 친생태 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것이다.

 

해양바이오뱅크 운영

해양생물자원관은 연구 중심 기관이다. 자원관 연구조직으로는 해양생물연구본부 산하 생물분류실과 생태보전실, 해양바이오연구본부 산하 유전자원실, 자원응용실이 있다. 그 외에 국가해양생명자원센터, 경영전시본부에 속한 전시교육실 등도 핵심 부서이다.

생물분류실(실장 김형준)에서는 해양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국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자원의 서식지 분포를 조사하는 일을 한다. 우리나라에 생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기록하고, 매년 종목집을 발간해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생물다양성 확보는 유전자원의 이용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국가 이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생물분류군을 해조류·무척추동물·어류·포유류 등 18개로 세분화 해 가장 많은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생태보전실(실장 윤문근)은 생물다양성을 유지·관리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종 복원 방법을 연구한다. 멸종 위기에 놓인 해양보호생물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호 등 80종이 보호대상 생물로 지정돼 있다.

유전자원실(실장 이대성)에서는 공공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해양바이오뱅크를 운영하는 등 해양바이오산업 지원을 위한 업무를 한다. 해양추출물, 해양미생물, 해양생물 유전자원(DNA), 해양미세조류 등 4가지 해양자원을 확보, 분석하고 품질을 관리해 분양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수집한 해양생명자원이 필요한 곳에 활용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내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내부

해양바이오 실용화 연구

자원응용실(실장 백경화)에서는 해양바이오 소재의 산업화, 실용화를 연구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해양자원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헬스케어 소재,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자원응용실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연구로는 낙지 유전체로부터 항이뇨 신경 조절물질 발견, 김 포자 발생 연구, 미세조류를 이용한 색소 대량 생산, 해양생물의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변형 생물체 연구 등이 있다.

국가해양생명자원센터(센터장 원정혜)에서는 해양생명자원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해양생물자원통합시스템(MBRIS)을 구축했다. 자원관리와 정보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해양생물자원 보유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확보하고 있는 해양생명자원수는 1만 1,000여 종 55만 5,000여 점에 이른다. 우리 바다 해양생물 정보를 산업계,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가해양생명자원센터에서는 효율적인 국내외 해양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해양과학기술원 등 약 20곳에 이르는 기탁등록 보존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 출신의 황선도 관장(서있는 이)이 해양바이오 분석결과를 보며 연구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구원 출신의 황선도 관장(서있는 이)이 해양바이오 분석결과를 보며 연구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해양바이오뱅크(자동화분석실) 연구진
해양바이오뱅크(자동화분석실) 연구진

일반에도 친숙한 전시공간 ‘씨큐리움’

전시교육실(실장 강충배)에서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씨큐리움’이라는 전시·교육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씨큐리움은 국내 유일 해양생물 전문 국립 박물관이다.

씨큐리움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층 한가운데 있는, 유리로 만든 탑 모양의 시드뱅크(Seed Bank)다. 높이 24.7m에 이르는 유리 구조물 안에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5,000여 점의 표본 전시를 통해 해양생물의 진화 및 분류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씨큐리움은 총 4층으로 구성됐다. 4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은 ‘해양생물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해조류와 플랑크톤은 물론 바다의 포유류까지 7,500여 점의 해양생물 표본을 만날 수 있다.

이어 해조류·무척추동물·어류·포유류 등 코너를 돌며 해양생물의 세계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립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흰이빨참갯지렁이, 200V 전압의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가오리 등 생물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표본도 발견할 수 있다. 씨큐리움은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립박물관 중 우수박물관 평가인증을 받았다.

전시교육실에서는 자원관 연구진들이 이룬 연구성과를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알리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직접관람뿐만 아니라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해 접근성을 높이는 등 전시·교육서비스를 통해 해양생명자원의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생명의 탑’이라 불리는 시드뱅크. 해양생물 5,000여 점의 표본이 전시돼 있다.
‘생명의 탑’이라 불리는 시드뱅크. 해양생물 5,000여 점의 표본이 전시돼 있다.

새로 정립된 연구 시스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운영 책임은 ‘물고기 박사’로 알려진 황선도 관장이 맡고 있다. 황 관장은 불명예 퇴진한 초대(初代) 관장에 이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18년 7월 취임해 3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그는 자원관 설립취지에 맞게 해양생물 주권확립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행복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연구원 출신답게 다음 관장이 누가 되더라도 운영이 용이하도록 자원관을 혁신하고, 연구 시스템을 갖춰 연구원들의 기를 살렸다는 평에 자부심을 갖는다.

황 관장은 국민에게 친근한 자원관 이미지를 쌓기 위해 옛 장항선 철로, 아름다운 해변, 장항송림산림욕장 등의 관광자원을 갖춘 장항과 자원관을 연계한 생태관광을 지자체에 제안하기도 했다. 마침 충남도에서 자원관 옆 옛 장항제련소 일대를 국제적인 생태환경지구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자원관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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