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조선소 설 자리 없어… 수출시장 개척 ‘시급’
중소조선소 설 자리 없어… 수출시장 개척 ‘시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4.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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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적극 나서야
중소조선소들이 수주가뭄에 허덕이고 있어 수출시장 개척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국내 중소조선소들이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어 수출시장 개척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조선업계는 꽤 선방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조선 3사는 올해 총 76억 6,000만달러를 수주했다. 3사 합산 연간 수주목표액(304억 달러)의 25.2%가 올해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달성된 것이다. 이는 컨테이너선과 LNG추진선을 중심으로 발주 시장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공급부족이 겹치며 컨테이너선 시장은 초호황세다. 대표적 해상운임 지수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15일 사상 최고치인 2,885 포인트를 기록했다. 3월 12일에는 2637.53포인트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지난달 10일 영국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조선사가 2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282만CGT(92척) 중 156만CGT(43척)을 수주하며 수주점유율 56%로 전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월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 아프라막스급 5척 등 중대형 유조선 12척 전량을 수주한 결과다.

이러한 수주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 발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LNG선은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LNG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LNG운반선과 LNG추진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선박 신조 물량 감소로 중소조선소 타격

그러나 이러한 대형조선업계의 수주 급증과 달리 중소조선업계는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형선을 10만 DWT이상으로 정의한다. 그 이하 선박을 건조하는 곳은 중소조선소라 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약 150여 개의 중소조선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형조선사 수주액은 2010년 39.5억 달러 수준에서 2019년 9.1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어 2020년에는 상반기 수주액이 2.8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44.5%나 감소했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이들 소형조선사의 하반기 수주액을 전년 동기 대비 70.3% 감소한 1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회원사를 기준으로 하면 중소조선소의 신조 내수물량은 80년대에 7만 GT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 6만 GT 수준, 2000년 이후 3만 GT 수준으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대형조선소와 달리 국내 중소조선소 수주는 대부분 정부 발주로 채워진다. 어선이나 연안여객선, 해양레저선, 화물 수송선 외에도 어업지도선, 경비정, 구조정, 오염방제선 등 정부 발주가 그것이다. 자연히 중소조선소의 수주 규모는 정부 예산 상황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한 중소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중일 어업협정 발효 이후 내수물량이 줄면서 국내 중소조선소의 신조의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의 조선소에서는 수리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러시아와 일본 등 해외에서도 국내 조선소에 수리를 맡기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몇 년 전에 비하면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특수선박 시장 노려야

국내 수요가 감소된 상황에서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중소조선업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지원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정부 지원사업으로 상하이, 싱가포르 등 5곳에서 조선해양기자재 해외 수출거점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3년간 5,200만 달러의 직수출 실적을 올렸다. 중조조선업 활성화를 위해 해외 수출거점기지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 주변국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특수선박 시장은 해상분쟁 증가로 선박 발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국방기술품질원에서 발표한 「세계방신시장연감」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특수선박 시장은 7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경비정, 고속정, 고속보트 등 특수선 발주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차이가 있으나 5개 국가중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선박수출금액이 최소 62%에서 최대 98%를 차지한다. 이 중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5년 117백만 달러, 2016년 303백만 달러, 2017년 757백만 달러, 2018년 421백만 달러, 2019년 56백만 달러 등 국내선을 수입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도 2015년 600만 달러, 2016년 1,191백만 달러, 2017년 212백만 달러, 2018년 408백만 달러, 2019년 279백만 달러로 국내선 수입 비용이 낮지 않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자료(2015~2019) 참조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자료(2015~2019) 참조

영세한 자금력, 부족한 수출 경험

국내 중소조선소 중 86개사가 가입한 한국중소조선협동조합 역시 싱가포르에 거점기지를 마련하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가의 중소형선박 시장조사 및 수요발굴 등 수출시장 개척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세한 자금력과 전문성 부족에 따른 해외영업능력 부재 문제는 여전히 중소조선소의 애로사항이다.

