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위판 현장 - 의무위판제 시범운영 3년차의 명과 암
민물장어 위판 현장 - 의무위판제 시범운영 3년차의 명과 암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3.1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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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수협-업종별수협 의무위판 입장차

[현대해양] 지난달 1일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공동위판장은 한 곳으로 하되, 운영 주체는 업종별 수산업협동조합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민물장어양식수협, 고창군수협, 영광군수협 세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민물장어 위판을 민물장어양식수협(업종별 수산업협동조합)에서만 하겠다는 의미다.

김승남 의원은 이에 대해 “민물장어를 취급하는 위판장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서 헐값에 위판하거나 사매매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신력 있는 업종별수협에서 판매하며 견본 판매방식과 경매사 통합운영을 통하면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생산자 원가 보장은 물론 단가 예측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보며 판매하는 민물장어

지난달 19일 오전 7시,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 위치한 민물장어양식장 삼원수산에서 장어위판이 있었다. 위판은 각 양식장에서 현장매매로 진행되며, 몇 군데의 중간상인들이 찾아와 차례대로 포장된 장어를 실어가는 방식이다.

이날 아침에도 양식장 앞에는 몇 대의 트럭이 늘어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양식장 직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민물장어를 포장하고 있었다. 당일 나가는 민물장어는 모두 선별기를 거쳐 크기별로 각각의 축양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1kg에 세 마리 짜리를 ‘3미’라고 부르는데, 그게 보통 성만(다 큰 민물장어)의 기준이 된다. 3미일 때 가장 장어가 맛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장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에 우리가 식당에서 만나는 장어 대부분은 2.5미 정도라고.

김오자 관리상무는 “수도권부터 전국에서 민물장어를 가지러 오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고려해 보통 아침 일찍 위판이 시작돼 오전 중에 거의 끝난다”고 설명했다.

2.5미의 장어들과 함께 축양장 안 물 속에 서 있는 직원에게, 축양장 밖의 직원이 파란 플라스틱 통을 건넨다. 통은 곧 민물장어로 가득 찬다. 이 장어를 미리 얼음을 채운 비닐봉투 안으로 쏟는다. 얼음으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면 장어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산소부족으로 폐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어와 약간의 물, 그리고 얼음이 담긴 비닐봉투를 건네받은 직원이 공기로 봉투를 빵빵하게 부풀리고 입구를 단단히 봉한다.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직원이 봉투를 트럭에 싣는다. 봉투 하나당 평균 36~45마리의 장어가 들어간다.

김 상무는 “우리는 작년 실뱀장어를 1kg에 5,000원 정도로 구매했는데, 한두달 뒤 가격이 1,100원까지 급락했다. 당시 많은 어가에서 실뱀장어를 대량으로 가져갔고, 결국 지금은 양식장에 성만이 넘쳐나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 덕에 2년째 성만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현재 장어는 1kg에 1만 8,000원 정도로 매매된다. 김 상무는 “인건비와 어분이 주 원료인 수입 사료 등, 계산해보면 생산 원가가 2만 6,000원 정도다. 오늘 7톤을 판매하니 약 5,600만 원 손해를 보며 장어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을 좀 올릴 방법은 없는지 묻자 그는 “위판을 하는 경우 경매사가 와서 책정한 가격 그대로 판매된다. 축양장으로 나온 장어는 다시 호지에 넣어도 약 20일간 먹이도 먹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맘에 들지 않아도 울며겨자먹기로 파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위판이 없는 날이라도 민물장어양식장의 하루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오전 오후 4시 반이 장어들의 급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 두 번의 급이 시간 사이에는 축양장 및 호지 청소와 위판 등의 일정이 진행된다. 호지는 성만이 되지 않은 장어들이 들어있는 수조를 의미한다. 축양장 안쪽에 위치한 호지실 안의 ‘호지’에는 훨씬 많은 장어들이 일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삼원수산의 경우 호지실에 약 102㎡ 넓이의 호지 30개가 있는데, 어둡고 습한 호지실의 온도는 28.5℃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각각의 호지 물은 순환여과식으로 쉴새없이 여과기를 통과하며 정화된다.

민물장어 포장작업
민물장어 포장작업

의무위판 3년차, 수협과 생산자 모두 긍정적

2018년 7월부터 ‘수산물 유통의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물장어의 ‘위판장 외 거래 금지’령이 내려졌고 의무위판제가 시행됐다. 2년이 넘게 진행된 의무위판제에 다들 얼만큼 만족하고 있을까.

