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의 의미와 성과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의 의미와 성과
  •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 승인 2021.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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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현대해양] 올해는 우리나라 수산업이 해양, 자원, 양식, 가공 등 전 분야에 걸쳐 시험조사 사업을 실시하여 과학적 토대의 수산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다만, 일제 자원수탈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을 우리나라 수산연구의 출발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내부적으로도 깊은 고민과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며 분야별로 유기적인 연구체계를 갖추고 본격적인 수산과학연구가 수산시험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지난날의 아픈 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100년 동안 축적된 성과를 토대로 우리 수산업·어촌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을 기념하기로 하였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은 대한민국 정부조직으로서 우리 법령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므로 수산시험장과는 별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49년 4월 26일 설립된 상공부 소속 중앙 수산시험장을 출발점으로 보고 올해를 개원 72주년으로 다시 정하였다. 이후 1963년 12월에 농림부 중앙수산시험장에서 국립수산진흥원으로 개칭되고 1966년 8월에는 수산청 국립수산진흥원으로 개칭되었다.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설립으로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으로 편입되었으며, 2002년 3월에는 보다 과학적인 수산연구를 지향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하며 국립수산과학원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바다의 가치와 함께해온 100년의 도전

부산시 영도에서 출발한 수산시험장은 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산업 각 분야별로 시험 조사를 할 수 있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설치되었다. 1921년 5월 7일자로 공포된 관제(官制)에 따르면 수산에 관한 시험 및 조사, 분석 및 감정, 양식용 종자의 배부 외에 강습 및 강화(講話) 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조직은 어로계, 제조계, 양식계 및 기본조사계 등 4계를 두고 17명의 직원이 종사하였다.

반면, 오늘날의 국립수산과학원은 1989년 부산시 기장군으로 이전한 본원을 비롯하여 동해(강릉), 서해(인천), 남해(여수, 통영), 제주 등 지역거점 연구소와 중앙내수면연구소(금산), 수산종자육종연구소(해남)가 있고 전문연구센터로 고래연구(울산), 갯벌연구(군산), 수산식물품종관리(목포), 수산자원연구(통영), 독도수산연구 및 사료연구(포항), 어류육종연구(거제), 첨단양식실증연구(창원) 등 본원에 3부 13과 6센터, 소속기관에는 7연구소 9과 3센터의 조직을 두고 있다. 근무하는 인원만 해도 2021년 4월 현재, 공무원 정원 633명 외 연구보조원 등을 포함하면 1,200여 명으로 바다와 수산업에 관한 조사와 시험연구, 수산 기술을 보급하는 국가유일의 국립 수산연구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수산관련 업무를 과학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수산과학연구 100년의 성상(星霜) 속에서 시대적·국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연구 인력과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외연을 확장하며 성장해온 국립수산과학원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많은 연구 성과도 축적해 오고 있다. 때마침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을 맞아 그 간의 우수성과를 정리하여 성과 전시회를 개최한다. 100년을 6대 시기로 구분하고 연구 분야별, 성과별 특성을 고려하여 선정된 주요 대표성과를 간략히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개척기(1921년~1970년)에는 한국 근해 해양조사가 시작되고 한천 생산기술과 장비 개발, 원양어장 개척 시험조사, 김·미역 양식기술개발 등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확대와 경제발전에 기여하였다. 특히, 1950년대 중반 한천 생산액은 120만 불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인 600만 불의 20%를 차지하였고, 1960~1970년대 원양어선에서 잡은 수산물 수출액은 약 20억 불에 달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1990년까지의 성장기에는 근해 안강망 어구 개발, 넙치·전복 양식기술 개발, 연어 인공부화 기술개발 및 통조림 정육 가공기술 개발 등 수산업과 국민생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주요 성과들이 특히 많았다. 이 시기에 개발한 넙치와 전복의 종자생산 기술을 통해 대량생산 기반을 확립하여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넙치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전복 생산국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내수면 종자생산 기술, 적조 예찰·예보 기술 개발, 원격 탐사 해양 정보 제공 등 조정기(1990년~2000년)를 거쳐 도약기(2000년~2010년)에는 총허용어획량(TAC) 자원평가 기술 개발을 통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의 수산자원관리 기술을 인정받았다. 고래류 자원의 과학정보 축적, 친환경 생분해 어구 개발, 넙치·전복 육종프로그램 및 적조 구제 황토살포기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고도화기에는 속(速)성장 육종 넙치와 전복 개발, 김 우량종자 개발 및 산업화, 곤충소재 배합사료 개발 등을 들 수 있고, 2020년 이후 글로벌화기에는 바이오플락 기반 친환경 아쿠아포닉스 기술 개발, 스마트 양식기술 및 모델 개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넙치 형질개량 등을 집중 연구해 나가게 되며 향후 국민생활과 수산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난 100년의 수산과학연구기술은 국내외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되어 1921년 수산시험장 설립 이후부터 우리나라 해양환경 관측 결과를 담은 「해양조사연보」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54호로 지정되고 ‘참다랑어잡이 기술’과 ‘넙치 양식기술’은 광복 70주년 대한민국 대표 과학기술 70선에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한 고수온 내성 참전복 개발기술’이 기후변화 대응 대표기술 1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2011년 SCIENCE지에 ‘대기 중 질소 축적에 의한 북서태평양 질소 현존량 증가’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는 등 최근 10년간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인 SCIE에 1,155편의 논문이 등재되어 세계적으로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대외적인 기관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기관의 인지도를 제고함은 물론 내부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하고 성취감과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에서 2011년, 2017년에 이어 2020년에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국가연구개발사업 상위평가에서도 수산시험 연구 사업이 2012년, 2015년 및 2018년 3회 연속 ‘우수’ 등급을 획득하였다.

