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진흥원 설립 의의와 역할
한국섬진흥원 설립 의의와 역할
  • 강봉룡 목포대 사학과 교수
  • 승인 2021.06.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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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가치 재발견 통한 국가 성장동력 만들기
강봉룡 목포대 사학과 교수
강봉룡 목포대 사학과 교수

획기적 전기(轉機)

2018년 2월 28일,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할 것을 명시하는 도서개발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섬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기리는 나라가 되었다. 그날 행정안전부 장관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섬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6월 14일 총리실은 섬 정책의 분산성을 극복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가칭)섬발전연구진흥원의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8월 17일 대통령도 “다도해를 국가의 미래자원으로 만들겠다”고 언명(言明)하였다. 그야말로 2018년은 한국 섬 역사에서 기념비적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19년으로 이어졌다. 1월 2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섬 단체인 (사)한국글로벌섬재단(2019년 연말 총회에서 ‘한국섬재단’으로 명칭 변경)이 출범하였고, 1월 16일에는 우리나라 최초 섬 주민들의 단체인 ‘전국섬주민협의회’가 발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2019년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제1회 섬의 날 기념행사가 전국의 섬주민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목포와 신안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20년에는 ‘섬발전연구진흥원’의 설립이 가시화되었다. 12월 1일에 ‘도서개발촉진법’을 ‘섬발전촉진법’으로 개명하고 여기에 ‘한국섬진흥원’의 설립을 명시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마침내 ‘한국섬진흥원’이라는 이름의 섬정책 컨트롤타워의 설립이 확정되었다. 이와 함께 연말에는 임의단체였던 전국섬주민협의회가 (사)한국섬중앙회와 (사)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로 분화하여 정식 출범하기도 하였다. 2021년 4월 14일에는, 국가기관 한국섬진흥원은 목포 삼학도에 본원을 두는 것으로 확정되어 그 역사적인 개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섬의 날’의 제정 이후 2021년 한국섬진흥원의 확정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추세는 ‘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섬진흥원 유치에서 나타난 목포시의 역량
한국섬진흥원 유치에서 나타난 목포시의 역량

 

그간의 시도

이전에 섬 정책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8년 도서개발촉진법이 제정되어 그 해부터 10년 단위의 도서종합개발계획이 세 차례 시행되었고, 현재 4차 계획(2018~2027)이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섬마을 하드웨어 편의시설(연륙·연도교, 선착장 시설, 도로, 둘레길, 마을회관, 공중목욕탕 등)이 크게 확충되었고, 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근래에는 하드웨어 개선 사업을 넘어서서 섬 관광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섬을 가진 지자체들은 ‘가고 싶은 섬’ 구호를 내세워 섬 관광 마케팅에 열심이다. 흥미진진한 섬 이야기를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섬 볼거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섬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섬 관광 마케팅에 올인하는 ‘가고 싶은 섬’ 전략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실제 섬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무인도화의 추세가 바뀌지 않고 있다. 향후 50년 후에 현 유인도의 6.7%가 무인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섬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외형적으로 단장하여 ‘가고 싶은 섬’의 구호를 앞세워 관광객을 유혹하는 것만으로는 사상누각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색다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그 답은 2018년 섬의 날을 제정했을 당시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섬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메시지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섬진흥원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되어야 한다.

 

지난 3월 한국섬진흥원 유치 활동에 나섰던 김종식 목포시장
지난 3월 한국섬진흥원 유치 활동에 나섰던 김종식 목포시장

 

섬 가치 재발견

먼저 그간 무심히 지나쳐온 섬의 가치를 소환해 본다.

첫째, 바다를 포함하는 섬의 가치이다. 섬을 의미하는 영어 ‘island’는 바다를 뜻하는 ‘is’와 땅을 뜻하는 ‘land’의 합성어이듯이, 섬이란 ‘일정한 바다를 포함하는 특별한 땅’의 개념이다. UN해양법협약은 이러한 섬의 개념을 인정하여, 바다에 대한 파격적인 제반 권리(영해, 접속수역, 배타적경제수역 등)를 섬에 부여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섬을 다투는 이유는 섬의 땅 ‘land’을 탐하기 위함보다는 섬이 포함하는 바다 ‘is’에 대한 권리를 차지하기 위함이 더 크다. 따라서 우리가 언필칭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는 표현보다 ‘독도는 우리 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둘째, 섬의 개념과 관련한 ‘섬경관’의 가치이다. 섬은 일정한 바다를 포함하므로 육지경관(landscape)과 바다경관(seascape)을 모두 포괄하는 독특한 ‘섬경관(islandscape)’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섬경관은 육지의 농산(農産)과 바다의 해산(海産)을 동시에 산출하는 풍요의 경관이다. 풍요의 상징어 산해진미(山海珍味)의 ‘산’은 섬을, ‘해’는 바다를 지칭한다.

셋째, 문화 다양성의 가치이다. 흔히 섬 학자들이 “100개의 섬이 있으면 100개의 세계가 있다”라고 하듯 섬은 저마다 다른 스토리와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이 시대에 문화 다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가치의 화두가 되어 있다. 천도천색(千島千色)라는 말은 섬에 내포된 이러한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웅변한다.

