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어업관리단 무궁화 7호 승선기 - 풍요롭고 안전한 바다 만드는 숨은 일꾼들
동해어업관리단 무궁화 7호 승선기 - 풍요롭고 안전한 바다 만드는 숨은 일꾼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4.1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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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울산시 북구 정자항에서 대기하던 오렌지색 고속단속정을 타고 무궁화 7호로 향했다. 선장, 항해장, 2항사, 3항사, 갑판장, 서무사, 갑판원으로 이뤄진 항해부와 기관장, 1기사, 2기사, 3기사로 이뤄진 기관부, 그리고 통신사와 조리사 각 1명 등 총 13명의 관리단원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들은 하루 전날 배에 올랐고, 앞으로 최소 6일에서 9일간 배에서 생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번 출항하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배를 탄다. 최근엔 일년에 총 150일 정도 배 위에서 해상 불법 어업지도·단속, 안전조업 지도, 수산 관련 교육·홍보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그 외에는 육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김진용 선장의 설명.

 

동·서·남해로 나눠 해역 관리

어업관리단은 1966년 수산청 어업지도관실로 출범, 현재 동·서·남해 3개의 어업관리단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어업지도선은 현재 40척이며 이 중 1/3은 항해, 1/3은 대기, 1/3은 수리를 하는 방식으로 3교대 업무를 수행한다. 지도선의 크기는 연안 해역을 담당하는 300t급 이하, 500t급, 1,000t급, 2,000t급까지 해역에 따라 다양하다.

300t급 지도선은 동·남해 연안해역에서 연안어업을 지도·단속하며, 500t급은 연·근해 해역의 지도·단속과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을 지도한다. 또한 1,000t급 이상은 주로 동해의 한·일 중간수역, 대화퇴 해역 등 원해해역에서 안전조업 지도와 나포방지, 제3국적어선의 불법 조업 방지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기자가 탄 무궁화 7호는 1994년 건조돼 28년간 우리나라 연근해를 누벼온 311t급 국가어업지도선이다. 무궁화 7호는 다소 좁고 오래된 선박이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선박이기에 파도에 맞춰 계속해서 흔들렸지만 20년째 어업관리단과 함께했다는 김 선장은 물론 다른 승선원들은 육지에서처럼 편안하게 활보했다.

어업관리단원들이 고속단속정을 본선으로 올리고 있다.
어업관리단원들이 고속단속정을 본선으로 올리고 있다.

연 1,500척의 중국어선 지도

11시 반이 어업관리단의 점심 시간이다. 해경에서 근무하다 어업관리단으로 입사했다는 김상웅 위생사가 혼자서 13명분의 하루 세 끼 식사를 책임진다. 일주일에서 열흘씩 배 위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인지 맛도 영양도 훌륭한 식사가 차려졌다.

식사 시간, 김 선장과 서 항해장은 어업관리단의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해경과 어업관리단의 차이라고.

김 선장은 “해경의 메인 업무가 해상치안이라면 우리의 메인 업무는 △어업조정 △안전조업 △불법어업 예방 △수산물 유통질서 확립, 네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장은 “합법적인 어장인데 어구가 겹치는 등 어민들 간의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어업관리단이 전문가과 함께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을 한다”며 “얼마 전 무려 10회나 어업분쟁조정을 한 끝에 평화를 찾은 수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 이전에는 어민들이 서로의 어구를 발견하면 몰래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해양환경에도 치명적이다. 그러나 꾸준한 해양환경 보호 홍보와 적극적 분쟁조정으로 최근에는 어민들의 의식이 많이 향상됐다고.

“지금은 어민들이 폐어구를 가져오면 적게나마 보상도 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어민들의 의식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선장이 덧붙였다.

불법어업 예방 활동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10월에서 2월까지는 오징어가 많이 나는 철이라 어린 오징어를 잡는 어선들을 단속하느라 바빴고, 지금은 조업을 쉬는 어선들이 있어서 그나마 여유가 있는 시기”라는 김 선장은 “최근엔 대게 통발 금지 구역과, 연안 지역에서 정치망을 불법으로 사용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어린 고기를 잡지 않도록 꾸준히 홍보·지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서 항해장은 “외국어선의 단속·관리도 중요한 임무”라고 말한다. 특히 대화퇴 어장으로 향하는 중국 어선들이 꽤 골치라고. 대화퇴는 한·일 중간수역에 위치한 곳으로 오징어나 홍게, 대게 등이 매우 풍부해 언제나 한중일의 선박들이 모여드는 조업자제수역이다.

