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6]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이 인정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6]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이 인정될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4.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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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본도 불문법 사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서른여섯 번째 여행의 시작>

이 사건에서 A와 B는 모두 남해안을 해안선으로 하여 동서로 위치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입니다. A와 B 사이의 남해상 공유수면(이하 ‘이 사건 바다’)에서는 B의 키조개 육성수면 지정과 A의 해제 요청, A의 수산자원연구소장의 연구·교습어업 실시 공고 및 B의 취소 요청 등 A와 B 사이의 관할권한 행사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분쟁이 있어 왔습니다.

이후로도 A의 해역에서 어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A 소속 어업인들에 대한 단속 및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등 A와 B 사이의 공유수면 상의 해상경계에 관한 분쟁이 계속되자 A는 2015. 12. 24. 이 사건 바다의 관할권한이 A에게 있다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B는 ‘헌법재판소는 2010헌라2 결정을 통해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 자체를 불문법상 해상경계로 곧바로 인정해 온 종전 결정을 변경하였을 뿐이지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가 간행한 지형도를 기준으로 한 행정관행이 축적되고, 이것이 1948. 8. 15. 이후에도 지속된 경우에조차 지형도 내지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해상경계선에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아니다.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가 간행한 지형도 내지 국토지리정보원이 작성한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선에 따라 1948. 8. 15.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행정작용이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 및 소속 어업인들 사이에 법적 확신이 존재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한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의 성립을 일률적으로 부정하게 되면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나아가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등거리 중간선에 따른 새로운 해상경계선의 획선을 요청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간의 분쟁이 증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이 반복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한 장기간 반복된 관행 및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인정될 경우, 이는 불문법상 해상경계 성립의 유의미한 근거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쟁점>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이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 헌법재판소 2021. 2. 25.자 2015헌라7 결정>

지방자치법 제4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경계를 결정함에 있어서 ‘종전’에 의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자치법의 개정연혁에 비추어 보면 위 ‘종전’이라는 기준은 최초로 제정된 법률조항까지 순차 거슬러 올라가게 되므로, 1948. 8. 15. 당시 존재하던 관할구역의 경계가 원천적인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경계는 각 법령이 관할구역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는 법률 또는 대통령령에 의하여 달리 정하여지지 않은 이상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이 원칙이다.

공유수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경계 역시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1948. 8. 15. 당시 존재하던 경계가 먼저 확인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관한 명시적인 법령상의 규정이 존재한다면 그에 따르고, 명시적인 법령상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문법에 따라야 한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A와 B 사이의 해상경계, 즉 도(道)와 도 사이의 해상경계 획정에 관한 사건이다. 1918년 지형도에서 국립지리원 발행의 1973년 국가기본도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 해역에 대한 경계의 표시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도’ 간의 경계는 군계 등과는 달리 이 사건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해역에서도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가 간행한 지형도와 국토지리정보원이 작성한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경계선이 대체로 일관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바, 국가기본도상 ‘도’ 간의 해상경계선 표시는 1948. 8. 15. 당시 존재하던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사건 바다의 관할권한이 B에게 속함을 전제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행정작용이 이루어졌고, 각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들이 이러한 관행을 법규범이라고 인식하는 법적 확신이 존재하여 왔음이 인정된다.

 

<결정의 의의>

결국 A의 청구를 기각한 이번 결정은 해상경계 획정과 관련하여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2015. 7. 30. 선고된 ‘내 바다 권한쟁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이 사건 역시 ‘내 바다 권한쟁의 사건’의 결과를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5개월 뒤인 2015. 12. 24.에 청구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5. 7. 30.과 이 사건이 선고된 2021. 2. 25. 사이에 헌법재판소는 기존 결정에 따라 판단을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통해 사실상 결정을 변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특히 B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등거리 중간선에 따른 새로운 해상경계선의 획선을 요청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간의 분쟁이 증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이 반복될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한 장기간 반복된 관행 및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인정될 경우, 이는 불문법상 해상경계 성립의 유의미한 근거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 결정의 기초가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서른여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결국 해상경계의 문제가 있는 경우, 가능하면 ‘도’와 ‘도’의 다툼이 아니라, ‘시와 ‘군’들의 다툼으로 분쟁의 대상을 명확히 하면서,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가 불문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유들을 보다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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