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공급망 혼란, 안정적 운송망을 확보하라
글로벌 물류공급망 혼란, 안정적 운송망을 확보하라
  • 윤민현 한국해사포럼 대표
  • 승인 2021.06.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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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현 한국해사포럼 대표
윤민현 한국해사포럼 대표

[현대해양] 요즈음 외항 컨테이너 정기해운 시장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말에 비유할 정도로 통제 불능에다 언제 정상화 될지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여전히 고공행진중인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이론만으로는 풀리지 않을 정도여서 하주는 물론 선사 자신들도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선박회사들의 기회주의적인 부당이득 추구 전략 때문? 아니면 선복이나 컨테이너 박스의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때문? 둘 다 아니다.

작년 1분기 팬데믹이 선언된 직후 IMF, UNCTAD, 세계은행은 물론 해운 전문기관들까지 모두 세계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2분기 소강상태를 거쳐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시장 상황은 예상과 반대로 흘러갔다. 3월 팬데믹 선언 직후 일부 선박을 철수하기까지 했던 해운회사들은 하반기부터는 선복량을 전량 복귀시켰지만 선복이 부족했다. 넘치는 화물량으로 인해 예약된 화물의 절반 정도는 일방적으로 선적을 미루는 일도 잦으며, 하주들은 평상시의 2~3배 운임을 지급하고도 선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송기간이 일주일 이상 길어지고 천정부지로 올라간 운임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혼잡이 계속될 것인가?

금년 초만 해도 2분기 이후 정상화 될 것이라고 했지만 불과 3개월이 지난 5월 중순 현재는 금년 연말 혹은 혹자는 내년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예측 불허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일까? 세계 최대 생산공장을 가동중인 중국, 보유선복을 전량 투입하고 있는 해운회사, 무역회사 어느쪽의 잘못도 아니다. 태평양 항로의 왕복항해간 구조적 불균형과 미국의 폭발적 소비 수요가 가세하면서 생겨난 복잡한 양상이다. 굳이 따지자면 미국의 부양패키지에 힘입은 미국 소비자의 급격한 소비증가가 초래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 현상과 미국 물류 인프라의 한계이자 미국 소비제품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2~3년 전과 달리 소수 대형화로 재편된 지금의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합심하여 선복(capacity)을 통제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선복의 과잉으로 운임을 덤핑하는 시대, 아시아-유럽 운임이 800~900달러/TEU하는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타이트한 선복사정이 풀리면 곧 운임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 과거처럼 싼 운임을 요구하며 선박회사를 골라잡는 시대는 잊어야 한다. 대형화주, 포워더들은 팬데믹 후폭풍을 겪으면서 싼 운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운송망 확보라는 교훈을 터득했다.

안정된 수송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비즈니스 상대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구 시대에 미련을 갖다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해법은 시장의 메커니즘이다. 정부를 향해 볼멘소리를 해봐도 방법은 없다. 미국, 중국, EU가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현 시장의 메카니즘이다. 어느 나라도 시장의 순리를 거스릴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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