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장관을 귀감으로 초대 국가안전처장 임명해야
이주영 장관을 귀감으로 초대 국가안전처장 임명해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06.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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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국가안전이 중요하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300여 명의 소중한 생명과 맞바꾼 뼈아픈 과오를 대한민국 안전 확보의 노하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종면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사고 책임자로 지목받아 경질 1순위에 올랐다가 지난 6·13개각에서 극적으로 유임됐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그를 가리켜 ‘멀리 있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얼굴은 자주 볼 수 없지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부양가족을 위해 먼 타국 땅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사실 이 장관이 취임 40일 만에 사고를 당했으니 직원들과 살을 섞을 일이 거의 없었고 사고 이후 줄곧 진도에만 머무르고 있으니 존재감이 잊힐 만도 한데 반응은 반대로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도 사고현장을 지키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에겐 실종자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휴일도 없다. 숙소도 없다. 진도군청 4층 장학회 한쪽 구석에 가져다 둔 간이침대(일명 라꾸라꾸)가 그의 잠자리다.

그와 같이 헌신적인 인물이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싶다. 개인 대소사는 포기한 지 벌써 3개월째다. 이산가족이 따로 없다. 갈아입을 옷을 들고 찾아간 그의 아내도 얼굴을 못 보고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배가 침몰할 때 자기 임무를 망각하고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조원 무리들과 비교하는 것은 불쾌할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수부 외청인 해양 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예고했다. 해경과 해수부 기능의 일부가 국가안전처로 이관된다. 국가안전처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중요한 부처로 부상할 것이다.

그럼 이처럼 중요한 부처의 선장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이주영 장관이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국무총리부터 장관, 청와대 인사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청문회 전에 하차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국가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이 장관은 이미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이다. 사고현장 최전방에서 범정부대책본부장직을 수행하며 사고 대응법, 사고예방과 초동대처의 중요성 등을 그만큼 뼈저리게 느꼈을 이는 없을 것이다. 몸소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나름의 전문성과 노하우도 쌓았을 것이다.

사후 대처 방법도 마찬가지다. 다른 장관 같았으면 벌써 사표를 내던졌을 일이다. 다수 국민들은 이미 슬픔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진도에 뼈를 묻겠다는 자세다. 이 장관은 사고수습을 끝낸 뒤 사표를 내겠다고 말한다. 그게 도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국가는 그에게 사고수습 책임만 지고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전이 중요하다면 그에게 첫 국가안전처장의 역할을 맡겨야 한다. 그리하여 세월호 참사에서 300여 명의 소중한 생명과 맞바꾼 뼈아픈 과오를 대한민국 안전 확보의 노하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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