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 현황과 발전방향
대한민국 섬 현황과 발전방향
  • 홍선기 한국섬재단 이사장
  • 승인 2021.06.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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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주민 함께 공존해야
홍선기 한국섬재단 이사장
홍선기 한국섬재단 이사장

[현대해양] 전 세계적으로 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하여 섬과 바다 자원을 이용하며 살아온 세계 섬 주민들의 생활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광을 주요 국가 수익으로 의존해온 섬 국가들의 경제는 거의 파탄 지경이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섬 상황도 해외 섬 국가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 4대 섬 보유국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3,348개(KMI, 2018)의 유·무인도를 갖고 있는 아시아 4위의 섬 보유 국가이다(중국 제외). 최근 섬을 찾는 관광객의 수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제주도를 제외한 섬 지역에 2011년 534만 명, 2016년에 59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였다. 그러나 일부 관광의 섬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섬 지역 주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부 유인도가 무인도로 바뀌는 경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84년의 530개였던 유인도의 수가 2011년엔 366개, 1984년 43만 4,000명이었던 인구가 2011년 6만 8,000명으로 급속하게 급감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도서의 공도(空島)화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구감소로 인하여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는 영해 기점 유인도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소득기반을 창출하며, 섬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단의 정책개발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2014년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소규모 도서의 관리 및 활용 기술개발 기획연구’ 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다. 이미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유·무인도를 활용하여 ‘삶의 질 개선형’ 및 ‘부가가치 창출형’의 기술 개발을 통해 섬의 성장 동력을 찾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최근 목포시에 유치한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의 초안이라 할 수 있는 (가칭)도서발전진흥원 설립(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에 이 보고서에서는 에너지 자립형 유·무인도 조성 사업, 에너지 자급형 양식기술 활용한 양식섬 개발, 유·무인도서 연계를 통한 해양관광 활성화 및 거점도서 조성, 기후변화 대응 영해기점 도서관리 빅데이터 시스템 개발 등 섬과 바다의 자원을 이용하여 섬의 지속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연대도
연대도
외연도
외연도

섬 개발, 주민 생업·복지 고려해야

최근 각 지자체 별로 섬 개발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2016년에 ‘살고싶은 섬, 지속가능한 섬’에 대한 정책 개발을 시작하였고, 전라남도에서는 2014년부터 ‘가고싶은 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2019년엔 인천시에서 ‘찾고싶은 섬, 아름다운 섬, 살고싶은 섬’에 대한 정책 토론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섬으로 구성된 행정지역인 전남 신안군의 경우, 면별로 전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을 설립하거나 섬을 특화한 생태경관을 조성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섬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 별로 섬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졌음을 반영한 결과라 본다. 그러나 지자체 섬 사업이 주로 관광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실제 섬 주민들의 생업과 건강, 복지 측면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섬의 가치를 살리고, 섬의 정체성을 보전할 수 있는 사업은 결국 섬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라 본다. 즉, 섬 주민들이 행복하게 섬에 정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 주택 개량, 교통권 확보 등의 기반 시설의 확충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소규모 도서의 관리 및 활용 기술개발 기획연구’ 보고서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해수면 상승이나 돌발적인 기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섬 지역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재해방지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섬 산업 기반이 되는 해양 생태계와 생물자원에 대한 보전과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하여 행정과 지자체,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해양보호구역의 확대와 함께 스마트 양식 기술의 보급, 6차 산업의 지원 등 섬 주민들의 생업이 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양생물자원의 6차 산업화를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섬 정체성 지켜야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섬의 가치는 국가 정책에 따라서 변해 왔지만, 섬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과 정체성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섬과 도시,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연도교와 해저터널의 건설이 눈에 띄게 많이 진행되면서 고유한 섬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필자가 2014~2015년에 일본의 다도해라 할 수 있는 세토내해 섬을 답사, 주민들과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관광객의 증가에 의한 섬 경제 활성화가 일시적으로 진행되었을 뿐, 장기적으로는 행정적으로 도시에 편입되어 학교가 줄어든다든지, 주민이 도시로 이주한다든지 하는 도시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와 마두라 섬을 연결하는 수라마두교 건설 이후의 섬 주민 의식을 조사한 바, 섬에서 생산한 산물을 도시에 수송하는데 매우 유익하다고 긍정적인 발언을 하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대도시의 서구문화가 섬에 유입되어 마두라 섬의 고유한 정체성을 흐리고 있음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한민국 성장동력, 섬 발전 방안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섬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 기관에서 다양한 제안이 있었고, 정책 토론에서도 의견이 개진되었다고 본다. 필자는 개발의 궤도에서 ‘발전의 주체가 무엇(누구)인가’가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섬은 기본적으로 바다의 존재를 전재로 한다. 바다의 생태자원,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섬의 생업을 일으키고, 주민들은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바닷길을 이용하여 섬과 섬, 섬과 도시, 섬과 타국을 연결하며 물류를 유통시켜 왔다. 바다 없이는 섬이 없고, 섬 없는 바다는 망망대해이며, 바다는 섬 주민들의 삶의 바탕이고 기반이다. 바다가 살아야 섬이 산다. 그렇다면, 결국 섬이 성장 동력을 갖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주민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섬 발전을 위해서는 추진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향을 잃은 정책은 색이 다른 페인트로 덧칠하는 그림이 된다.

