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씨스피라시’가 밝힌 MSC의 불편한 진실
영화 ‘씨스피라시’가 밝힌 MSC의 불편한 진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5.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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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속가능한 어업, 지속가능한 수산물이란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씨스피라시(Seaspiracy, Sea(바다)+ Conspiracy(음모))’ 감독 알리 타브리지는 러닝타임 1시간 30분 동안 지속가능한 어업은 실체가 없으며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일까? 

우리는 다양한 매스컴을 통해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바다거북, 육지 쓰레기를 먹고 죽은 해양생물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그러나 영화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 중 빨대와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0.01%에 불과하며 오히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버려지는 어망으로 인한 오염이 46%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어업활동 그 자체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어획과 부수적 어업으로 죽는 물고기들로 무너지고 있는 해양생태계의 심각성을 고발한 것이다. 즉 우리가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빨대 사용을 지양해도 상업적인 어업이 계속되는 이상 해양 생태계 파괴는 계속된다.

자칭 비영리단체라고 말하는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는 ‘지속가능한 어업’,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지향한다. 남획, 불법어획, 혼획, 해양환경 파괴 등을 최소화해 잡힌 수산물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는 이상 수산물이 잡히는 환경이 어떠한 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부여하는 ‘MSC 인증’을 믿고 수산물을 구매한다. 그러나 MSC의 연간 수익 80% 이상은 수산물 로고 인증을 부여하는 데에서 온다. 이들은 더 많은 인증을 부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이는 상업적 어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MSC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해양보호단체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다. 그들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어업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씨스피라시’는 개봉 하루만에 미국 넷플릭스 영화 순위 9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껏 어업활동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시키기 때문에 수산물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 내내 감독과의 인터뷰를 피했던 MSC 관계자는 영화가 국제적 이슈로 대두된 이후에서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공개했다. 요약하자면 영화의 전반적 부분에 대해 동의할 수 없지만 남획으로 인해 바다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데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영화 ‘씨스피라시’는 해양생태계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으며, 오래된 연구 논문을 인용하고 특정 인터뷰만을 짜깁기해 제작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들에게 상업적 어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 전 세계 어종의 1/3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남획됐다.

바다가 없으면 인간도 없다. 바다를 이기려 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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