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㊹ 흑두루미
청봉의 새이야기 ㊹ 흑두루미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1.04.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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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찾은 흑두루미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출발해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출발해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

[현대해양] 신축년 입춘이 다가온다. 온갖 삶들이 생명의 싹을 틔우는 봄날, 한반도를 찾아온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하여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서산 천수만으로 향했다.

천수만 일대에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위한 방조제가 설치(1984년)되면서 두 개의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와 부남호가 생겼고 큰 농경지(6,400ha)가 형성되었다. 천수만 주변은 대규모의 농지와 큰 호수로부터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가 공급되는 등 서식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곳은 유라시아의 북동부 지역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철새 이동경로의 중간 기착지로 사계절 내내 각종 철새(200여 종)들을 관찰할 수 있다.

겨울철 천수만에는 30여만 마리 이상의 오리, 고니, 두루미, 기러기류 등이 찾아온다. 이곳은 저어새 등 멸종 위기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 자연 생태탐사 장소가 되었다. 겨울철에서 봄철로 바뀌는 환절기에 떠난 이번 천수만 탐조여행에서는 더욱 다양한 철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일본 규슈지방의 이즈미 해안지역에서 월동하고 북쪽 번식지로 이동 중 중간 기착지인 천수만에 5천여 마리의 흑두루미(학명-Gurus monacha / 영명-Hooded Crane / 몸길이-약 100cm)들이 들판을 수놓고 하늘을 뒤덮어 장관을 이루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이며 멸종위기야생동식물 II급으로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있는 귀한 조류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경에 번식지인 시베리아 북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2~3주 전까지만 해도 석양을 배경으로 2~30만 마리의 가창오리(Baikal Teal)들의 군무를 삽교호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나 많은 수의 가창오리들이 이미 북쪽으로 이동하여 2~3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당진 삽교호에서 목격되었다.

동절기를 한반도의 남쪽 지역에서 추운 날씨를 지낸 2~3천 마리의 혹부리오리(Common Shelduck)들은 경기도 화성호까지 이동하여 곧 시베리아 지역으로 날아갈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멀리 날기의 명수인 도요새들(마도요-Eurasian Curlew / 민물도요-Redbacked Sand Piper)이 뉴질랜드의 남쪽 끝에서 출발하여 이미 천수만에 도착해있었다. 이들은 약 1달 동안 더 머물면서 휴식과 영양 보충을 하고 번식지인 알래스카의 동북부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이외에도 황새(Oriental White Stork, 천연기념물 제199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1급, 몸길이-115cm) 4마리를 천수만에서 목격하였으나 야생 황새인지 예산 복원센터에서 방사된 개체인지는 먼 거리에 위치하여 구별할 수 없었다.

철새들의 이동시기의 선택은 기울어진 회전축을 가진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한 계절의 변화와 기후변화에 지배되고 있다. 새들도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계절의 변화를 계산하고 기후변화를 예측하여 적절한 이동 시기를 선택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탐조는 철새들이 바다, 호수, 인공 건축물 등을 이동 경로의 주요 지형지물로 이용하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생존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여행이 되었다.

혹부리오리
혹부리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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