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온배수 피해보상 거부한 한수원, 항소심도 ‘패소’
원전 온배수 피해보상 거부한 한수원, 항소심도 ‘패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4.12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민 간 갈등만 키운 고리원전
기장군 온배수 어업 피해조사 용역 결과

[현대해양] 어민 간 불화를 조장하며 온배수 피해보상을 거부하던 한국수력원자력공사(한수원, 대표이사 이관섭)가 1심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한수원은 앞서 2017년 5월 국립전남대학교(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반환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현대해양> 2019년 5월호 참조)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 제7민사부(재판장 김종호)는 “2017나2028687(본소) 용역비, 2017나2028694(반소) 용역비에 대해 원고(반소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이 사건의 원고(반소피고)는 한수원이며 피고(반소원고), 피항소인은 대한민국(전남대학교)이다.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신고리원전추가건설에 따른 어업인피해보상대책위원회(기장어대위: 대표자 위원장 김종학)가 관계됐다.

이야기는 43년 전으로 돌아간다. 1978년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 고리원전이 설립된 부산광역시 기장군 어민들은 줄곧 원자력발전소 온배수(溫排水) 피해를 호소해 왔다. 온배수는 화력발전소나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로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데 이 때 7∼9℃ 가량 데워진 물을 하천이나 바다에 방출하게 된다. 따라서 원전에서 흘러나온 온배수로 인해 주변 해역 수온 상승과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가해 당사자인 한수원은 피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어민 간 민민 갈등을 키워 이간질하고 피해액을 의도적으로 줄이려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2002년 기장 지역 18개 어촌계 1,600여 어민들로 구성된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어대위)는 고리원전이 상업 가동을 시작한 뒤 수온이 높아지고 해조류 종류와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특히 온배수와 함께 배출이 금지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消泡劑, 거품제거제)가 바다로 흘러들었다며 해녀들도 폐해를 호소했다.

이에 한수원 측은 2006년 어대위와 고리원전의 온배수 배출로 인한 어업인 피해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조사기관으로는 양측이 부경대학교 해양과학기술연구소(한수원 추천)와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연구소(어대위 추천)를 각각 추천해 두 기관이 공동으로 피해조사를 시행하게 됐다. 2007년 11월 두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 발표한 피해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온배수 확산범위는 5.7㎞에 달하고 어업 피해는 7.8㎞까지 이른다는 것.

그러나 이 용역 결과를 놓고 어대위 측이 ‘피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적게 산정됐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재조사를 권고했으나 한수원 고리본부는 ‘보완조사’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어대위가 용역기관으로 전남대와 경상대 연구팀을 추천했고, 한수원은 이 중 전남대를 선정해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가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보완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전남대 측의 용역 보고서가 나오자 이번에는 한수원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남대 용역보고서에서는 온배수 확산범위가 8.45㎞, 어업 피해는 11.5㎞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경대-해양대 조사 온배수 확산범위, 어업 피해에 비해 각각 2.75㎞, 3.7㎞ 늘어난 결과다. 뿐만 아니라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원전 1~4호기까지 전면 가동 땐 17.5km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것.

한수원 측은 “전남대 용역보고서는 피해범위로 고리 2호기 배수구 기점 남 17.5km까지 잡았는데, 이는 기장군 전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타 조사기관과 비교해 어업 생산량이 터무니없이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수원 측은 전남대 측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각종 수치에 정확한 근거가 없다며 결과를 부정했다. 한수원 측은 2012년 5월 전남대 측에 준공검사 불합격과 용역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급기야 한수원은 2015년 10월 전남대에 이미 지급된 9억 7,000여만 원의 연구용역비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그 결과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법은 한수원이 국립전남대학교(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반환소송’에서 원고(한수원) 패소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한수원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최근 패소한 것이다.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 제7민사부는 “피고 연구소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일을 수행하여 최종 수정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일을 완성하였고,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3조 제1항 제2, 8, 10호 및 민법 제546조에 정한 해제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하라)과 같이 판결한다”고 선고했다.

이와 관련, 김종학 기장어대위 위원장은 “2008년 12월 2일 기장어대위와 한수원은 온배수 배출로 인한 몇십 년 누적피해로 수산자원 감소를 인정해 생산량조사는 1995년 이전 기장수협 위판실적을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반영한 전남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고리 및 신고리 원전 운전영향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용역 보고서(2012년)에 따라 기장군 어업인들이 원전 온배수에 따른 보상금을 받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수원 측은 전남대 보고서에 따른 보상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전남대 피해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협상파트너를 바꿔 어대위가 아닌 기장수협과 협상을 했던 것. 이런 과정에서 민-민 갈등이 불거졌으며, 일부 해녀를 비롯한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남대 보고서 피해보상금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의 (중간)보상금을 수령했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