서 항해장은 “일년에 1,500척 정도의 중국어선이 동해를 지나가는데, 이들은 불법으로 어구를 버리기도 하고, 불법 조업을 하는 일도 많다. 때문에 우리 어선들의 민원도 많은 편이라, 중국 어선들을 지도하는 일은 꽤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따금 나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중국 선원들은 배를 두고 도망가기도 하고, 벌금을 못 내겠다며 무작정 버티기도 한다. 그는 “특히 정말 상태가 좋지 않은 어선의 경우, 사람이 도망가고 남은 배를 관리·처리하는 일이 더 큰 문제”라며 “중국의 경우, 실제 중국 어민들이 해준 말에 따르면 해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20년쯤 과거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더욱 원만한 일처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승선조사 중인 어업관리단
승선조사 중인 어업관리단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승선조사

식사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무궁화 7호에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의 동해 가스전 생산시설을 지키고 있는 한국 석유공사의 선박에서 온 요청이었다.

서 항해장은 “동해 가스전 수역(94-1해구)에서 조업하는 어선들로 인해 해저 케이블이나 배관 등 생산 시설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스전 수역에서 저인망 및 통발어선의 어로행위로 인해 해저 생산시설이 훼손되고 생산이 중단되는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동남쪽으로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자 조업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단속정 하강하겠습니다.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선내 방송이 나오자 무궁화 7호 직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새 공중에 걸려있던 오렌지색 단속정이 수면 위에 내려앉았다. 몇 명의 관리단과 함께 단속정에 올라타자 고속단속정은 파도를 가르며 순식간에 목표한 조업선에 도착했다. 10명의 선원을 태운 조업선은 부산에서 온 56t급 외끌이중형저인망이었다.

무궁화 7호의 3항사와 갑판장, 서무사, 갑판원 등이 어선에 올라타 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어획량은 대구 40상자(20kg/7~8만원). 관리단은 어선이 잡은 대구의 길이를 재 어린고기가 아닌지, 통발과 그물이 얼마나 촘촘한 지 등을 확인했다. 그 외에도 숨겨둔 어획물이 있는지, 기관실이 안전한지, 어구 실명제를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다행히 특이사항은 없었다. 관리단은 마지막으로 가스전 수역의 생산시설을 훼손하지 않도록 홍보하고, 불법어업 신고 포상급 리플렛 및 홍보물을 전달했다.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조업선이 보였다. 이번엔 울주에서 온 8.55t급 연안통발선이었다. 승선 조사 결과 첫 조업이라 어획량은 없었고, 대왕문어만 조금 있는 상태. 관리단은 통발에 딸려온 게를 한 마리 발견해 바다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역시 조업선 내부를 확인하고 홍보물을 전달했다.

이날 승선조사에 만났던 어민들은 모두 친절했고, 특별 상황은 없었지만 언제나 이런 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선장은 “20년쯤 일하면서 어민들이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바뀌었고,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여전히 비협조적이고 거친 어민들도 많다”고 말한다. 얼마전에도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의 불법 포획 어선에 승선하려 했는데, 어업인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며 승선조사를 거부해 장시간 업무가 지체된 적이 있었다고.

그는 “결국 직원들의 끈질긴 점검을 통해 선수갑판에 숨겨둔 다량의 암컷 대게를 발견해 검거에 성공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일년 중 100일도 채 되지 않지만, 평소엔 고속단속정을 내리고 올릴 때나 승하선할 때에도 거친 파도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 관리단의 숫자가 적은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다는 것. 그는 “최근에는 꾸준히 여성 관리단을 충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소 위험한 일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남성 관리단이 훨씬 많다. 그러나 여성 관리단만의 특장점이 있기에 앞으로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체장을 재는 관리단원들
대구 체장을 재는 관리단원들

 

인력과 선박은 부족하지만

13명의 관리단원은 원칙적으로는 4시간씩 하루 두 번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한다면 다음 근무 시간은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인 셈. 그렇지만 하루 몇 번씩 승선조사와 단속 등의 업무가 있으며 이때는 대부분의 직원이 함께 직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사실상 근무시간에 큰 의미는 없다.

고속단속정을 내릴 때 크레인 운전대를 잡았던 이현준 1기사는 “우린 상시 대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어업관리단의 경우 해경에 비해 선박수는 1/10 수준이지만 관리하는 면적은 더 넓다. 특히 먼 바다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이동하는 동안 임무구역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일년 중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며 수산자원 보호를 최일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어업감독공무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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