 

해수부·환경부 협력 중요

최근 목포에 행정안전부 산하의 국가기관인 한국섬진흥원이 유치되었다. 과거 오랫동안 섬 관련 정책이 진행되어 왔지만, 유인도의 경우 대부분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해 왔고, 무인도의 경우에는 환경부,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해 왔다.

또한, 섬에 대한 특정 사업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부,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다양한 부처에서 진행해 왔다. 섬을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책적 난맥을 조정하고, 또한 섬 주민들에게 일관성 있는 지원을 위해서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도해의 관문 목포시에 한국섬진흥원 유치가 확정돼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섬진흥원이 설립되는 국내외 정세를 파악하여 선진적이며, 적응 가능한 섬 정책이 연구되고, 또한 수립되기를 바란다. 한국섬진흥원 설립 이후에 가장 우선해야 할 점으로 섬과 관련된 행정기관, 부처와의 상호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섬 정책을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의 유관 부처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섬진흥원은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이라 유인도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지만, 실제 많은 섬 주민들의 생업은 무인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무인도의 관리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의 역할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섬 주민들의 교통권 확보, 해무·파랑 등 기상에 의한 항해통제의 문제, 그리고, 여객선 공영제 등 섬 주민과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된 부처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린뉴딜 정책에 지속 가능성·생태 개념 포함돼 있나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 정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뉴딜 사업을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하고 경제-사회-산업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하였다. 전반적으로 친환경, 저탄소 등 탄소중립의 그린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큰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후위기 상황에 매우 중요한 발상이고 전략이라 생각한다.

2021년 8월 8일 3번째 ‘섬의 날’을 맞이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에서 섬을 생각해 본다. 섬이 과도한 친환경 에너지 열풍에 희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수혜자로 남을 것인가. 국가 에너지 정책과 결부된 산업으로 지역별 도서연안의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에너지 개발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생태, 사회, 경제의 세 가지 패러다임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한데, 과연 그린뉴딜 정책에 지속 가능성과 생태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정책 입안자들은 꾸준하게 논의해야 한다. 섬과 바다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 섬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다.

<표1>은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서 제시한 섬의 생태계서비스 평가 기준이다. 다른 육상 생태계 기준과 마찬가지로 섬 지역도 공급, 조절, 문화의 서비스 기능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차원에서 유익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랜드 아일랜드 플랜

섬이 육지와 다른 것은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제한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도 제한되어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제외하고 섬에서 가능한 그린뉴딜 실현의 답은 결국 섬이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이 생태계서비스 구현에 있다고 본다.

도시와 다르게 섬을 섬답게 만들어 가는 재생 방안, 기후위기를 극복해온 섬 주민들의 지식전통을 찾아내고 적용하는 방안, 자연과 생물자원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지혜, 자연에서 찾는 생태적 삶의 가치,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 등은 생태계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한된 공간과 자원의 훼손을 막고, 바다생태계를 보전하여 공동체를 회복시킬 ‘그랜드 아일랜드 플랜’이 대한민국 성장동력인 섬의 발전 엔진을 가동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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