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산업잠수사 관리·교육 필요하다
체계적 산업잠수사 관리·교육 필요하다
  • 이진환 (사)한국심해기술협회 상임이사
  • 승인 2021.04.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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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사고 위험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기업에 해당이 되겠지만 특히 바다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잠수사를 고용해야 하는 수중공사업과 해양엔지니어링업에 종사하는 사업체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현장보다 바다라는 일터는 고수심, 강한 조류, 저시정 등 다양한 변수가 있고 그로 인해 유발되는 예측불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잠수를 시작해 잠수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도 바다에 들어갈 때는 가슴이 설레기도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린 경험이 적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사업주라면 공사나 용역을 통한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올바른 정신을 가졌다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칠 것이다.

보험을 가입하고자 할 때 보험설계사로부터 항상 듣는 말이 있다.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쿠버다이빙은 안 하시죠?” 취미로 한다고 해도 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되기 일쑤다. 과연 잠수를 주업으로 하는 잠수사 중 보험 가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만큼 잠수는 어느 바다에서나 알 수 없는 위험이 있어 생명, 즉 안전과 직결된다. 해군에서도 잠수함 승조원이나 심해잠수사들은 위험수당을 가장 많이 받는 보직 중의 하나이고 인건비도 타 직군에 비해서 적지 않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사 경력 및 능력에 따른 인건비나 수중작업에 대한 표준품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합리적인 표준품셈과 설계기준 마련

(사)한국심해기술협회는 세월호 구난작업 시 도출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산업잠수의 체계를 마련하고 심해수중기술의 발전 등 해양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2015년도에 설립됐다. 최근에는 산업잠수 대가 산정을 위한 표준품셈과 설계기준을 마련하고 잠수사 경력 관리 체계를 갖추며 잠수사 능력 고양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오프쇼어산업이 활발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연근해는 상대적으로 원유, 즉 돈이 되는 해양 자원이 없어 선진국형 잠수시스템의 도입이 취약하다. 물론 우리나라 해군의 해난구조전대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장비와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민간 잠수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적은 시장에서 영세한 사업을 영위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외 잠수산업 시장은 크게 레저잠수와 산업잠수, 그리고 과학잠수로 구분되어 있고 해당 잠수 활동의 가이드라인도 그에 따라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중 레저잠수(Recreational diving)에 가장 많은 잠수 인구가 속해 있으며 행위자가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취미활동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중토목공사나 수중안전진단, 해난구조 등의 산업잠수(Commercial diving)와 과학연구 업무수행을 목적으로 필요에 따라 과학, 연구 또는 교육활동의 일부로 피고용자에 의해 시행되는 과학잠수(Scientific diving:미국 연방법규29CFR1910) 영역이 있다. 산업잠수와 과학잠수에서는 잠수사를 고용하여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잠수산업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첫째, 국내외 산업잠수 시장에서 잠수사의 정규직 고용은 쉽지 않다. 2021년 상반기 정부노임단가에 따르면 잠수사의 일일 노임단가는 28만 5,645원으로 고기압 하에서의 작업시간, 즉 잠수시간은 1일 6시간, 1주 34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고기압작업에 관한 기준)이 있다.

잠수사는 대부분 수중이라는 고압의 환경에서 작업하므로 일반 작업자에 비하여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일용직 잠수사는 최소 30만 원의 일당이 책정되어 작업에 투입되고 있으나 인건비 책정에 있어 작업 숙련도와 경력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잠수사들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나 건설기술인협회에 개인적으로 경력을 관리할 수가 있는데, 경력 이외에도 작업 참여 위치 및 기여도, 작업 해역 및 작업 수심 등 잠수사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기록으로 남겨질 필요가 있다. 비단 인건비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잠수사 개개인의 경력관리체계를 시스템화해서 업체와 잠수사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공급과 수요에 충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산업잠수 각 공종에 대하여 적정한 표준품셈이나 설계기준의 필요성이다. 비단 산업잠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과학잠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수중 환경의 특성상 품을 할증하고 가중치를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잠수분야의 품셈은 오랫동안 정립되지 않아 무척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사)한국심해기술협회와 같은 비영리 전문가 집단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표준품셈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잠수산업기사나 잠수기능사와 같은 잠수작업 종사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및 훈련이다. 예를 들어 과학잠수에서 잠수 종사자는 엔지니어링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엔지니어링 자격자 역시 잠수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일정 단계 이상의 자격은 갖추기가 쉽지 않다.

분야별로 점점 고도화되고 보다 깊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구난구조 전문잠수사라고 하면 구난구조작업에 대한 장비나 전문지식을 더욱 심도있게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과학잠수에 전문적으로 종사하고자 하는 잠수사라면 수산자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 문명의 중심에 있던 나라들은 대부분 바다와 접하고, 바다를 지배한 나라들이었다. 그 바다의 중심에서 바다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바다 속을 잘 이해하고 더 깊은 바다 속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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