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장·차관 인사 앞두고 ‘정통 수산전문가’ 요구 거세
해수부 장·차관 인사 앞두고 ‘정통 수산전문가’ 요구 거세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5.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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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불균형·수산 위기론 힘 얻어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현대해양]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이어질 차관 인사를 앞두고 수산전문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성호)는 지난달 27수산업 위기 국면에 진정한 수산전문가가 필요하다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이틀 뒤에는 해양수산 전문 언론에 정책광고를 게재하고 정통 수산전문가 기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달 16일 단행된 개각에서 장관 후보로 예상 밖의 인사가 지명됨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계 안팎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강준석 전 차관, 이연승 전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친()수산인사를 후보로 점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거기에 만약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다면 전재수 국회의원 정도 거론됐던 것 또한 맞다. 그런데 다수의 예상을 깨고 실장(1)에서 승진한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차관이 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것이다.

특히 수산계에서는 해수부 25년 역사 동안 장관이 22명이 임명됐지만 한 차례도 수산 전문가가 등용된 적이 없어 늘 소외되고 전문가의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했던 차였다. 따라서 이번 문재인 정부 마지막 개각에서만큼은 수산 전문가가 등용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진정한 수산전문가는 누구?

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해양수산부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기에 이번 정부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만큼은 수산 전문가가 임명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수산분야 종사자가 138만 명이 넘고 부가가치 또한 해운, 항만보다 높아 국가경제 기여도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운, 항만 출신이 고위직을 차지해 왔고 이들이 수산쪽 주요 요직을 독식하고 있는 것 역시 수산계와 어업인들의 불만사항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어업인들 기대와 달리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수산 전문가 선임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수산업의 중요성과 가치의 파급력이 큰데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발표 등 수산업의 대위기 국면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해운, 항만 출신이 잠시 수산쪽 업무를 경험했다고 해서 수산통이나 수산전문가라 할 수 없으니, 이론과 오랜 현장경험을 충분히 겸비한 진정한 수산 전문가를 배제하지 말고 고위직으로 발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박 장관 후보자가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눠질 때 국토해양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아 어업, 어촌 수산에 애착이 강한 수산전문가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번 개각과 관련해서 수산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뜨겁다. 이승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수부 공무원 출신으로 (지금까지) 장관이 된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해운항만 출신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어업인 정운현 씨는 수산전문가들이 어찌 해수부 장관 되는 게 힘든지 참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또 수산인 김한태 씨는 바다를 아는 사람만이 해수부를 이끌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변이 없는 한 후보자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는 만큼 대통령의 장관 임명장 수여 이후도 거론되고 있다.

수산계에서는 현 차관이 장관이 되면 차관 자리가 비는 만큼 그 자리에 누가 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수산계에서는 임명이 강행될 장관 후보자는 차치하더라도 차관만큼은 진정한 정통 수산전문가가 발탁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장관 후보자가 성공한 장관이 되기 위해서 수산이 소외되지 않도록 인사 불공평을 해소하고 수산 전문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100만 톤 이하로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수산업을 회생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산업에 대한 철학과 현안 해결을 위한 대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명 차관 후보군 올라

현재 차기 차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해수부 15명 중 고시 출신 4명으로 알려졌다. 즉 엄기두 기획조정실장, 송상근 해양정책실장, 김준석 수산정책실장,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이 그들이다. 엄 기조실장, 송 해양정책실장, 김 수산정책실장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36회 동기이고, 최 원장만 수산기술고시(30)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다.

후보군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는 엄 기조실장이라 할 수 있다. 역대 차관은 기조실장이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전 박준영 차관이 그랬고, 박 차관 전임 김양수 전 차관도 기조실장에서 차관으로 발탁됐다. 반면 외곽에 나가있는 최완현 수산과학원장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수산계에서는 수산전문가의 정무직 기용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해수부 본부에는 수산전문가가 없다는 시각이다. 김성호 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해운·항만 출신이 잠시 수산업무를 경험했다고 해서 수산전문가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이론과 현장경험을 충분히 겸비한 진정한 수산 전문가를 외면하지 말고 고위직으로 발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수부 차관 후보군. 사진 왼쪽부터 엄기두송상근김준석 실장, 최완현 원장.
해수부 차관 후보군. 사진 왼쪽부터 엄기두·송상근·김준석 실장, 최완현 원장.

엄기두(55) 실장은 서울 장충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해수부 항만물류과장, 주러시아연방 대사관 1등서기관, 해수부 기획재정담당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장, 해양산업정책관, 해운물류국장 등을 거쳐 수산정책실장, 기조실장에 올랐다. 해운물류국장 때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해운 재건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의 해운물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기획 조정능력 또한 높게 평가된다. 반면 수산정책실장 시절 호언장담한 수협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난 것,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피격사건 때 업무 파행에 대한 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박 장관 후보자가 고려대 출신이므로 엄 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한다면 김영춘 전 장관 때와 같이 일명 고고라인(고려대 출신 장관-고려대 출신 차관라인)’이 형성되는 것 또한 불리한 형세다.

송상근(53) 해양정책실장은 1968년생으로 진주 동명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34월 공직에 입문했다. 송 실장은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 대변인, 주 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관 등을 역임하는 등 해양·환경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영국 런던에서 대사관 참사관을 지내며 국제적 경험을 갖췄다는 점과 강력한 업무 추진력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김준석(51) 수산정책실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 성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카디프대에서 해사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실장은 19934월 공직을 시작해 해양수산부 해양산업정책관, 정책기획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해운물류국장을 맡아왔다. 기획조정실에 오래 근무해 예산, 국회관계에 밝다.

부산지방항만청장 재직시 해양관광에 역점을 두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것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반면 지난 2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1급으로 승진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약점 아닌 약점이다.

김 실장, 송 실장 모두 국장에서 실장 승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차관 기용엔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김 실장의 경우 정부부처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연소 1급이라 나이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최완현(57) 국립수산과학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경대 대학원에서 해양수산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수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해수부 수산정책과장, 국제원양정책관, 수산정책관, 어업자원정책관 등 수산 관련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례적으로 어업자원정책관과 수산정책관을 겸직하기도 했다. 수산에 관한한 전문성이 뛰어나고 업무 추진력과 갈등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진행중인 수산혁신2030’ 프로젝트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최 원장이 지난해부터 운영을 맡은 수산과학원은 행정안전부 주관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서비스 혁신 공유대회에서 본선에 입상하는 등 실적을 올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진도 현장에서 보여준 발 빠른 리더십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최 원장의 약점이라면 기수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점과 수산 업무에는 능통하나 해운항만 분야에는 경험이 없다는 것. 앞서 손재학·강준석 전 차관 또한 수산기술고시 출신이었지만 차관직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다는 선례가 있기도 하다.

대통령이 친()해운항만 인사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상 차관만큼은 정통 수산전문가가 발탁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해수부 인사 불균형과 특정 분야 배제가 극에 달해 강력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는 보도(현대해양 3월호 참조)가 파장이 컸던지라 인사 불공평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외부인사 발탁도 관전 포인트다. 꼭 내부승진만 능사가 아니라는 것. 좁은 인재풀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조직을 객관적으로 평가, 재구획할 외부 민간 전문가 인재풀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승진한지 몇 개월 안 된 이들이 이른 나이에 정무직에 발탁돼 조기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권 수협 조합장 K씨는 코로나19,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발표 등으로 수산업계와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은 외부든 내부든 수산을 제대로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전남권 수협 조합장 L씨는 지금 해수부 핵심라인에 수산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장관도 차관도 해운항만청 출신인사가 맡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해양·수산 양날개가 같이 작동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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