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5] 어업임대차가 무효라면 임대료도 받지 못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5] 어업임대차가 무효라면 임대료도 받지 못할까?
  •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3.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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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만 원 어업임대차 사건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현대해양] 

<서른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수산업법은 어업권의 임대차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제33조). 농지법 역시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농지의 임대를 금지하고 있는데 같은 취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업권이나 농지의 임대차가 종종 일어납니다. 이러한 임대차의 경우, 비록 법이 금지하고 있더라도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료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임대차계약은 법이 금지하고 있어 무효일까요? 무효라면 임차인은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까요?

이 사건에서 A는 2003. 3.경 B와 사이에, A가 보유하고 있는 C양식어장에 관한 어업권을 B에게 임대하여 B가 C양식어장을 운영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B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A에게 지급하여야 할 2006년분 차임 9,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가 지급을 요청하자 B는 2007. 1. 22. A에게 위 9,000만 원을 2007. 2. 15.까지 지급하기로 다시 약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B가 차임을 계속 지급하지 않자 결국 A는 B에게 위 차임 9,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재판에서 B는 위 임대차계약과 후속 약정들은 수산업법이 금지하고 있는 어업권의 임대차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만약 임대차계약 등이 수산업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B가 얻은 차임 상당의 이익은 부당이득으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추가 주장을 하였습니다.

2심 법원은 A와 B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수산업법 위반으로 무효이고, 위 임대차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미지급 차임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A가 추가로 부당이득으로 위 9,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업권에 관한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어장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이라는 이유로 어업권자인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인정하게 되면 어업권에 대한 임대차를 사실상 허용하는 셈이 됩니다. 이는 곧 어업권의 임대차를 금지하는 구 수산업법의 근본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므로, 어업권을 임대한 어업권자는 그 임차인이 어장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결국 A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A는 9,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어업권의 임대차를 금지하는 수산업법 제33조를 위반하여 어업권을 임대한 어업권자가 임차인이 어장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57626,57633 판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다만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6조 본문). 여기서 불법의 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써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수산업법 제33조가 어업권의 임대차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법리에 의할 때 어업권의 임대차를 내용으로 하는 위 임대차계약이 수산업법 제3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부당이득의 반환이 배제되는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A로서는 위 임대차계약에 기해 B에게 한 급부로 인하여 B가 얻은 이익, 즉 B가 C양식어장(어업권)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

 

<판결의 의의>

A와 B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수산업법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는 점은 원심과 대법원에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만약 A가 임대차계약상 차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당이득이라는 명목으로 9,000만 원을 B로부터 받을 수 있다면 결국 A는 임대차계약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이유로 A가 부당이득으로도 9,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은 무효가 되지만, 어업임대차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아주 나쁜 행위여서 A와 B 간에 더 이상 어떠한 돈도 오갈 수 없게 만들 정도는 아니어서, B는 C 양식어장을 운영하면서 지출하였어야 할 9,000만 원을 A에게 돌려주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서른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법이 금지하는 경우 ①계약도 무효, 부당이득도 못 구하는 경우도 있고, ②계약은 무효지만 부당이득은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어업임대차는 계약은 무효지만 부당이득은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이후 이루어진 농지임대차 관련 판결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법이 금지하면 무효고, 무효면 아무 것도 청구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인간의 삶을 반영한 법은 무효라고 해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어업임대차처럼 법이 금지하여 관련 계약 등이 무효라고 해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하는 등 구제책이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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