⑯ 물고기는 왜 갑자기 잡혔다 안 잡혔다 할까?
⑯ 물고기는 왜 갑자기 잡혔다 안 잡혔다 할까?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5.11 0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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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현대해양] 몇 년 전부터 우리 바다에서 오징어가 많이 안 잡힌다고 아우성이다. 한 때 한국과 일본에서 수백만 톤까지 잡혔던 정어리는 2000년대 들어와서 우리 바다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들다. 또 명태와 말쥐치가 거의 사라진지는 20년이 넘었다. 대신 갈치, 조기, 그리고 냉수성 어종인 대구, 청어가 요즘 잘 잡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어종별로 어획고 변동이 큰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서식지 변화가 중요한 이유라고 간략히 설명한 적 있다(2020년 6월호 현대해양 참고). 그러나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잘 모른다. 수십만 톤씩 잡히던 정어리가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걸까?

‘정어리 위기’

이것은 20세기 초 수산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말부터 프랑스 브리타니 지방 앞바다에서는 잘 잡히던 정어리가 갑자기 안 잡혀 어민들은 물론 통조림 공장까지 경제적 타격을 크게 받았다. 그러다가 다시 정어리가 잘 잡혀 안도했다가 또 몇 년 못 가 다시 어획고가 폭락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런 현상을 프랑스에서는 ‘정어리 위기(La crise sardinière)’라고 불렀다. 원래 어촌에서 먹을 만큼 조금만 잡다가 19세기 말 통조림이 개발되고 동력선이 나오면서 교역대상으로 유럽 다른 나라에 어린 정어리를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게 되었다(2021년 4월호 현대해양 참고). 생계형 영세어업이었던 프랑스 정어리 어업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자본주의 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정어리 어획고 변동이 주는 경제적 충격이 갈수록 커졌다.

북유럽 대구와 북미 연어 어획고도 갑자기 줄어 경제적 타격이 있었다. 정어리 개체수가 어업 없이도 자연적 주기에 따라 수십 년 주기로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90년대 이후이다(2020년 6월호 현대해양 참고).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렇게 물고기 어획고가 변동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으며, 막연히 환경 변화나 남획을 그 원인으로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20세기 초에 유럽과 북미 각국 정부에서는 이렇게 크게 변동하여 경제 충격을 주는 물고기 개체군과 관련 해양 환경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어, 1902년 국제해양개발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for the Exploration of the Sea: ICES)라는 국제공동해양수산기구를 만들어 물고기 개체군이 왜 이렇게 크게 요동치는지 그 이유를 연구하려 했다. ICES는 세계 해양수산 연구를 선도하면서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물고기 개체군이 요동치는 이유는 아직 밝히지 못해 12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2020년 12월호 현대해양 참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감하는 생물 개체군

어획고가 크게 변동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생물 개체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감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느 해에는 배추가 풍년이어서 값이 폭락하여 수확도 못해보고 그냥 갈아엎어버리기도 하지만, 그 다음해에는 흉년이라 값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사람은 직선으로 증가하는 현상에는 익숙하지만,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감하는 것은 잘 이해를 못한다. 가령, 지난해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 속성을 정치인이나 일반인들은 제대로 못 받아들이기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들이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중국 우한에서 도시 봉쇄를 하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대책이라고 비웃으면서 남 일처럼 여기다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감염자가 크게 늘어 당황했다.

두 번째는 수산학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가입(加入)’ 문제이다. 가입이라고 하니 무슨 보험 가입이나 노조 가입이 떠오르겠지만, 영어 ‘recruit’를 일본인들이 한자로 옮기면서 우리말로는 알기 어려운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개념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recruit’는 다시(re) 자란다(cruit)는 말이다. 전쟁에서 군인들이 전투에서 죽어나가면 새 병사들이 들어와서 충원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영어로 recruit라고 했다가 요즘에는 대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신입사원이 되는 것을 ‘리크루트’라고 해서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흔히 쓰는 외래어가 됐다. 물고기가 신병이나 신입사원이 되는 경우는 자라서 그물에 잡힐 수 있는 어업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림 1>은 일반적인 물고기 생활사를 보여주고 있다. 언제 가입이 일어나는가는 어종이나 어업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명태라면 우리나라는 노가리 단계이고 미국은 성어 단계이다. 멸치라면 흔히 실멸치라고 하는 자어 단계에서도 어획을 하므로 가입은 후기자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금지체장이 있다면 그 크기가 가입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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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대표적인 물고기 생활사 (명태)

 

물고기, 특정 생활사 단계서 민감

육지 채소나 바이러스와는 달리, 물고기는 특정한 생활사 단계에서만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개체수가 크게 변동한다. 물고기 어획고 풍흉은 ‘초기생활사’라고 하는 알로 태어나서 이 가입단계까지 얼마나 살아남는가에 따라 결정이 되고, 이 이후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그림 2>. 대부분의 어종은 어미 한 마리가 산란기에 수십만 수백만 개 알을 낳지만 그 중 가입단계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으며,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 운이 좋아 알부터 가입단계까지 유난히 많이 살아남은 같은 해에 태어난 개체군을 ‘탁월연급군’이라고 한다 (2020년 4월호 현대해양 참고).

