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해운업 초호황
코로나19가 가져온 해운업 초호황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5.11 0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운업계, 찾아올 겨울에 대비해야

[현대해양] 지난달 2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46.34포인트 오른 2979.7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달 말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컨테이너 시황이 좋았던 시기는 2004·2009·2020년으로 매번 최고 실적을 갱신했다. 그리고 2021년 올해,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호황은, 언제까지 갈까?

 

해운업계에 찾아온 간만의 호시절

한진해운이 분해된 5년 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세워졌다. 그럼 지난 5년간 해운업계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쓰러지기 직전인 2015년 한국 해운 매출은 약 39조 원이었다. 이후 매출은 2016년 29조 원으로 떨어졌다가 2020년 36조 원, 그리고 올해 40조 원으로 회복할 것으로 추정된다. 선복량에 있어서도 2016년 105만TEU 기록 이후, 2016년 12월 46만TEU로 떨어졌다가 올해 105만TEU를 재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말부터 해운업 운임비는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그야말로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HMM과 SM 상선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양사 모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의 영업이익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HMM의 총 영업이익은 9,808억 원이었는데, 지난달 11일 기준 HMM의 1분기 영업이익은 7,500억 원~1조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호황은 대형선사만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 해운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간만의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한 중소선사의 해외영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작년 가을까지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현재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20여년 간 해운 업계에 있었는데 지금이 가장 호시절이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중견 컨테이너 선사의 재무 관계자 역시 “지금은 유래 없는 호황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월 이후 중국 관련된 선박의 운임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 10년 이상 지나친 침체기를 겪었기에 드디어 정상화가 되고 있는 것이라 보고 싶다”고 전했다.

 

정책지원, 코로나19, 수에즈 사고

물론 해운업계의 이러한 호황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가 지난 2월 발표한 작년 결산에 따르면 머스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4% 증가했다. 또한 올해 1분기 실적도 작년 4분기 실적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호황의 이유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한 정책지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증가,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의 여파 등이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인해 해운산업의 성장기반이 마련됐고 해운산업 실적 역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선화주 협력강화를 통해 적취율이 개선됐으며 선박 200척 발주를 통해 해운-조선 업계의 상생도 이루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HMM 배재훈 사장은 지난달 23일 ‘제1차 한국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에서 “코로나19로 전세계 서비스 산업이 위축되고 보복소비가 늘어난 것이 물동량 급등의 원인”이라며 “올해 초 유럽항로의 운임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수에즈 운하 통행이 금지되며 반등됐고, 미 서주 운임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호황 언제까지 지속될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높은 운임을 등에 업은 해운업의 호황기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SCFI가 올해 계속 25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못할 거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대부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가 호황기라 전망하고 있었다.

해운업의 사이클
해운업의 사이클

신철영 해수부 해운정책과 사무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상거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선박 순환 지연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의 수리 중인 선박을 제외하곤 다 나가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인데도 수요 충족이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금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가격이 떨어질거라는 의견과, 코로나 종식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금 컨테이너선 시장의 호황은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갈 것”이라며 “다가오는 3분기는 해운산업이 전통적인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6일 매일경제 TV에서 “수요는 급격히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급량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올 3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선박이 발주됐는데, 이 선박들이 인도될 2023년부터는 운임하락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시행과 동시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박금융 투자보증, S&LB를 통한 유동성 공급, 해운재건 추진 등의 진행을 맡았다. 동시에 친환경선박전환지원 사업이 도입돼 친환경 선박 건조 시 평가를 통해 전환지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하는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32척이 655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2019년부터는 친환경설비 이자차액보전사입 도입과 2020년 우수선화주인증제도 도입으로 각각 2%의 이자와 3%의 공제금이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해수부에서는 1.2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추진했으며 정부에서는 해운산업을 7대 기간산업에 포함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했다. 2000년 8월 기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49개사에 총 4조 2,830억 원을 지원했다.

한 중소선사의 재무 관계자는 “우리는 해진공의 친환경선박전환지원사업으로 2척의 배를 건조했고, 2척의 배를 추가 인도받을 예정인데, 선박금융 사업을 통한 이자감면 혜택 등의 도움을 받았다”며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중소업계로서 이러한 정부 지원은 지속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해수부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해운산업 도약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해수부의 해운 재건 계획 2막이다. 발표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해운산업은 한진해운 파산 전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해운매출액은 약 36조 원,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80만TEU로서 2017년 대비 각각 7조 원, 34만TEU 증가했다.

해수부는 올해에도 선박을 발주해 2025년까지 HMM 선복량을 30% 이상 늘려주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으로 중소선사 지원 확대, 국적선사의 신조발주 확대를 통한 비용경쟁력 확보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해진공을 통해 △한국형 선주사업 △신규보증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을 진행한다. 또한 국적선사들의 고비용 용선 및 노후 선박을 고효율 신조 선박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신조선 발주를 지원하며 중소선사에는 정책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국적선사의 임시선박을 매월 2척 이상 투입하고, 선적공간의 50%를 중소·중견선사에 우선 배정하는 등 중소화주의 애로를 해소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전문가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해운재건계획의 목표는 이미 다 이뤘다고 할 정도로 업계가 호황이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이 상태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호황이 지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계가 초대선사, 글로벌서비스가 가능한 선사를 중심으로 대형화·집중화 되고 있다. 특히 작은 선사는 정기선에서는 찾는 화주가 이미 없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니 이러한 시장을 받아들이고 각자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중소선사를 향해 “고려해운이 외국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선택했고,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이 통합으로 규모를 키우려하듯 중소해운선사는 대형선사와 제휴·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역사적인 흐름”이라며 “대형선사에게 원하는 화주들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 부족하다면 독보적인 항로 우위성 등 뭔가 특별한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글로벌 대형 해운사에 대응할 국적선사의 경우 화주 맞춤형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우선 국내 화주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공하면 중국 화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조금씩 시장을 늘려나가는 방법이 글로벌 대형 해운사에 맞설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향후 반년 남짓이면 운임비가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니 지금의 호황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선화주협력모델을 만들어 다음 겨울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화주들과 협력하고, 정부의 정책 지원을 잘 받아 최대한 값싼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불황을 위한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칠봉 전 대한해운 부회장은 “불황을 대비하는 데에는 장기용선계약을 맺고 선박 원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해운업은 경쟁력 있는 대형선사와 영세한 중소선사로 나눠져있는데, 지금 세계적인 추세가 대형선사인만큼 시장을 잘 살펴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대형선사의 경우 장기용선계약을 맺는 것이 핵심이고, 중소선사의 경우 배를 저시황 시기에 경제적으로 건조해 선박 원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해운업이라는 건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사실 미리 대안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

세계적인 경기와 물동량 문제는 사실 국내 정책만이나 선사들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석탄 운송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석탄 수입량과 물동량이 줄어드는 식의 일은 앞으로도 생길 것”이라며 “경쟁력 있게 배를 건조할 수 있도록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MM 가온호 명명식,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비롯 황호선 해진공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관련자가 참석했다
HMM 가온호 명명식,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비롯 황호선 해진공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관련자가 참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