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밴댕이
  • 임치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4.07.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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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에 버금가는 감칠맛, 국물 요리의 감초

▲ 밴댕이
 

밴댕이는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약 15㎝ 정도이며, 몸 빛깔은 등 쪽이 청흑색이고 옆구리와 배 쪽은 은백색이다. 아래턱은 돌출됐으며 위턱은 약간 패어 있고 배부분의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모비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집이나 비늘, 몸 색깔 등으로 보아 멸치와 비슷하나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가끔 해변에서 멸치를 말릴 때 군데군데 밴댕이가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상도에서는 밴댕이를 '띠포리'라고 부르는데, 멸치처럼 말려서 국물을 우려내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어묵탕, 칼국수, 우동, 국수 등의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를 낼 때나 격이 높은 국물 요리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멸치보다 국물 맛이 뛰어나다.

흔히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 같다’고 한다. 어부들이 성질이 급한 밴댕이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빗대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말인데, 밴댕이는 그 특성상 살아있는 밴댕이를 어부도 구경하기 힘들고, 또 몸집에 비해 내장이 별로 없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밴댕이에는 단맛을 내는 라이신, 글루탐산 등과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이 멸치에 버금가고 또한 피로회복, 콜레스테롤 감소 및 혈압저하효과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타우린은 오히려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에서 소어는 탕과 구이가 모두 맛있고 회로 만들면 좋으며, 단오 이후 소금에 절였다가 겨울에 초를 쳐서 먹으면 일미 중의 일미라고 했는데 그것이 요즘 우리가 먹고 있는 밴댕이젓의 원형일 것이다.
우리말에 ‘오뉴월 밴댕이’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변변치 않지만 때를 잘 만났다고 빗대 놓고 하는 말로서, 음력 5~6월이 밴댕이가 가장 제 맛 나는 철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강화 사람들은 오사리(음력 5월 사리) 때에 잡히는 밴댕이를 최고로 쳤으며 귀한 손님에게만 접대를 했다. 밴댕이는 양 옆면으로 두 번만 회를 뜨기 때문에 살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아 없어지고 마는 특징이 있어 식도락가들은 이때만을 기다리기도 한다는데, 오늘 나도 밴댕이 회 한 접시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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