지난 2년간 해양경찰청과 한국무역협회(KOTRA)가 주관한 ‘2019 아세안·인도 해양치안기관 초청 수출상담회’와 ‘2020 해양치안 화상수출상담회’에 참여했던 소형조선사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당시 상담회에 참여했던 중소조선소들은 해외 바이어와 각 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통역이 필요했기에 실제 대화를 나눈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당시 두 번의 상담회에 참석했던 중소조선소 관계자는 “선박 한 척은 최소 억대의 수주액이기에 그렇게 짧은 상담으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가 없다”며 “당일 긍정적으로 대화를 나눈 경우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이후 2차 만남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조선산업 활성화 대책 방안 발표로 지원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술력, 영업력, 자본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액 추이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액 추이출처_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중형조선사 2020년도 2분기 및 상반기 동향(단위, 억 달러)
출처_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중형조선사 2020년도 2분기 및 상반기 동향(단위, 억 달러)

 

홍보 기회만 있어도 좋으련만…

2014년 경남 사천시 소재 알루미늄 경비정, 소방정 등 고속단정 및 어선을 주로 건조하는 ‘다오요트’는 인도네시아 방재청(BASARNAS)에 수륙양용보트 6.1m/7.1m 및 RHIB 12m 소형선박을 수출한 바 있다. 같은 해 경남 김해시 소재 소형 특수 선박 전문기업인 ‘우남마린’은 말레이시아 엠알아이 테크놀로지(MRI Technology)사와 말레이시아 국방부에서 사용될 군용고속단정 20척, 총 25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도윤 우남마린 전무는 “필리핀 등 동남아에선 특수 선박이 자국에서 조달되지 않아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방산물자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국내 선박의 경우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시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해양경찰을 통해 GtoG거래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GtoG거래란 국내기업이 방산물자 등을 수출 시 KOTRA(KODITS)가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계약당사자 지위를 가지고 구매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는 거래. 김 전무는 “이러한 판로를 개척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소재 ‘삼광조선’의 경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대만, 파키스탄, 이라크, 세네갈, 필리핀 등으로 강선을 수출해왔다. 이호준 삼광조선 이사는 “KOTRA를 통하거나 직접 우리 홍보자료나 웹사이트를 본 바이어들이 연락하기도 했고, 에이전시나 종합무역상사 등을 통해서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조선사의 경우 해외에 사무소나 법인을 만들 여건이 되지 않아, 허브지역인 싱가포르에 거점 사무소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특히 국내 중소조선소의 선박은 품질이 뛰어난 편이고, 해외에서 인정도 받고 있으니 제대로 홍보할 기회만 있으면 분명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2017년 ‘삼원중공업’은 인도네시아 국립해양경찰청과 해안경비정 5척(4,050만 달러) 건조계약 체결하기도 했고, ‘디텍’은 필리핀에 제트보트(12만 달러)를 수출하는 등 이미 국내 중소조선소의 선박은 국외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조선소 해외 수출시장 개척 시도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조사·수요발굴을 통한 수출지원 및 중소조선소 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중소조선소 활성화와 조선기자재 업체 등 후방산업 활력 △중중소조선소-조선기자재-협력사간 역할 분담 및 지속가능한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 재취업 △ 일자리 창출 효과 및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조선소의 통계현황 체계화 및 지속적 성장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에서 2018년까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의 취업(고용)계수가 자동차 제조업보다 세 배 이상 높으며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별 취업계수란 해당 산업별 생산이 10억 원 늘어날 경우 직접적으로 창출된 취업자의 수를 의미한다.

산업별 취업계수 비교표
산업별 취업계수 비교표

 

영세 조선사 지원 필요

KIET 산업연구원이 2005년 10월 발표한 「국내 중소형 조선산업의 현황과 과제」에서 홍성인 연구위원(주력기관산업실)은 ‘국내외 수요 창출 도모, 생산기술과 설계 및 관리기술 등 제반 기술수준의 제고, 기술 및 기능인력의 확보와 지속적 재교육,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협동화 사업의 확대, 선종 및 선형별 전문화를 통한 주력선종의 확보, 최고 경영자의 기술개발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경만 의원은 “국내 중형조선사 수주액이 불과 10년도 못 돼 1/4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소조선업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지원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소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지금 중소조선소가 살아갈 길은 해외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며, 이건 몇몇 조선사가 아니라 결국 조선업계 전체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며, “중소소선사의 해외시장 개척은 열악한 조선사 힘만으로는 어렵고 산업부·해수부 등 정부부처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조선소가 살 길은 수출시장 개척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중소조선소가 살 길은 수출시장 개척이라는 진단이다. 사진=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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