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을 통한 녹색성장의 길
해양과학을 통한 녹색성장의 길
  •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 승인 2009.06.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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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세계 각국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타개할 목적으로 녹색성장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자원 고갈에 따른 경제 위기 초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전, 그리고 에너지 안보 실현을 통한 양질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각국의 실천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녹색성장(Green Growth)은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에 기여하여 지구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선순환되도록 이끌어 가는데 핵심이 있다. 저탄소화는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녹색산업화는 녹색기술, 환경친화적 비즈니스모델 등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녹색기술 영역은 환경변화 예측기술, 에너지원기술, 고효율화 기술, 사후처리기술, 무공해 산업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사례를 볼 때 해양과학 분야에서 녹색성장을 위한 실천 노력에 있어서는 미국과 일본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국가차원에서 기후변화 과학프로그램과 기술프로그램의 형태로 통합관리를 진행 중이며 일본은 지구모의실험장치(Earth Simulator)에서 운용되는 고해상도 기후변화 예측시스템을 개발하여 기후변화 및 변동성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국가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한국해양연구원을 주축으로 국가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는 해양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인 통합 기후예측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환경변화와 온난화, 이상 기후현상 등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가 바로 해양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 연구는 전지구 기후변화 및 관련 정보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세계적 수준의 미래 기후 예측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해양관측, 기후변화 예측 모델링, 자료 분석을 통한 통합적 기후 예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양력을 활용한 에너지 실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천혜환경에 맞는 에너지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륙국가나 산림국가의 경우 바이오에너지와 풍력, 수력에너지 개발에 몰입하고 사막국가인 경우 태양광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처럼 해양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조력, 조류, 파력, 해상, 풍력에너지 개발에 큰 비중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 이후에 해양을 통한 대체에너지 실용화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하는 조력발전은 경기 시화지역에 시화호조력발전소(254MW) 건립을 추진하여 2010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 인천 석모도 주변에 조력발전 개념설계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4년 건립 예정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인 1,440MW급으로 인천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10%를 감당하는 수준이다. 

 해수의 빠른 흐름을 이용하는 조류에너지 개발 분야는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으며 해외수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야이다. 현재 조류발전에 필요한 개념설계 및 최적지 선정 분석, 경제성 파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해양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하여 전라남도 진도의 울돌목에 1MW급 시험조류발전소를 개소하고 5월 중순에 준공식을 개최함으로써 본격적인 조류에너지 개발에 서막을 열기도 했다. 앞으로 조류에너지 연구분야는 시험조류발전시설의 성능 효율화와 안전시스템 기술 개발에 더불어 장죽수도 및 맹골수도 지역의 조류발전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지역 조류에너지 개발이 상용화될 경우 연간 2,000억원의 원유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파도를 이용한 파력에너지 실용화를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에 앞서 일본과 영국, 포르투갈, 호주 등이 실증 플랜트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60kW급 부유식 진동수주형 파력발전장치인 주전A호 개발 및 시험 운용이 이뤄지고 있으며 부표용 소형 부유식 파력발전기 BBDB 개발 및 시험 운용, 500kW급 파력발전 챔버/터빈 종합시스템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500kW급 파력발전 실증플랜트를 제주 서부 해안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2017년까지 파력발전 상용화 및 해양에너지 복합발전 실용화를 달성해간다는 계획이다.

 해양에 존재하는 자연력 외에 해양 미생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바이오수소 생산기술 개발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2030년경이 되면 수소(중심)경제가 도래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선진국의 경우 1970년대 말부터 수소의 제조, 저장, 이용 등에 관한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기반 기술을 확보에 주력해 왔다. 국내에서는 2003년 고효율수소에너지의 제조, 저장, 이용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여 광합성 미생물인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수소 생산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2008년에는 심해에서 분리된 호열성 고세균의 수소생산 기초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해양 바이오(조류) 에너지 자원화 기술 분야도 전망이 밝다. 지금까지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옥수수나 콩 등 식량자원을 원료로 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연구가 주를 이뤄왔다. 곡물자원에 비해 해조류를 이용한 연구가 각광받는 이유는 식량작물과 경쟁이 필요 없고 경작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성 변동이 적어 에너지 생산 효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제주도 연안에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해조류인 구멍갈파래를 이용하여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기술은 해양에 녹조현상을 일으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양식장 황폐화로 어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혀온 가시파래를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그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연구활동들은 한국해양연구원을 주축으로 해양에서 미래 자원과 에너지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다. 일부 분야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일부는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국가 미래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도전과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녹색성장에 필요한 청정에너지 개발과 신산업 발굴을 위한 전세계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기저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구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은 해양이다. 미래성장과 번영의 지속은 해양의 비밀을 알아내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져 있고 해양과학, 항만, 해운, 수산, 조선 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우리나라에 있어 해양을 통한 녹색성장 전략은 우리의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천혜의 조건을 활용하지 못하고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점차 강화되는 국제적 환경규제의 벽과 성장기반의 한계에 부딪혀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약 력
1976 고려대 지질학과 석사 졸업
 1978 고려대 광물광상학 석사
 1982 프랑스 파리대학 지질구조학 DEA
 1984 프랑스 올레앙 대학 광물자원학 박사
 1978.01~현재 한국해양연구소(원) 연구원/ 선임연구원/책임연구원
 1982.09~1984.12 프랑스 국립지질연구소(BRGM) 연수연구원
 1988.03~1988.12 미국 국립지질연구소(USGS) Post-Doc 연구원
 1989.05~1991.12 심해저 광물자원개발 연구사업 책임자
 1990.07~1992.08 한국해양연구소 광물자원연구실 실장
 1992.03~1997.05 한국해양연구소 심해저탐사사업단 단장
 1995.04~1996.05 한국해양연구소 해양지질연구부 부장
 1999.01~1999.12 한국해양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 회장
 2000.06~2001.10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정보기기원단 단장
 2007.01~현재 한국해양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 회장
 2007.04~현재 한국해양연구원 혁신평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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