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9] 일본 오염수 방류, 어민이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9] 일본 오염수 방류, 어민이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수 있을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5.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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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면제와 강제징용 사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서른아홉 번째 여행의 시작>

앞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하여 국제해양법재판소를 통해 1차적으로 오염수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잠정조치(가처분)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는 주체는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오염수 방류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는 어민이나 단체 등 우리나라 국민이 스스로 우리나라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3건의 국내 판결을 소개해 드리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함께 예상해 보고자 합니다.

 

<1번 판결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일제강점기에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강제 징용되어 일본 회사인 A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대한민국 국민 B 등이 A를 상대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A가 일본 법인으로서 주된 사무소를 일본 내에 두고 있으나 대한민국 내 업무 진행을 위한 연락사무소가 소 제기 당시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고 있었던 점, 대한민국은 A가 일본과 함께 B 등을 강제징용한 후 강제노동을 시킨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이루어진 불법행위지인 점, 피해자인 B 등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 및 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대한민국은 사건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

B 등이 A를 상대로 동일한 청구원인으로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의 패소확정판결 이유에는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하여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한반도와 B 등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평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强占)에 지나지 않고, 일본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되는 점, 국가가 조약을 통하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개인이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고려하면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이외에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2번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 판결>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되어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대한민국 국민인 C 등이 일본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C 등에 대한 일련의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일본국은 일본제국의 불법행위로 C 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C 승소).

 

<3번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1. 선고 2016가합580239 판결>

2번 판결과 같은 쟁점이나 D 등에 대한 행위와 관련하여 일본에 국가면제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D 패소).

 

<1~3 판결의 의의>

1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지는 권리는 국가라도 함부로 소멸시킬 수 없고,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일본 판결은 효력이 없으며, 우리나라가 사건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국제재판관할권)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3번 판결은 서로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청구한 같은 쟁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내려진 상반된 판결입니다. 핵심은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 즉,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하여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 적용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2번 판결은 일본국의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보았는데. 3번 판결은 이와 달리 일본국에 국가면제를 인정하여 재판권 자체를 부정하였습니다.

 

<서른아홉 번째 여행을 마치며>

국제법과 국내법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있지만, 1번 판결처럼 우리 대법원은 이미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국가면제의 국제관습법이 우리나라 국민으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할 경우 과연 이러한 국제관습법을 대한민국 헌법이 용인할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이 사건인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사건으로 돌아와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오염수 방류로 인해 피해를 볼 경우, 일본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서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1번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 일본 기업을 상대로는 가능성이 있고, 2번 판결에 따를 경우 일본국을 상대로도 가능성이 있으나, 3번 판결에 따를 경우 일본을 상대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법은 위와 같이 어떠한 판단을 받을지 알기 어려운 경우, 관련자 모두를 피고로 삼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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