<그림 1>에서 눈 여겨 봐야할 것은 난황(卵黃)이다. 계란을 생각하면 되겠는데, 갓 부화한 물고기 자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 저장소이다. 대부분 어종들은 어미가 알만 낳지 자기 자손들을 돌보지 않는다. 사람이나 많은 포유동물은 부모가 새끼에게 먹이를 잡는 방법을 오랫동안 가르친다.

그러나 부모가 곁에 없는 갓 태어난 물고기는 먹이를 잡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태어나면 당장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방법을 익힐 때까지 비상식량으로 알속에 어미가 남겨둔 영양분이 난황이다. 따라서 난황이 있는 한 자어는 굶어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난황이 다 떨어진 후기자어동안 먹이 잡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가, 아니면 환경에서 먹이가 부족하면 대량으로 굶어죽을 수 있다.

20세기 초에 유럽 수산학자들은 후기자어기를 그 해 가입량을 대부분 결정하는 생활사 단계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는 실제 자연에서 굶어죽은 자어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생물에 잡아먹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시작했다. 또 후기자어기 동안 먹이가 많으면 빨리 자라 사망률이 높은 후기 자어기에서 보내는 시간을 단축하여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수온과 같은 여러 가지 물리적인 바다 환경도 가입 단계까지 성장과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생활사 환경변화 영향 커

<그림 2>는 물고기가 태어나서 가입단계까지 동안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밀도독립 요인이라고 하는 것은 빛이나 수온처럼 물고기 밀도(개체수)가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똑같이 영향을 받는 물리적인 요인을 말한다. 반면 밀도종속 요인은 먹이나 포식자처럼 물고기 밀도에 따라 그 받는 영향이 달라지는 굶주림이나 먹히는 것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을 말한다. 알기 쉬운 보기를 들면, 운동장에 학생이 1명이 있든 10명이 있든 그 숫자에 관계없이 느끼는 온도나 태양빛 양은 같다. 그러나 운동장에 먹을 수 있는 빵이 10개만 있다면 학생 1명이 먹을 수 있는 빵 개수는 학생 수에 따라 달라져 1명일 때는 10개를, 10명일 때는 1개만 먹을 수 있다.

<그림 2>를 자세히 보면 그림 1에서도 설명했듯이 굶주림으로 죽는 단계는 후기자어기 밖에 없다. 또 수온이나 해류와 같은 밀도 독립적인 물리 환경이 생존율에 크게 영향을 주는 단계는 알부터 자어까지이고, 변태를 끝낸 치어(새끼) 단계부터는 물리 환경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치어만 되어도 해류를 거슬러 헤엄을 쳐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생활사인 알부터 자어 단계에서는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하므로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참고 견디어 내거나 아니면 죽어야 한다. 가령, 수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아주 어린 알이나 자어는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한 채 죽겠지만, 치어나 성어는 그곳을 도망쳐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초기생활사 물리생물학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물고기 개체군 성장속도와 사망률이 미묘하게 바뀔 수 있는데, 이 때 작은 변화라도 가입에 성공한 개체수는 풍어기와 흉어기를 비교하면 1,000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초기생활사 동안 사망률이 매우 높고, 개체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금 잘 잡히면 ‘물반 고기반’이라고 했다가 조금 안 잡히면 ‘씨가 말랐다’고 매년 언론에서 떠드는 것이다.

물고기 초기생활사 단계 생존에 영향을 주는 물리, 생물 요인
<그림 2> 물고기 초기생활사 단계 생존에 영향을 주는 물리, 생물 요인

 

국제공동 해양수산기구 설립 필요

유럽 ICES는 국제 공조를 통해서 어떤 해양 변화가 어떻게 물고기 가입을 결정하는지를 밝혀 가입량, 즉 어획고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지난 120년 동안 수산뿐만 아니라 해양환경도 함께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수산과 해양이 따로 가고 있으며, 인접국가들과 수산생물 공동연구나 관리도 해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만 해도, 국제 공조를 통한 해양수산 연구가 없다면 수산물에 대한 피해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동아시아 각국이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이 때에 해양수산부는 원칙 없이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지 말고, 유럽 ICES처럼 한·중·일·러는 물론 북한도 동참하는 국제공동 해양수산기구 설립을 먼저 제안하여, 국제수산 관리와 안전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에도 기여할 수 기회로 만들면 좋을 것이다 (2020년 12월호 현대해양 참고). 세계수산대학 유치에 들어가는 예산 10%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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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준 2021-05-11 10:15:02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