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어민vs발전소 싸움’ 벗어나야
해상풍력, ‘어민vs발전소 싸움’ 벗어나야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4.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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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의 적극적 관리 필요

[현대해양]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12GW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2034년 24.9GW로 확대해 해상풍력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주, 전북, 전남, 충남 등 전국에서 해상풍력단지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어민들의 반대에 부닥친 상태다. 어민과 발전소, 수산업과 해상풍력의 갈등에 해답은 있을까?

 

증가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시설

2019 Global Wind Report 및 2019 BNEF(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29.1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개발이 완료됐고 계속해서 신규단지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증가하던 해상풍력발전시설은 최근 일본과 대만에서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3월 기준으로 개발·건설 추진 중인 발전소가 82개소에 이르며 이 중 최초의 인허가 절차이자 발전사업 자격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사업도 37개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 건설된 풍력단지는 총 1,641MW 규모. 이 가운데 상업가동 중인 곳은 △탐라(30MW) △서남권 실증단지(60MW) △영광 육해상복합풍력단지(34.5MW) 등 124.5MW 규모다. 그러나 서남권 실증단지를 제외하고는 규모나 입지여건 상 해양환경이나 수산자원 영향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어민들

지난달 4일 수협중앙회는 무분별한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조직 ‘해상풍력대응지원단’을 구성, 출범 회의를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강신숙 해상풍력대응지원단장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편승한 지자체·민간업자들의 일방적 해상풍력사업 추진은 절대 불가하다”며 “해상풍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지원활동 및 어업피해 최소화와 어업인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등 대응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는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다. 지난 2월 22일 전남 영광군청 앞에서는 영광군 어선업 연합회 선주 80여 명이 모여 해상풍력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낙월면 안마도·송이도 인근해역에 규모 354MW, 총사업비 1조 7,000억 원의 사업이 예정돼있다. 하루 뒤에는 완도군 동백리 주민들과 동백 어촌계원들이 남동발전의 200MW 규모 해상풍력발전 공사 진행 중지와 이미 설치된 해상풍력 계측시설의 철거를 요청했다.

지난달 6일에는 충남 태안군 서부선주연합회 소속 선주와 근해안강망 어민 등으로 구성된 태안해상풍력어업피해대책위원회의 발대식이 있었다. 태안풍력발전은 태안군 모항항 앞바다에 2025년까지 2조 원 규모로 8MW급 발전기 50기를 설치하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대우 어업피해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군수님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태안풍력발전과도 대화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인 8일에는 울산 어민단체가 해상풍력 발전사업 진행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울산 앞바다에는 현재 원격 풍력 측정 장비 14기가 시험 가동중. 이곳의 어민들은 “조업 장소를 잃은 어민들이 많다. 울산시는 해상풍력 사업의 성과는 다 가져가며 어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창 지역에서도 한국해상풍력의 서남해해상풍력산업단지 개발이 추진중이다. 현재 1차 실증단지사업이 마무리 되고, 2·3차 확산단지 개발을 앞두고 있는 상황. 김충 고창군수협 조합장은 “국책사업에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수산인과 해상풍력이 공존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월 26일 전남 신안군의 박우량 신안군수는 “처음엔 어민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안군에서는 2030년까지를 목표로 8.2GW 규모의 단일구역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중.

인천시와 한국남동발전은 대초지도와 덕적도 해상 일원에 각각 300MW씩 총 600MW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2026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에 맞춰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주민설명회를 실시했다.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단 제 1차 회의가 지난달 4일 열렸다.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단 제 1차 회의가 지난달 4일 열렸다.

민간협의회 역할 필수적

해상풍력대응지원단은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충열 해상풍력대응지원단 차장은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운영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하나 일부 지자체는 민관협의회를 형식적·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입지적정성, 어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일회성 보상 뿐 아니라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도 등을 통해 어업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민간사업자의 경우에도 어업인들과 민관협의체를 통해 지속적인 이익공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수부의 입장은 어떨까. 황준성 해양공간정책과 과장은 “전북이나 신안 등 공공주도형으로 추진하는 지역엔 민간협의체가 구성됐으나 태안 등 민간주도형 개발지의 경우에는 민간협의체 운영이 법제화된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정부가 민간사업자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지자체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수협 등과 상생 방안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올해 수역 특성에 맞게 풍력발전시설 내 조업이나 양식업 등을 같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R&D 연구사업을 만들고, 내년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수산업과 해상풍력이 상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광 해역에 규모 354MW, 총사업비 1조 7,000억 원의 사업을 추진중인 남동발전 풍력사업부 박현수 차장은 “2016년부터 다섯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했는데, 작년 코로나19 때문에 방문하지 못한 사이 이장단이 바뀌고, 그들이 다시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어 “현재 완도군과 협업해서 수산업공존 방안을 마련·추진하려 한다. 완도는 양식어업이 많기에 풍력기와 풍력기 사이에 양식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중심의 체계화된 관리 체계 구축 필요

2019년 9월 발간된 (사)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의 ‘New & Renewable Energy’의 「유럽 주요국과 한국의 해상풍력개발 정부 정책 비교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관계법 제·개정을 통해 해상풍력단지개발계획을 조정하고, 정부에서 개발지역을 선정하며 이후 모든 단계에 관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발지역선정부터 부지조사 및 민원 해결까지 모든 부분을 개발자가 책임지는 개발자 부지선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내사업 개발자의 부담을 가중시킴은 물론, 해당 수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업인과의 갈등 해결 중재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9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위한 해상교통영향 및 주민수용성 방안 토론회’에서 ‘인천시 옹진군 해상풍력단지 지정을 위한 해상교통영양과 어민상생방안’을 제시한 김철승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는 8년 동안 해상풍력을 연구한 자타공인 해상풍력 전문가다. 그는 “해상풍력 문제는 업체와 어민의 협의를 넘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민관산 협력체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인데, 현재 공무원들이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수역에 따라 치어방류사업, 해양쓰레기 정화활동, 터빈 배치 협의, 양식장 조성, 바다목장 조성, 어로활동 집중구역 지정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이를 제대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해상풍력은 장기간에 걸쳐 개발·진행될 사업이지만 바다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고 수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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