넷째, 청정의 가치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섬은 오랫동안 천시의 대상으로 방치되어 개발의 손때를 덜 탔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연과 생태의 청정성을 비교적 잘 유지해 왔다. 근래 해양오염의 여파로 섬의 환경이 빠른 속도로 피폐해져가고 있지만, 청정의 상태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섬의 가치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할 것이다.

 

국가 성장동력 구현 전략

한국섬진흥원은 이러한 섬의 가치들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구현해내는 과업을 수행하는 한국 섬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섬진흥원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관광객에 호소하는 ‘가고 싶은 섬’ 전략에 그치지 말고,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피를 섬에 수혈하여 그 섬들을 생기발랄한 삶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책을 찾아내 실천하는 일에 두어져야 한다. 몇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그 방책의 큰 얼개를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 ‘살아 있는 섬’ 전략이다. 무엇보다 수백 년 동안 방치되어온 덕분에 그나마 보존되어온 우리 섬의 자연과 생태의 청정성을 지키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섬의 청정성은 다음 단계의 ‘살기 좋은 섬’을 구현하기 위한 전제이며 고유의 자원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이다.

청정을 자원(청정자원)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면 섬 주민들이 먼저 자신의 자원(섬의 청정성)을 지키기 위해 앞장설 것이니, 한국섬진흥원은 이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여 국가적 정책으로 수렴하고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확산시키려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살기 좋은 섬’ 전략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섬은 육지와 바다를 포괄하는 풍요의 공간이다. 이러한 섬의 풍요를 더욱 풍요롭게 하자는 전략이 ‘살기 좋은 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섬 6차산업’의 적극 추진을 제안한다. 섬의 땅과 바다에서 1차 산출한 청정 농산물과 해산물을 2차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그 생업의 과정을 체험 및 여행 등의 3차 서비스산업으로 연결하자는 6차(1차×2차×3차) 융복합산업의 개념이 그것이다. 한국섬진흥원은 섬이 6차산업의 최적지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섬마다 1도1품(一島一品), 혹은 1도2품의 명품화 전략을 구사하여 다채로운 ‘섬 6차산업’을 진흥시켜 갈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유도해 가길 바란다. ‘가고 싶은 섬’의 섬 관광 전략도 ‘섬 6차산업’을 구성하는 3차 서비스산업의 일환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것이다.

셋째, ‘살고 싶은 섬’ 전략이다. 이는 다양한 ‘섬 복지’를 개발·적용하여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섬 복지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섬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섬 주민들이 육지와 내왕하거나 섬 산물을 유통시키는데 편의성을 제공하는 교통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섬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섬진흥원은 섬 접근성 개선 방안으로 연륙·연도교의 건설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나라가 연연여객선 후진국임을 절감하고 그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해양수산부 등과 논의하여 병행해갈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여객선공영제의 실현을 제안한다.

 

여객선공영제 논의

그동안 여객선공영제에 대한 논의가 2차례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 연안여객선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객선공영제 실시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여객선공영제 실시를 공약으로 재차 공언한 바 있다. 연안여객선공영제는 한국섬진흥원이 사활을 걸고 반드시 실현해 내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밖에 섬 교육의 문제도 ‘살고 싶은 섬’ 전략 실현을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절실한 사안이다. 자녀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젊은이들의 섬 이주는 난망이기 때문이다. 섬마다 학교를 설치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여의치 않아 섬 학동들이 큰 섬이나 육지의 학교로 유학하게 된다면 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이를 부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는 섬 학교의 프로그램을 특화시켜 육지에서 섬 학교로 ‘역유학’을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일본에서 ‘섬 유학’을 일부 시도하고 있다. 섬 교육의 문제는 한국섬진흥원이 교육부 및 지방 교육청 등과 협의하여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한국섬진흥원 조감도
한국섬진흥원 조감도

 

기대효과

‘한국섬진흥원’은 섬 정책의 백년대계를 실현하기 위해 험고한 파고를 넘어 힘겨운 항해를 감행해야 하는 선단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 한국섬진흥원이 올 8월에 정식 출범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섬 청정성의 사수, 섬 6차산업의 진흥, 연안여객선공영제의 실현, 섬 교육의 활성화 등을 거칠게 거론했지만, 섬 정책은 미처 거론하지 못한 수많은 세부 정책들까지 찾아내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예술’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섬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섬진흥원이 짊어져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또한 그런 만큼 섬 진흥사업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섬 진흥사업의 성공은 우리의 ‘생활영토’ 5.5배(육지영토1+해양영토4.5) 확대 프로젝트와 직결된다. 바다도 우리의 소중한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구성원 모두가 실감하는 생활영토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우리의 인식에서 생활영토는 여전히 육지영토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섬 진흥사업을 통해서 섬이 획기적으로 활성화된다면, 그 섬들을 거점 삼아 바다 역시 우리의 생활영토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므로 생활영토의 확대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국가 관광경쟁력의 개선과 중소조선산업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섬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실시하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들도 저렴하고 쾌적하며 안전한 여객선을 이용하여 섬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그리하면 역동적인 다도해 여행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육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관광의 단조로운 패턴도 탈피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여객선 신규 주문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이므로, 중소조선산업에 새로운 활력 요소로 작용하여, 초대형 선박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조선산업 생태계의 취약성을 크게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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