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해안뉴딜, 탄소중립 지름길
숨쉬는 해안뉴딜, 탄소중립 지름길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1.05.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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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현대해양]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생존과 미래의 사활이 걸린 과제입니다.”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다. 지난 몇 달간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2050 탄소중립을 천명했고,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일상이 되었고, 탄소중립은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자 숙명이다. 지난달 개최된 ‘지구의날’, ‘기후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상향조정하겠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K-방역 성과로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 이제 탄소중립에 앞장서겠다는 담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세계 각국은 탄소감축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목표상향조정으로 더 바빠졌다. 그러나 우리가 내세울 만한 자연 탄소감축원은 현재 육상의 산림, 즉 그린카본에 국한된다. 산림청은 향후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로 연간 3,400만t의 탄소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국가 장기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감축원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바다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다의 자연 탄소감축원인 ‘블루카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지 꽤 오래다. 블루카본은 염습지, 잘피밭, 맹그로브숲과 같은 해양생태계가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블루카본 과제를 통해 우리나라 염습지 갯벌이 주요한 탄소감축원으로 밝혀진 것은 고무적이다. 핵심은 블루카본의 경제성에 있다. 예를 들면, 동일한 탄소고정량을 갖는 그린카본은 블루카본보다 약 5배의 조성비용이 들고, 면적도 약 2배 필요하다. 즉, 바다에 갈대밭을 만드는 것이 육상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것이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탄소중립 대응으로 블루카본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식생 갯벌에 갈대, 칠면초와 같은 토종 염생식물을 심어 탄소감축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과거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만큼 새로운 염습지 갯벌이 조성된다면 2050 탄소중립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카본 확충은 생물다양성 증진, 해안침식 완화, 해양산성화 완충 등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토탈 솔루션이기도 하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는 2000년대부터 전 해안에 식생지, 굴밭을 새롭게 조성하고 친환경소재를 활용한 해안선 연성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리빙쇼어라인(Living shoreline)’ 프로젝트다. 이는 특히 플로리다주를 중심으로 활발한데, 훼손된 연안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저감 능력까지 증진시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국가 차원의 대표 해양사업이다. 본 사업의 경제성은 실로 크다. 새로 조성된 연안서식지는 1당 연간 1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져왔고, 연간 25조 원의 재해비용을 저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블루카본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을 조성하여 탄소중립을 주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해안을 대상으로 하는 가칭 ‘숨쉬는 해안뉴딜’ 사업은 2050 탄소중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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