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동화’와 아바이 마을
‘가을동화’와 아바이 마을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6.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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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드라마에 나온 마을 앞 간이 해수욕장. 시내에 있으면서도 한적하기가 그지없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을 ‘아바이 마을’이라 부른다.
 청호동의 지형은 속초의 청초호와 바다 사이에 난 작은 반도다. 속초시 중심지와는 손에 닿을 듯 지척의 거리지만 바다가 가로막고 있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이 불편한 교통은  ‘갯배’가 해결 해준다.

 청호동 주민은 자유를 찾아 월남한 실향민이 70%에 이른다. 함경도 출신들이 많아 자연스레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 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 지금부터 50~60년 전, 특별히 갈 곳도 기술도 없었던 실향민들은 이곳 청호동에 판자집을 짓고, 명태, 오징어, 도루묵 등 당시로서는 어획량이 많은 이들 수산물을 말리는 작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십여 년 전 까지 만해도 해안가 공터에는 명태와 오징어를 할복장과 덕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청호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9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주말 드라마 ‘가을동화’가 방송되면서 부터다. 청초호와 갯배를 비롯해서 속초해수욕장 등 아바이 마을 일대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청호동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청호동 갯배선착장 매표소
△가을동화 촬영장소 안내 간판

 

 

 

 

 

 

 

 특히 ‘가을동화’가 일본을 비롯하여 동남아로 수출되면서 내국인 못지않게 외국인들도 많이 찾기 시작했고, 그 현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갯배 선착장에 세워놓은 중국어와 일어간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본 ‘갯배’를 타고 건너와 ‘은서네집’을 둘러보고 아바이마을을 지나 가을동화의 또 다른 촬영지이기도 한 간이 해수욕장 백사장을 거닐며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한다.

 속초의 번화가인 중앙동과 청호동을 이어주는 ‘청호동명물’ 갯배는 일제말기 속초항 개발과 역사를 같이 한다. 청호동 주민들은 갯배를 무료로 이용하고 외지인들은 편도에 200원을 내는데, 연간 유료 이용객수가 15~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무동력인 갯배는 양쪽 연안에 고정된 와이어에 갈고리를 걸어 당겨 움직이는데, 손님들이 함께 끌어 보기도 한다. 청호동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갯배가 이제 외지인들이 드라마 속을 여행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 청초호를 오가는 갯배
△갯배. 손님들도 함께 배를 끌어보기도 한다.

 

 

 

 

 

 

 

 ‘청호동은 촬영지를 둘러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실향민 정착촌이라는 독특한 마을과 거리를 거닐며 함흥냉면과 아바이순대와 같은 실향민의 음식도 체험하는 문화체험관광코스로 인기가 있었다.’ 청호동 해안가에 세워진 ‘아바이마을 변천사’에 있는 말이다.

 변천사는 이어서 ‘아바이마을은 고기잡이 수산물을 건조하는 어촌마을이 아니고 지역의 독특한 문화도 충분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본보기를 주었으며, 속초가 자연관광지와 더불어 문화체험관광지로 패턴의 문화를 추구하는 시금석이 되게 한 것은 아바이마을과 실향민이었다’고 적고 있다.

 비록 꾸며낸 드라마의 배경에 지나지 않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 넣고, 마을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청호동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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