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몰락하는 일본 수산업 따르면 우리도 망한다
⑭ 몰락하는 일본 수산업 따르면 우리도 망한다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3.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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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수산학계와 수산정책에서 통용되어 왔던 ‘남획’이라는 말은 그 근거가 빈약한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연재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그나마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것이라고는 단위어획노력당 어획량(CPUE)이나 지속적 최대 생산량(MSY)을 지표로 삼아서 남획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이었지만, 그 분모가 되는 어획노력량은 정량화하기도 힘들뿐더러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해석에서 심각한 오류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남획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20세기 들어와서 쓰였고, 한국 수산학의 대부라고 하는 정문기 선생이 쓴 글에서도 간간히 언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남획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90년대 들어 참조기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면서이다. 이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도 멸치나 참조기가 남획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왔던 이 남획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물론 유럽이나 미국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본을 그 출처로 본다.

자연과학자인 나는 일본 어업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일본에서는 남획이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고, 그 경과는 어떠했는지를 일본에서 이서(以西)어업이라고 하는 20세기 황해와 동중국해를 대상으로 큐슈, 특히 나카사키에서 출항하여 조업했던 일본 저인망 어업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겠다.

<그림1>

그림 1

<그림 1>은 동경 130도를 기준으로 서쪽인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1961~2017년 조업했던 일본 저인망 어선 분포도다. 20세기 초에 일본은 유럽으로부터 터빈을 사용한 동력선을 도입하여 시행착오 끝에 트롤과 같은 동력어선으로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트롤어선은 그 어획강도가 연안 재래식 어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 일본 정부는 동경 130도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자국 연안 어업 보호를 목적으로 동경 130도 이서(以西)에서만 트롤 어업을 허가한다. 또 일본 어업인들이 조선으로 본격 들어오면 역시 조선 연안 어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조선총독부에서 트롤 금지 수역을 정하는데,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일 영해와 어업권 분쟁의 근거가 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동경 128도 기준 조업 해역을 둘러싼 업종 간 지역 간 어업 갈등 소지로 여전히 남아 있다.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일본 저인망 어업으로 남획이 일어났다고 처음으로 평가한 국가 보고서는 나가사키 소재 수산청 서해구연구소에서 1951년 발간한 [이서 저서 자원조사 연구보고]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는 황돔, 참돔, 민어와 같은 일본 고급 어종 어획고와 단위노력당 어획량이 1910년대부터 점점 증가하다가 1920~1930년대에 정점을 찍고는 그 다음 종전까지 크게 줄었다고 평가를 했는데, 그 이유로 이서 저인망 어업의 남획을 꼽았다. 1912~1945년 일본 이서 어업 어획고를 보면 1930년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2>).

그 다음 1985년 2월 11일자 아사히신문은 톱기사로 역시 같은 서해구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하여 1950년대에 비교해서 1980년대 저어류 자원량이 1/4로 줄었고, 특히 참돔은 1/100로 크게 줄었다고 보도하였다. 그 원인으로 기존의 일본 어선은 물론 이 무렵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중국과 한국 어선의 남획을 꼽았다.

아마도 이런 일본 수산연구소 조사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일본에서는 남획 신화가 뿌리를 내렸으며, 실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전 세계 바다에 원양 어선을 보내면서 각 나라들과 어업 분쟁을 일으킨 민폐국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일본 어업 세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남획이 일어나 자원량이 1/100 수준으로 고갈되었다고 서해연구소에서 평가했던 참돔은 그 이후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림 3>은 황해와 동중국에서 1922~2016년 약 190년에 걸쳐 잡힌 참돔 국가별 연간 어획고이다. 1985년 이후 일본 참돔 어획고는 약간 감소하였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어획고를 모두 포함하면 이 해역에서 참돔 어획고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원량이 1/100 수준으로 줄었다던 참돔이 어떻게 어획고가 오히려 더 늘 수 있는가?

<그림3>

그림3

<그림 3>에서 1945년 이전 참돔 어획고를 보면 일본 어획고만 나와 있는데, 서해구수산연구소에서 1951년 발간한 보고서 자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920년대에 정점을 찍었던 참돔 어획고는 보고서 평가대로 크게 줄어 1930년대 이후 거의 안 잡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남획이라고 했던 어획고 수준은 연 4,000톤에 지나지 않는데, 2016년 기준 일본만 약 1만 톤을 잡고 있으며, 이 해역 전체 참돔 어획고는 약 1만 6,000톤으로 1930년대 보다 4배 이상 어획을 하고 있다. 1945년 이전 일본 어획고 통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100년 동안 동중국해와 황해에서 참돔이 남획으로 고갈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1980년대 들어 중국과 한국 어선 세력이 확장되면서 이에 위협을 느껴서 아사히 신문이 남획으로 동중국해 수산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림 4>는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국가별 전체 어획고를 나타낸다. 남획이 본격 시작되었다고 보도했던 아사히 신문 보도와는 반대로 1985년 이후 이 해역 어획고는 약 800만톤 수준에서 오히려 거의 일정하거나 조금씩 증가해왔다. 그러나 국가별로 보면 1980년대 이 해역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 어업은 그 1등 자리를 중국에게 뺏기게 되고, 1990년대 후반 각 국이 200해리 영해를 선포하면서 일본과 한국은 그 주도권을 중국에게 완전히 뺏겨 이 해역 어획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림4>

그림4

<그림 5>는 일본 이서 저인망 어업 어획량, 노력량(어로체수), 그리고 단위노력당어획량(CPUE)을 나타낸 것인데, 어획량과 노력량은 1970~2006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CPUE는 거의 일정하거나 약간 줄었다. 우리나라 감척사업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자원량 지표로 삼고 있는 CPUE는 일본 이서 저인망 어업의 경우 그 어선수를 1970년 이후 40년에 걸쳐서 1/30 수준으로 줄여도 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CPUE가 늘면 자원이 회복되었다고 볼 것인데, 일본의 경우 40년 동안 어선수를 아무리 줄여도 어획량도 CPUE도 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어선수를 줄이는 감척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연근해 어획고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라는 것은 지난 2020년 현대해양 10월호 연재에서도 자세히 설명을 했으며, 일본 이서 저인망 어업 역사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지금 해양수산부가 일본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으려면 감척사업을 중단하거나 크게 바꾸어야 한다. 핵심은 '일본에서 왜 이서 저인망어업 어선수는 꾸준히 줄어 명맥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몰락했나'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선 숫자가 왜 줄어들었는지 살펴보면 원인도 나오고 대책도 나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 어느 해역이든 잡히는 고기 양은 정해져 있는데, 어업 규제가 심해질수록 조업에 드는 비용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어업규제에 TAC(총허용어획량)니 금어기니 하는 추가적인 규제가 강화될수록 투자비용 대비 어업수익은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어업인은 어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일본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한중일 어업협정으로 우리 어장마저 축소되고 있는데, 해양수산부에서는 새로운 어장 개척에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조업 해역을 더 규제해 중국 어선들만 이롭게 하고 있다.

TAC만 하더라도 어획생산이 너무 많아지면 생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시장 공급 조절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TAC가 어업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효과를 보려면, 할당된 어획량에 들어가는 어업 비용은 최소로 줄일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어업 비용을 줄이려면 기존 규제는 모두 없애거나 완화시켜주고, TAC만 적용을 해야 어업 경영도 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미련하게도 기존 규제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TAC까지 적용을 하려고 하니 어업인들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 경영 개선을 위해서 수산정책과 규제를 어떻게 혁파해야 할지 수산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경제학자들, 어업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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