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유통 블록체인이 뜬다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이 뜬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5.1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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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산물 유통 시장에도 변화 오나

[현대해양] 원산지가 불분명한 수산물을 철저히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수산물 이력 추적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 소비 형태가 증가함에 따라 등장한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국내 수산물 유통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신뢰도 바닥… 대안은?

수산물 원산지 미표시, 허위 표시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4월 30일 기준 올해에만 73건의 원산지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4월만 해도 24건의 위반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에 따르면 원산지 위반 사례를 감독하는 조사 공무원은 148명에 그친다.

재래시장의 경우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허다하게 발생한다. 올해 초 수산물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을 조사한 결과 수산물 원산지를 구분하는 푯말 또는 표시판을 두지 않은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원산지 표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타개책은 ‘블록체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KMI 현안연구 보고서 ‘수산분야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은 △국내외 수산물 이력·인증 정보 시스템 도입으로 안전한 수산물 정보 관리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을 사슬(chain)처럼 이어 구현하는 기술이다. 각 블록에는 데이터가 저장되는데, 이들이 사슬처럼 연결되면 거래 데이터 장부를 형성한다. 블록체인기술은 금융, 의료업계, 보험업계, 주식거래, 물류분야 등 산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이 접목된 공산품의 거래는 활발했으나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농·수산물 유통에 연계할 경우 원산지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고 유통기간을 단축시켜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 산업계에서도 진입 시도

현재 국내에서는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해양수산부, 전라남도, 부산시 등이, 산업계에서는 삼성SDS, 삼진어묵, 청산바다, 대일수산 등이 수산물 이력추적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수산물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식료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수산물 안전 정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만족되기 때문이다. 2019년 발행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KMI 현안연구 보고서는 ‘수산분야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수산물의 이력관리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취지는 그 동안 수산물의 정보 관리에서 나타났던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블록체인기술이 극복해 나갈 수 있으며, 안전한 수산물을 중시하는 국내외 소비자와 소매·요식업체의 정보 수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최초 블록체인기술을 수산분야에 도입해 적용한 삼진어묵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삼진어묵의 원료 수입국에 대한 악성 루머로 소비자의 의심 및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제품 포장지에 가져다 대면 제조일, 유통기한, 원산지 등 기본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 입고부터 가공·포장·판매에 이르는 과정의 이력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부산은 블록체인 수산물 시장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혁신사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지의 수산물을 소비자까지 블록체인 기반 콜드체인 기술을 이용해 신선상태로 유통 및 이력관리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사업 개요다. 위 사업 역시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지에서 소매점까지 유통되는 과정의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산물 이력추적 관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삼성 SDS는 2017년부터 수산물 블록체인 기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오경일 삼성SDS 전자물류운영혁신팀 프로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수산물이며, 주요국 중 한국의 수산물 소비량이 1위에 달한다. 불법조업에 의한 수산자원 고갈 문제, 지속적인 먹거리 안전문제, 수산업 환경 개선의 요구 등이 대두되고 있어 수산물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를 추진하게됐다”고 밝혔다.

 

유통 이력, 손쉽게 확인 가능해져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수산물에 도입할 경우 관련 이력 정보에 대한 신속한 역추적이 가능해진다. 수산물이 생산지에서 소매점까지 유통되는 과정의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 소비자는 수산물이 어떤 온도·습도를 유지해 운송됐는지, 방사능에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등을 휴대폰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유통 시간도 단축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유통·물류 사업자의 업무처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자 간에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실증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후반기부터 적극적으로 적용 지역과 상품의 확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2022년부터는 사업 적용범위를 수산물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더욱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수산물 유통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자료제공_부산시)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수산물 유통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자료제공_부산시)

블록체인 농산물 플랫폼, ‘인기’

수산물 블록체인 연구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농산물 분야에서는 불록체인 SCF(Supply Chain Finance) 통합 밸류체인 플랫폼 ‘마켓블리’가 탄생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블리는 블록체인 플랫폼 ‘블로서리’가 운영하는 농식품 직거래 플랫폼이다. 지난해 3월 오픈한 마켓블리는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의 신뢰성을 얻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장점인 스마트 컨트랙트 거래를 활용해 대금지급지연을 차단하고 계약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성립과 대금지급 등이 이뤄지게 해 중소 생산자와 유통업체의 불이익까지 방지해 믿음을 준다.

농식품 직거래 플랫폼 마켓블리는 서비스 오픈 10개월 만인 지난 1월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차트 톱 10위권에 진입했으며 2021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0% 상승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가상 자산 펀드 GBIC로부터 약 17억 원 규모의 통큰 투자 유치를 성공했다. 블로서리는 이번 투자 유치 자금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수산물 블록체인기술 도입에 대한 성공사례를 만들려면 관련 시범사업이 확대되고 다각적 실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수산 분야 전반과 블록체인기술과의 연계성을 파악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시켜 나갈 수 있는 인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수산분야 블록체인기술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 양성 방안과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좋은 수산물을 찾고 있다. 수산물 유통도 급속히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수산물 유통 블록체인 기술은 국민들의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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