이 밖에도 2020년에는 해양수산부 주관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행정안전부 주관 책임운영기관 서비스혁신 공유대회에서 본선에 입상하는 등 기관 혁신과 서비스 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선진 과학기술 도입 등을 통해 수산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중·일, 한·러, 한·아르헨티나 간 국제 연구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일본, 중국, 베트남 등과도 국제학술교류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과학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에 대해서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앞선 수산과학기술을 보급하여 개발도상국의 수산업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수산선진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나아가 식량원조 수원국이던 우리나라가 공여국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였다.

 

미래 100년의 지향점

한편, 100년 간 축적된 연구 성과와 전통은 국립수산과학원 전 직원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내재화되어 국립수산과학원의 미션을 수행하고 비전을 달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1949년 개원 이래 국립수산과학원의 미션으로 정한 ‘수산연구를 통한 수산정책 지원 및 현장기술 보급’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전 직원이 함께 국립수산과학원의 미래비전과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앞선 선배연구자들이 일궈온 성과를 각자의 연구능력과 저력으로 체화하여 ‘수산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이라는 기관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수산과학원의 미션과 비전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는 4대 핵심가치인 ‘도전, 지속, 국민, 공정’을 행동준칙으로 삼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몫을 묵묵히 감당해 나감으로써 과거 100년을 토대로 다가오는 100년을 담대하게 열어가고 있다.

2021년!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이 되는 올해는 늘 그래왔듯이 국립수산과학원이 선두에 서서 우리나라 수산업을 전통적 사양 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 미래 첨단 산업으로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의 증가, 수산자원과 어업생산량의 감소로 수산물 수입은 증가하고 고령인구와 1인가구의 확대에 따른 건강·기능성 수산식품의 수요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기술의 확산으로 인한 수산업·어촌의 급속한 변화와 탄소중립 2050, 시장개방 확대 등 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추진전략과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속도감 있게 현안과제를 풀어가야 할 때이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국가와 국민이 우리에게 준 미션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고 다음과 같이 수산과학 기술 개발에 모든 연구역량을 집중하여 수산업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여 수산업을 선도적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수산업의 스마트화 관련 연구인 ‘Smart Fisheries’ 전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스마트 양식 기술개발, 스마트 어업자원 관리 및 스마트 피쉬 케어 시스템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앞으로 더욱 역점적으로 추진하여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아울러 2020년 설립된 사업화 지원팀을 더욱 보강하여 우수한 기술은 조기에 현장에서 사업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에 기인한 적조 및 고수온 등 수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및 예측기술을 통한 수산재해 예측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어업현장과 공유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변화하는 해양환경에 적응하는 한편,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여 수산양식 신품종을 개발하고 아열대성 고부가가치 양식생물을 양성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어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도 추진할 것이다. 또한, 고수온에 따른 수산질병 연구와 양식 어류의 면역 증강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셋째, 전 지구적인 이슈로 대두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수산분야 대응에 있어 국립수산과학원은 국가정책에 부응하여 2010년부터 어선어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오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수단별 감축 잠재량을 산정하고 근거자료를 확보하여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아가 어선의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한 ‘어선 외관에 부착된 해양생물 제거기술 개발’, 어구를 활용한 어업활동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저감형 최적 어구 개발’등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대비 수산식품 개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고령층과 청소년 등 전 세대가 선호하는 세대 맞춤형 수산식품을 개발하고, 선진 가공기술 개발을 통해 가정간편식, 의료목적용 식품 등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하는 한편, 친환경 포장 재질 및 스마트 가공을 통해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여 영양과 면역 기능성을 강화한 간편식 수산식품 개발에도 연구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비자, 어업인, 수산 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불편과 애로사항을 최우선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같이 하는 수산연구’의 자세를 통해 ‘가치 있는 수산 기술’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국립수산과학원의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고 나아가 ‘수산연구 첫 걸음, 기술혁신 큰 걸음, 국민행복 한 아름’의 희망찬 미래 100년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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