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시에 필요한 배(ship), leader-ship!
위기시에 필요한 배(ship), leader-ship!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4.07.0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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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월드컵 열기가 한창입니다. 너무 아쉽게도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2차전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한 게임 더 남아있긴 하지만 예선통과가 힘들어졌습니다. 이번 2014월드컵은 지난 6월 13일 시작했습니다. 언제 끝나는지 아시나요? 7월 14일입니다. 대회기간이 1달이 넘습니다. 가장 오래 걸리는 운동경기대회입니다.

열성 축구팬의 아내가 부부문제 상담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축구경기에만 쏠려 있는 남편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주 엷은 천으로 된 옷을 입어보세요"라고 상담원이 조언했습니다. 부인이 "만일 그것도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죠?"하고 되묻자 그 상담원이 말했습니다. "등에 번호를 하나 써 붙이세요!"
축구 유머입니다.

축구경기의 최고봉인 월드컵, 월드컵은 '세계적인 축제'지만 그 축제가 꼭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축구 과부'들이 그들입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영국에는 오래전부터 ‘축구 과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축구 때문에 가정을 내팽개치고 아내를 거의 거들떠보지 않는, 소위 ‘축구 폐인’들 때문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회사 앞 잔디밭이 그라운드로 보이고 사무실 형광등이 응원용 막대풍선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밥 먹을 땐 젓가락으로 선수 대형을 그려보고 노트북 모니터 한 귀퉁이엔 항상 축구 중계를 띄워놓습니다.

代를 이어 특정 축구클럽을 응원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할아버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면, 아버지도 代를 이어 응원하고, 손자와 손녀가 뒤를 잇습니다. 축구장에 가지 못할 경우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시청합니다. 술집에 못가는 날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축구 경기를 봅니다. 경기가 있는 날, 거리는 조용해지고 도로는 한산해집니다.

영국만이 아닙니다. 유럽에 빅 리그가 다섯 개 있습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에는 프리메라리가, 독일에 분데스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프랑스의 리그 앙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니까 유럽에는 거의 매일 축구경기가 열린다고 하겠습니다.

유럽 축구팬들은 섹스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답니다. 영국의 사회문제 리서치센터가 유럽의 축구팬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의 응답자들은 축구가 자신에게 종교와 같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축구에 빠져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었습니다. 스페인 축구팬의 72%는 축구중계 시청을 섹스보다 더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영국 축구팬도 광적이긴 마찬가지. 응답자 중 66%가 축구경기를 보다가 운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는 25%만이 축구 중계가 연인과의 낭만적인 밤보다 더 좋다고 했습니다.

2002년 6월 4일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폴란드를 꺾고 48년 만에 첫 승을 기록한 날, 서울의 주가지수는 800선을 깨고 내려앉았고 거래량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이탈리아를 짜릿한 역전승으로 누른 다음 날, 이탈리아 팀의 원한이 미국을 돌아 서울 증시를 강타했습니다. 주가지수가 33포인트나 빠져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여러 악재가 겹친 탓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대표팀의 승리에 도취해 잠시 시장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부모의 무관심속에 바르게 자라는 아이 없듯이 투자자가 외면하는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할 리 없습니다. 즉 증권시장도 ‘축구 과부’처럼 축구에 미친 투자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것입니다.

스위스는 국가차원에서 대놓고 '월드컵 과부' 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스위스 관광청은 축구에 빠진 남성들로부터 '버려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골프, 쇼핑, 빙하투어 등을 제공하는 여행상품을 내놓고 TV광고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한 호텔은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드컵 과부 호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텔 지배인은 월드컵 특별기간에는 축구의 '축'자도 입 밖에 내지 말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방값이 만만치 않은데도 문의 전화가 밀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 정부는 잠을 설치는 축구광들의 아내들을 위해 스트레스 해소용 직통전화를 설치했는데 통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벽 2시부터 밤을 꼬박 새면서 TV앞에 붙어있는 축구광 남편들에게 실망한 아내들로부터 걸려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축구는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됩니다. 히딩크 이전에는 ‘한국 축구는 체력은 좋은데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 해묵은 지적이고 결론이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180도 뒤집었습니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은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고 했습니다. 국내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축구팬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진단이었습니다. 히딩크는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결국은 히딩크 감독의 진단이 맞았습니다.

대표팀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위기시에 지도자는 배(ship)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 배의 이름은 leader-shi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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