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기인 해양 쓰레기, '유실어구'의 발생과 영향
해상 기인 해양 쓰레기, '유실어구'의 발생과 영향
  • 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 승인 2021.04.0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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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현대해양] 2021년 3월 22일, 98개 회원국 및 42개 비정부기구가 참여한 가운데 국제해사기구(이하 IMO) 제8차 해양오염 방지 및 대응 전문위원회(이하 PPR) 회의가 개최되었고, 동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써 선박 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한 MARPOL 협약 부속서 Ⅴ장 개정이 논의되었다.

IMO 차원에서 해양 플라스틱 감축 논의를 시작한 지 4년 차가 된 현재, 진행 경과를 간략히 살펴보면 그림 1과 같다. 이번 제8차 PPR 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선박 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인 유실 어구(Lost Fishing Gear)에 관해 어선에서 유실 사고 발생 시 기구(IMO)에 사고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MARPOL 협약 부속서 Ⅴ장 개정을 논의하였다.

그림1 - IMO 선박 기인 해양 플라스틱 감축 논의

해양 폐기물의 발생원은 크게 ‘육상 기인’과 ‘해상 기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해상 기인의 경우 육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인 파악 및 영향 분석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을 여러 국가가 인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은 해양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국제기구 차원의 규제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국제적인 규범 마련에는 그에 적합한 신뢰성 있는 근거 자료(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해상 기인의 폐기물에 관한 국제적으로 신뢰할 만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IMO와 FAO 공동 지원으로 UN GESAMP 주관의 연구를 착수하게 되었다. 

 

유실 어구에 의한 해양 플라스틱 발생

그림2 -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원(2016, Eunomia)

영국의 환경 컨설팅 기관(EUNOMIA)에서 발표한 통계(그림 2)를 살펴보면 전체 해양 플라스틱의 약 73%가 육상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상 기인은 약 27%를 차지하며 해상 기인 중 어업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체의 약 10%를 차지한다. 현재 IMO 차원에서 논의하는 선박 기인 해양 플라스틱 감축은 이 10%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해당 10%의 발생원 대부분을 유실 어구가 차지하고 있다. 

MARPOL 협약 부속서 Ⅴ장 1 규칙에서는 ‘어구’를 ‘살아있는 해양 또는 담수 생물체를 포획, 연속적인 포획 또는 수확을 목적으로 수중 또는 수면 또는 해저에 설치될 수 있는 모든 물리적 장비 또는 그 장비의 일부분 또는 이들 장비의 결합물’로 정의한다. 즉, 어구는 어업 활동에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도구를 총칭하며 유실 어구는 어업 활동 중 여타의 이유로 유실되는 모든 어구를 의미한다.

UN GESAMP 보고서에서는 해양 폐기물의 원인이 되는 여러 종류의 어구를 소개하였으며, 어구 유실 사고의 발생 원인을 △환경적 요인 △장비 간섭 △부적합한 관리 및 규정 △운용적 요인 네 가지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어선에 탑재된 다양한 종류의 장비를 언급하면서 조업 중 어구의 손상 또는 유실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어업 활동에 관한 관계 당국의 부적합한 관리 및 규정이 특정 해역에서의 선박에 의한 과밀한 어업 활동을 유도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또한, 어구에 관한 표식 제도가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는 점도 어구 유실 사고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어구에 소유주를 포함한 각종 정보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어야 해당 어구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소유주가 책임감을 느끼고 관리할 수 있으며 회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방지 차원에서도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하였다. 
 

유실 어구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UN GESAMP 보고서는 어업 활동 중에 발생하는 유실 어구 즉,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경제적 영향 △해양생태계 영향 △사회적 영향 세 가지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어업 활동 중에 어구 유실 사고가 발생한다면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업 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금전적 수치는 나타낼 수 없지만, 일례로 오만 해역에서 유실되는 어망 종류의 어구를 90%가량 회수한다면 168백만 달러(1,900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음으로 유실 어구에 의해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생태계 오염 심각성은 이미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UN GESAMP 보고서는 다양한 해양생물 및 서식지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그 심각성을 강조하였다.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따른 환경오염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유실 어구 관련 MARPOL 협약 부속서 Ⅴ장 개정

지난 3월 개최된 IMO 제8차 PPR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MARPOL 협약 부속서 Ⅴ장 개정은 어구 유실 사고에 관한 신뢰할 만한 통계 자료를 얻는 데 그 숨은 목적이 있다. 신규로 제안된 10.7 규칙에 따르면 어선에서 어업 활동 중 어구 유실 사고가 발생할 시 관련 지침에 따라 사고 내용을 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한 문장으로는 규정의 세부적인 이행에 대해 알 수 없다. 보고 주체, 보고 사항, 보고 시기 및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협약 개정이 아닌 관련 지침서 개발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해상 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인 유실 어구의 감축을 위해 유실 사고의 의무적 보고 규정의 필요성에 IMO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수준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구체적인 협약 이행의 방법보다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선박 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한 IMO 차원의 접근 방법이다.

그림3 - 해양 플라스틱 감축 국제 규범 개발

그림 3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국제 규범 마련을 위한 IMO 차원의 절차를 간략히 보여준다. 국내·외 관계없이 국내 법령을 제정하든 국제협약을 개발하든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목적에 적합한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 및 영향에 관한 국제적으로 신뢰할 만한 근거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국제규정 마련이 어려웠다. 특히 해상 기인은 앞서 서두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양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이 합리적으로 만족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UN GESAMP 주관의 해양 플라스틱 발생 및 영향에 관한 연구는 그 의미가 크다. 

IMO 차원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4년 차이다. 비록 IMO 목적에 따라 논의 범주가 다소 제한적이고 국제회의의 특성상 논의 진행 속도는 더디지만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로서 활발한 어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해상 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 부분이 어업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유실 어구인 점을 고려할 때, 해양 폐기물 수거에 집중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유실 어구 발생에 관한 근본적인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함께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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