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8]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 국가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8]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 국가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5.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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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스(MOX) 공장 사건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서른여덟 번째 여행의 시작>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사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과연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외교적 방식 이외에 실효적인 사법적 대응이 가능할까요?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국제해양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서 영국 정부는 셀라필드 원자력산업단지에 이산화플루토늄과 이산화우라늄을 함유한 폐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혼합이산화연료(Mixed Dioxide Fuel) 즉 MOX(목스)라는 새로운 연료를 제조하는 공장을 건설하도록 허가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해 너머에 있는 아일랜드 정부는 이 MOX 공장으로 인해 해양오염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여, MOX 공장의 허가를 중지할 것을 영국에 요구하였으나 영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일랜드는 2001. 10. 25.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설치된 중재재판소에 분쟁을 제기할 것임을 영국 정부에 통보하고, 중재재판소가 구성되는 동안 MOX 공장의 허가를 중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영국이 이를 거부하자, 아일랜드 정부는 2011. 11. 9.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ITLOS)에 MOX 공장의 운영 중지를 명령하는 잠정조치를 신청하였습니다. 과연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쟁점>

MOX 공장 운영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단 – The MOX Plant Case(Ireland v. United Kingdom), Provisional Measure, ITLOS, 3 December 2001>

1. 중재재판소에 의한 결정 이전까지 유엔해양법협약 제290조 제5항에 따라 다음의 잠정조치들을 명령한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다음을 위해 협력하고 그러한 목적에서 협의하여야 한다.

(a) MOX 공장의 작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아일랜드해에 대한 가능한 영향에 관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교환한다.

(b) MOX 공장 가동의 아일랜드해에 대한 위험이나 효과를 감시한다.

(c) MOX 공장의 가동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한다.

2. 아일랜드와 영국은 각각 2001년 12월 17일까지 최초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함을 결정하며, 재판소 소장에게는 그날 이후 그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추가적인 보고서와 정보를 요구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결정의 의의>

우선 이 사건에서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잠정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본안을 판단할 중재재판소가 구성되기 전까지 임시의 조치, 즉 가처분 내지 집행정지와 같이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과연 국제해양법재판소가 MOX 공장의 운영 중지를 명령할 것인지가 실질적으로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잠정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i)유엔해양법협약상 권리를 보전하거나 해양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고, (ii)긴급한 상황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상황의 긴급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환경 오염방지를 위한 양국의 협력의무가 존재하므로, 이를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서른여덟 번째 여행을 마치며>

이번에는 조금 생소하지만 국제법 관련 결정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결정문을 천천히 읽어보면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 내지 결정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내용도 일종의 중재와 유사하여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영국 MOX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급박하게 핵물질을 바다에 투입하는 등의 행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국제해양법재판소로서도 잠정조치라는 한계 내에서 굳이 MOX 공장의 운영을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행위는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바로 투여하는 것으로, 위 MOX 공장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과격하고 중대한 해양환경 오염 행위로 보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본이 실제 방류를 하는 시점은 2년 뒤라고 하니 그 전까지 우리로서는 위 MOX 공장 사건 등을 참고하여, 일단 일본이 오염 데이터를 충실히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한 공동조사를 하는 등 실태조사에 중점을 두는 사법적 대응을 하되, 만약 일본이 이를 거부하거나 위반할 경우 다시 보다 강한 사법적 대응(방류 금지 등)을 하는 등 단계적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해양이 일본으로 인해 오염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 사실관계 및 결정의 주요 내용은 ‘MOX 공장 사건 및 김기순 MOX Plant Case에 적용된 국제환경법’(이석용, 국제환경법 주요판례, 박영사, 201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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