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4] 선원 사망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4] 선원 사망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일까?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3.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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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 익사 손해배상 사건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서른네 번째 여행의 시작>

거대한 입법의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사회의 분쟁, 갈등들이 국회에서 입법으로 빠르게 종결되고 있는데, 예전 중앙부처들의 고시 개정보다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기업이나 단체들은 법률의 제정 단계부터 정치한 의견 개진을 위해 로펌들의 자문을 받고 있고, 저희들 역시 이러한 업무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2021. 1. 8.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5건의 관련 법률안을 폐기시키면서 대안으로 완성된 중대재해법은 공포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는데 시행은 내년 초부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명 미만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은 적용이 안 되고, 50인 미만의 기업은 3년간 적용이 유예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마치 중대재해법이 건설업체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산재의 다수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은 대상이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기업이 근로자나 시민의 안전 등을 위한 주의의무(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업주로 하여금 자신의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업은 컴플라이언스(사전적 준법경영)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 과거의 사례 중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건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A는 그 소유인 B어선에 선장과 C등을 선원으로 고용하였는데, 그 보수도 정액제가 아니라 어획고의 절반은 A가 차지하고 나머지는 선장과 선원들이 나누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A는 1968. 10. 22. 15시경에 B어선을 출항시켰는데 B어선이 전복되어 C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러자 C의 부인인 D가 A를 상대로 구명기구도 설치하지 않아 C가 사망하였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습니다. A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할 것일까요?

 

<쟁점>

선주의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는 무엇일까요?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 1970. 4. 14. 선고 69다1709 판결>

A는 그 소유인 어선 B에다 선장과 D의 남편이었던 망 C 등을 선원으로 고용하였고, 그 보수도 정액제가 아니라 어획고의 절반은 A가 차지하고 나머지는 선장과 선원들이 나누기로 되어 있으며 A는 기름 등을 대고 안전한 어선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8. 10. 22. 15시경에 B 어선을 출항시킬 때에 A는 기름만 대고 고장난 나침판은 고치지도 않고 구명기구나 라디오도 없는 채로 내보낸 것이 엿보이는 이상, 위 선원 등에 대하여 A의 지휘감독권이 없다할 수 없고, 또 기록을 검토하면 B어선의 전복사고가 위 구명기구 등 그 장비의 미비에도 원인이 있었다.

어선을 소유하고 선원을 고용하여 어업에 종사하는 자는 선박안전법규에 따라 구명기구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항해 중이나 어로작업 중에 왕왕 일어나는 태풍을 예견하여 이를 피하도록 하고 만일 피치 못하여 어선전복등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도 선원등 인명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주의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선주인 A가 구명기구 등을 설치하였더라면 피해자 C의 익사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A가 부주의로 이를 설치하지 아니한 탓으로 그것이 위 사고의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는 이상, A는 그 과실로 인해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판결의 의의>

결국 A는 선주로서 선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 설시된 바에 따르면, 선주라면 (i)태풍 등 기상이 나빠질 경우 이를 우선 피하도록 하여야 하고, (ii)피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구명기구 등을 구비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위와 같은 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급격한 기상악화로 전복사고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i)이 정도면 조업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 받을 것이고, (ii)구명조끼를 착용시키지 않고 조업을 시켰다고 할 것이며, (iii)선체에 존재하고 있던 세세한 문제를 미리 보수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iv)예정되었던 것보다 장시간 조업을 하여 결국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서른네 번째 여행을 마치며>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다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는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면책규정의 적용을 받아 책임을 면하는 것은 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처럼 이제 선원이 사망하거나, 여객선에서 승객이 사망하는 경우 사업주 등은 형사처벌을 면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남은 1년 동안 선원, 근로자, 승객, 소비자 등을 위한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준비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작업을 해 간다면 공공기관의 장을 포함한 해양수산기업들의 사업주 등이 형사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은 결국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않고 진심은 온전히 평가받는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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