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현 숭실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 바다사랑에 빠진 헌법학자
고문현 숭실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 바다사랑에 빠진 헌법학자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4.0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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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해양+환경+법 융합연구 선두
고문현 숭실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원장
고문현 숭실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원장.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법 위의 법, 즉 최상위법인 헌법을 연구하는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으로 유명세를 떨친 학자다. 고문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각됐으며, 2018년 회장 재직 때에는 헌법학회에서 자체적으로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 등에 제안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헌법학회에서 제안한 헌법 개정안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한다’며 국가 영역에 영해(領海)를 포함시켰다. 또 제123조에는 ‘국가는 어업 및 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어업 및 어촌을 지원하며 그 보호와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며 국가의 어업 어촌에 대한 의무를 명시했다. 이처럼 바다, 어업, 어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져 있는 헌법 개정안 연구를 진두지휘했던 고 교수는 바다, 어업, 어촌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저감, 해양환경 문제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기후변화, 해양환경 전문가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그는 기승전‘법’이라 할 정도로 행정을 하더라도, 정치를 하더라도 결국 관련법, 근거 법률이 있어야 가능하다보니 법학자이자 환경전문가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미래 세대 위해 자원 보호해야

고 교수는 여느 법학자들과 달리 환경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숭실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산업부·과기정통부·환경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부처 대규모 CCS(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통합실증 및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상용화 기반 구축’ 연구를 하고 있다. 법과 해양, 법과 환경을 접목시킨 융합연구의 선구자인 셈이다.

고 교수는 갯벌의 가치, 새만금 개발의 부적절성, 해양환경보호 등의 필요성을 법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그는 “국가는 해양수산을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려 한다”며 “해양수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향후 있을 헌법 개정 때 공공신탁이론(公共信託理論; 국민의 공적 이익을 위하여 중요한 자연 자원은 그 소유자에게 신탁되어 있다고 보고, 소유자는 공공 수탁자로서 이를 보전하고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이론)을 반영, 갯벌·해양환경보호 등의 필요성이 강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학회 회장 때 제시한 헌법개정안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한다”로 영해를 포함시켰다. 어떤 의미인가?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보듯이 최근에 개정하는 헌법은 단순히 ‘영토’만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영해, 영공, 대륙붕, 해저자원,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상세하게 조문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반도로서 3면이 바다로 열려있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해양의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증대되고 있으며, 1982년 해양법협약의 발효로 국제적으로 해양주권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200해리 해양영토의 주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토의 의미에 영해, 영공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며, 해양주권의 범위를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으로 나누어 강약의 정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법적으로 영해에 관한 한 주권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주권적 관할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6조 국제법 존중주의와 제120조 해양자원의 국가적 관리를 영토조항과 결부시켜 볼 때, 최소한 해양주권이 미치는 영역으로서 ‘영해’를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국제해양법에서도 인정되는 규범적 의미를 갖습니다.

고문현 교수(왼쪽)는 한국헌법학회장 때 헌법개정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고문현 교수(왼쪽)는 한국헌법학회장 때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국토의 보전기능 등의 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은 헌법개정안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법학자로서는 특이하게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원장을 맡아 에너지 법제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원에서 법학석사를 받은 후 향후 우리 사회에서 비전이 있는 분야가 ‘정보’ 분야와 ‘환경’ 분야라고 보았는데, 기후변화문제가 전 지구적(Global)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기후변화 전문가, 환경전문가가 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한 후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으로 진학해 환경헌법, 환경법 등을 연구하여 「헌법상 환경조항에 관한 연구-국가목표조항과 기본권조항의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그 후에도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환경관리 법제도 기반연구와 융합연구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관련 법제도 전문가양성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어떤 연구인지, 왜 중요한지 설명 부탁드린다.

먼저,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환경관리 법제도 기반연구’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프로그램(2014년 4월~2020년 12월)으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대규모로 감축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기술 등을 연구하는 ‘한국이산화탄소 지중저장 환경관리연구단(K-COSEM)’의 제4 세부 연구분야로서 이산화탄소 포집, 수송, 저장, 폐쇄 및 사후관리 등 전과정관리에 관한 단일법안을 마련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수송, 저장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지진을 유발하거나 인근 지하수나 토양 등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정보공개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하여 충분히 설득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여 CCS에 대한 대중수용성을 제고하는 방안 및 CCS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했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 수송, 저장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등의 피해가 예상되면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막대하므로 이에 대한 대중 수용성 제고방안 마련의 중요성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이 연구에 이어서 산업부· 과기정통부·해수부·환경부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부처 대규모 CCS(이산화탄소를 포집·수송·저장) 통합실증 및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상용화기반구축’ 연구원,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통합실증사업’ 법·제도·수용성 분과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문현 숭실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고문현 숭실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사진=박종면 기자

해수온도 상승을 불러오는 기후변화, 해양수산과 법은 어떤 관계가 있나?

기후변화는 지구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쳐왔는데 오늘날에는 기후변화라는 표현으로 현실을 설명하기가 약해서 기후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더 나아가 빌 게이츠의 표현처럼 ‘오늘날은 바야흐로 기후재앙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는 북극 빙하를 녹게 하고 해수면을 상승시켜 해양에 영향을 미쳐 연안관리, 섬지역보호 등을 위한 온난화 방지를 국제협약 등을 체결하게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국내 해양수산 관련법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규정을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국토의 보전기능 등의 어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제시한 걸로 아는데…

2018년 한국헌법학회 회장 때 농업, 어업, 수산업, 임업 등은 그동안 국가정책과정에서 소외되어 가장 열악한 경제부문이 되어 있으며 농촌, 어촌, 산촌 공동체의 유지발전 또한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개발정책의 시행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으므로 농·어업 및 수산업, 임업 등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헌법상 근거규정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한국헌법학회 회장 때 ‘국가는 어업 및 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어업 및 어촌을 지원하며 그 보호와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이를 정세균 국회의장, 김성곤 사무총장 등에게 전달한 바가 있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에게도 정부개헌안과 관련해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경제적으로 보상받지 못한 채 오히려 어업·수산업 및 어촌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되어 온 오류를 시정하고 어업·수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근거를 명확히 하여 입법재량을 통제할 수 있도록 어업·수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신탁이론을 강조하는 학자로 알고 있는데, 갯벌의 가치, 새만금개발의 부적절성, 해양환경보호 등의 필요성을 법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나?

모든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던 유명한 새만금개발 사업은 발전과 보전 사이에 많은 갈등을 일으킨 대표적 사례입니다. 새만금개발 소송사건에서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해온 매우 유명한 변호사를 2019년에 만난 적이 있는데,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학술지인 ‘네이처’에 발표된 자연자원의 가치가 농경지 등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논문을 통해 자연자원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만금 사업이 상당히 진행되지 않았었다면 정부를 위해 소송을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바야흐로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자원을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공공신탁이론은 로마법에서 연원하여 영국에서 발전하고 미국에서 꽃을 피워 브라질, 네덜란드, 한국 등 여러 국가들에게 크게 영향을 준 이론으로 자연자원을 포함한 환경을 보호하는데 매우 강력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한국 대법원은 공공신탁이론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공공신탁이론의 한국에의 도입은 미래 세대의 갯벌 등 자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강력하고 가치 있는 도구로 활용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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