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선박, FRP 대체 가능할까?
알루미늄 선박, FRP 대체 가능할까?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5.1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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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성, 연료비, 친환경 등 장점 많아…
알루미늄 선박 건조
알루미늄 선박 건조

[현대해양] 지난달 4일 제주도 인근 해상, 29톤급 어선이 화재로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8명의 승선원 중 2명은 구조됐고 6명이 실종됐다. 비슷한 사고는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역시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화재로 침몰한 29톤 어선에 타고 있던 9명의 선원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두 선박이 강화플라스틱섬유(이하 FRP) 소재 어선이었다는 것이다.

 

전체의 96% 차지하는 FRP 선박

FRP 선박은 1978년 정부가 ‘선질개량사업’을 추진하며 기존의 목선 대신 장려해왔던 소재의 선박이다. FRP는 건조/수리가 용이하고, 단가가 낮으며, 부식에 강해 관리가 쉽다. 문제는 FRP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취약하고, 재활용이 어려우며, 폐선 처리 등에 있어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FRP는 플라스틱 종류로 화재에 취약하며, 화재가 일어나면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건조부터 폐기까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문제도 있다. 건조과정의 그라인딩 작업 시 다량의 FRP 가루가 발생하는데, 집진시설을 갖춘 밀폐식 시설에서 건조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조선소의 대부분은 그러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 FRP 가루가 바다에 유입될 경우 어류가 먹고 미세플라스틱처럼 몸에 축적한다. 폐 FRP 선박의 처리도 문제다. 연안이나 항만에 방치된 폐 FRP 선박을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FRP 소재 선박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자 2003년 해양수산부는 ‘친환경어선 개발 설명회’를 개최하고 2013년까지 알루미늄 경합금 어선을 개발·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FRP 어선의 비율은 전체의 70% 가량이었다. 그러나 2019년말 해수부의 어선등록통계에 따르면 FRP 어선은 96%로 증가했다. 원양어선 213척 중 1척, 근해어선 2,730척 중 1,793척, 연안어선 3만 9,607척 중 3만 8,599척, 양식장관리선은 1만 8,095척 중 1만 7,837척이 FRP 어선이었다. 어구 무게가 무거워 가벼운 FRP를 사용할 수 없는 원양어선이나 안강망 어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FRP 어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박일래 울릉군수협 저동어촌계장은 “정부의 선질개량 사업 이후 대부분의 신조 선박은 FRP가 차지했다”며 “어민들은 보통 이미 몰드가 갖춰진 FRP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선박의 초기 건조 비용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알루미늄 선박

현재 FRP의 대안 소재는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외부 충격이나 화재 등에 강하며 폐선 시 재활용이 가능하기에, 환경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FRP가 적층된 층간 균열로 인해 수분을 흡수하고 이로 인해 선체중량이 증가하며 선박 수명이 단축되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알루미늄은 수분을 흡수하지 않아 안정성이 높으며, 동급 FRP에 비해 30~40% 정도 가벼워 연비가 높고 선속이 빠르다. 또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될 시 강도가 약해지는 FRP와 달리 자외선에 의한 변형도 없다. 특히 알루미늄 소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친환경성 때문이다.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FRP에 비해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FRP 선박과 알루미늄 선박 비교

중소조선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건조 가격이나 수리비를 제외하면 알루미늄 선박의 장점이 많다”며 “다만 알루미늄 소재의 선박 기준이 다소 강하다. 선체 두께 등 일부 항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기준이 있는 경우가 있다. 알루미늄의 경우 소재 자체가 FRP 보다 강성이라 기준을 낮추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PE 소재 등 또 다른 소재를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규제 정책이라 관련기준이 없는 경우 시도조차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알루미늄이 가장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선박 소재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루미늄 선박 건조 기업 박정규 ㈜케이에스브이의 부사장은 “알루미늄 선박 제조가가 FRP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최근 제조공정의 간소화로 FRP에 비해 130% 정도 가격이면 제작이 가능하다”며 “특히 유지보수 시 FRP는 원상복구가 거의 어렵지만 알루미늄은 판금 및 용접 등으로 원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FRP·알루미늄 선박을 모두 제조하는 김도윤 ㈜우남마린 전무는 “FRP 선박 건조에는 몰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초기비용이 알루미늄보다 높을 때도 있다”며 “FRP 선박과 알루미늄 선박에 들어가는 총 비용을 단순비교하는 건 어렵다”고 전했다. 해수부에서는 2025년까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부표로 대체하는 등 해양환경 개선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 선박 보급 지원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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