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현상, 해양 위성으로 관측한다
고수온 현상, 해양 위성으로 관측한다
  • 박명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1.06.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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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박명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현대해양] 학생으로서 기후변화를 과목으로 배우던 시절, 기후변화는 데이터 속 시그널로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중년 과학자이자 엄마가 되고 나니, 기후 변화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꿀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미래의 기후와 해양은 어떻게 변화하며, 국가는 이 변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보다 확신에 찬 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해양기후 및 해양위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수온 현상 증가

석탄연료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증가했고, 평균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평균 기온의 증가 뿐 아니라 기후학적으로 온도, 해수면온도, 강수 등의 극한 현상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해양의 경우 과거 적조가 가장 큰 해양수산 재해였으나, 최근 고수온 현상으로 인한 수산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고수온은 계절 평균 온도 증가와 다르게 며칠에서 몇주 동안 해수면온도가 기준 한계치를 넘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최근까지도 고수온을 주로 여름 한정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수온 28도를 기준으로 주의보 및 경보를 발령해왔다. 그러나 이런 일괄적인 경계값으로는 수온이 많이 다른 남해, 동해, 황해의 다양한 실제 고수온 현상을 탄력적으로 탐지할 수 없다. 최근에는 지역적으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적인 기준에서는 해양열파(Marine heatwave)라 지칭되는 고수온의 정의는 각 지점에서 30년 기후값의 상위 90 퍼센타일을 초과하는 해수면의 상태가 5일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여름 뿐 아니라 겨울에도 평균보다 해수면온도가 훨씬 높을 경우엔 고수온이라 정의하고 있다.

2018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전구 해역에서 일반적으로 고수온의 빈도, 기간, 강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까지 고수온 특성의 증가는 전반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설명돼 왔으나, 지역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리 해역은 지구에서 가장 온도가 따뜻하며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북서태평양 ‘웜풀(Warm pool)’ 위쪽에 자리잡고 있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쿠로시오 난류의 북상과 중위도 대기 기압계의 변화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고수온 현상

본 연구자는 환경 연구지<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서, 우리나라 여름철 고수온 일수를 조절하는 두가지 주요 기작을 제시하였다. 첫번째는 ‘해양주도’ 기작으로 열대 서태평양이 뜨거워 질 때 우리나라 해역이 동시에 뜨거워지는 북서태평양 전역 가열 패턴으로 나타난다. 선행 겨울의 엘리뇨가 급격하게 쇠퇴하면서 라니냐로 전이되는 경우, 북서태평양 전역 바다가 따뜻해져 있어 여름철 고수온이 발생하기 쉬운 호조건으로 발생된다. 두번째는 ‘대기주도’ 기작으로 우리나라 해역은 따뜻하고 여름철 고수온 일수가 길지만, 열대서태평양은 평년보다 온도가 낮은 쌍극자 형태이다. 이는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전반적으로 차가운 상태였으나, 여름철 갑작스럽게 강한 고기압의 발달에 의한 폭염과 함께 고수온이 일어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기의 극한 현상인 폭염에 비해 고수온이 기후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왔다. 해양의 온도 분포는 육지의 온도보다 훨씬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해양의 평균 온도가 조금이라도 증가할 경우 극값이 더 많이 증가한다. 즉, 폭염에 비해 고수온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폭염은 지난 40년동안 증가하는 경향성이 있지만,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다. 그러나, 고수온은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에서 1982년부터 2020년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해양위성 통해 해양생태계 변화 진단

해수면 온도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유도하며, 기후 피드백을 통해서 반대로 영향을 받는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크기는 아주 작지만, 지구의 70%에 달하는 해양의 표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체 중 하나다. 플랑크톤은 육지의 식생처럼 광합성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평균 온도가 올라갈수록 플랑크톤이 줄어들고 해양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남해, 동해 등 한반도 해역에서 해수면온도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며, 해양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량적 변화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플랑크톤의 분포를 장기간동안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해양위성이다. 미국에서는 극궤도 위성인 SeaWiFS-MODIS-VIIRS 위성을 통한 전세계 해양생태계 변화를 관측하고 있는데, 이들 자료는 플랑크톤 농도가 낮은 열대 태평양/대서양의 맑은 해역에 중점을 둔 자료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천리안 해양위성은 탁하고 생산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해역과 에어로졸이 많은 대기 상태에 특화되어 클로로필 농도, 해양생산성 등을 제공하고 있다. 천리안 해양위성 1호는 2010년 6월부터 약 10년간 자료를 축적하였으며, Geo-Kompsat-2B에 탑재된 해양위성 2호는 2020년 2월부터 향후 약 10년간 자료를 축적할 예정이다.

최근 몇몇 연구를 보면 동해에서 몇년간 해양생산성이 감소하는 경향성이 보인다. 추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위성자료를 확인해 보면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온도가 증가해온 지역에서 플랑크톤 양이 감소하는 특성도 찾을 수 있다.

불확실성은 있지만 기후 모델 결과에 따르면, 미래에는 우리가 정의하는 과거 30년 기반 고수온이 여름철 내내 일어날 만큼 해양이 가열될 것이고, 플랑크톤 양의 급격이 줄어들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의 생산자인 플랑크톤의 급감은 해양 수산 분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다수의 해산물, 어류는 우리 연근해를 떠날 수도 있다. 해양 기후 변화가 얼마나 클지, 그 변화를 정량화하고 해양생태변화를 위한 수십년간 위성자료를 축적하는 일 또한 해양의 변화에 맞서, 최첨단 미래 해양수산계획 수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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