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케미호' 나포로 무엇을 얻었나
이란, '한국케미호' 나포로 무엇을 얻었나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4.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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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일 만에 해양환경 사법처리 없이 풀어줘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됐던 '한국케미호'가 9일 10시 20분 풀려났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됐던 '한국케미호'가 9일 10시 20분 풀려났다.

[현대해양] 외교부는 지난 1월 4일부터 이란 당국에 의해 억류돼 이란 반다르압바스 항 인근 라자이 항에 묘박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에 대한 억류가 9일 해제됐다고 발표했다. 

억류 직전 우리 국적 선원 5명, 미얀마 선원 5명, 베트남 선원 2명, 인도네아 선원 1명 등 총 13명이 승선해 있었다. 

현재 선장과 선원들의 건강은 양호하며, 화물 등 선박의 제반 상황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케미호'는 현지 행정절차를 마친 후 9일 10시 20분(이란 현지 시각 5시 50분) 무사히 출항했다.  

한국케미호는 지난 1월 4일,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에서 이란 혁명 수비대에게 나포당해 이란의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됐다. 당시 이란 당국은 한국케미호가 인근 해역에 대해 해양환경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없었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 

5일 청해부대의 '최영함'이 호르무즈 인근 해상에 도착했고, 다음날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이란으로 급파됐다. 이날 이란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 했으나 미국의 자금 동결을 우려해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3일 <테헤란 타임스>에서는 "한국과 백신 물물 교환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10일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이란으로 출발했다가 15일 귀국했다. 그는 나포사건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것과 이란과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18일 정부는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호르무즈 인근에서 청해부대를 철수시켰다. 이날 이란은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으로 유엔 회원국 분담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유엔에 전달했다. 금액은 1,625만 달러, 원화로 약 180억 원이었다. 

20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관 외무장관이 정부 홈페이지에서 "한국이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의 자산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24일 이란의 선박이 원유 불법거래를 하다가 인도네시아 해상에서 나포됐고, 이 과정에서 기름을 바다에 유출했다. 

2월 2일 이란 외무부는 승선원 20명 중 19명에 대한 억류를 해제했다. 다만 선박과 선장은 조사 완료 전까지 억류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모든 조사가 선장과 선박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사법부도 해당 사건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발표해 곧 사건이 해결되리란 관측이 나왔다. 

23일 이란은 "한국이 미국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산 10억 달러를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져 나갈 것"이라 말했다. 참고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 원화로 약 7조 7,000억 원으로 추산. 

3월 9일 이란은 "한국에서 제조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312만 회분을 수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결국 4월 9일 '한국케미호'는 완전히 풀려났다. 1월 4일 나포 당시에 나왔던 '해양환경'에 대한 사법처리나 근거, 추가 조치 전혀 없이 '코로나19 백신' '유엔 회원국 분담금' '동결 자금' 등의 이야기와 협상이 진행된 후 풀려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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