2020년 4월 8일 수협중앙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위탁판매사업 실적 우수 조합에 대한 ‘위판사업 달성 및 성장탑’을 포상했다. 이는 매년 위판금액 성장률과 성장액 최고 실적을 기준으로 수여하는 상. 민물장어양식수협은 1,500억 원 이상의 위판고를 달성했고 고창군수협과 영광군수협은 1,000억 원을 달성했다. 세 곳의 수협 모두 위판으로 인해 톡톡히 실익을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생산자의 입장을 보자. 작년 5월 KMI 수산업관측센터가 민물장어 생산자 360명, 유통인 56명, 관계기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생산자의 65.6%가 의무위판에 매우만족 및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의무위판의 가격안정화 효과 측면에서도 생산자 70.1%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김원호 삼원수산 대표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의무위판 자체에는 분명히 찬성한다. 최소한 출하대금이 당일 입금되는 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덜었다”고 말한다. 사실상 이부분이 생산자 입장에서 위판을 찬성할 수 밖에 없는 점이다. 위판 전에는 전표 한 장을 받고 장어를 넘겨주고, 대금 지불은 빨라도 2주 이상 걸리기 마련이었는데 심지어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것.

포장작업을 마친 민물장어
포장작업을 마친 민물장어

 

사매매와 가격결정의 문제

그러나 여전히 개선점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위판을 통하지 않고 불법자행되는 사매매 근절에 대한 것. 김원호 대표는 “사매매로 고기를 싸게 팔면 그 고기가 시장에 풀리며 전체 가격을 떨어뜨린다. 지금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매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판 질서가 잡혀야 하고, 처벌도 강해져야 하는데 양어장 어가들은 단합이 되지 않고, 수협에서는 사거래 신고자에게 포상을 준다고 계속해서 홍보하지만 거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위판을 진행하는 민물장어양식수협의 이성현 조합장은 이에 대해 “최근 민물장어의 공급량이 많은 편이고, 양어장 어가들의 경우 지불할 비용이 쌓여있어 급히 장어를 처분해야 하는 등 사정이 많다. 당장 사매매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어가에는 이미 중간상인들이 임의적으로 정해져 있는 분위기인데, 이러한 중간상인과의 유대가 강하지 않은 어가의 경우 위판이 수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고창 관내 70~80%의 위판을 진행하는 고창군수협 김충 조합장은 “위판의 순서가 밀리면 사매매를 하게 되는데, 어민들이 서로 신고하는 경우도 없고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는 조합원이니 신고할 수 없다고 들었다. 국세청과 해수부가 협의하에 중도매인의 구매 내역과 양식장 판매 내역 등을 꼼꼼히 확인하면 잡아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앞서 말했듯 가격 결정 부분이다. 현재는 포장된 장어를 보고 경매사가 직접 결정·통보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최정수 민물장어양식수협 상임이사는 “결국은 각자의 어가에서 샘플 장어를 가지고 위판장으로 모여 경매를 진행하는 ‘샘플경매’로 가야한다. 이번 김승남 의원의 발의에도 해당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경석 고창군수협 지도경제상무는 “장어를 봉투에 포장하면 큰고기와 잔고기가 섞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상태가 좋지 않은 장어들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15kg 씩 포장된 비닐봉투를 무작위로 뽑아 평균 금액을 측정하는 방식이 최선인 것 같다”며, “샘플위판을 위해 위판장을 한 군데로 몰면 전국에 산재한 중도매인들이 오히려 사매매를 하는 경우도 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업종별 수협과 지구별 수협의 입장

무엇보다 현재 민물장어 위판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위판장의 통합운영 여부다. 세 곳의 수협에서 하던 위판을 한 곳에서만 하자는 주장은 분명 같이 진행하던 두 수협의 의견이 아닐터.

이성현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은 “우리는 철저히 생산자를 위한 수협이고, 한 때는 수수료 없이 위판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생산원가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지난 1월 고창, 영광 수협과 함께 수수료를 통일하고 최저가를 정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이 조합장은 “한 곳에서 위판을 실시하면 투명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물장어양식수협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위판의 65%가 이 곳에서 진행된다. 또한 조합원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신용대출도 100억 원 가까이 진행하고 있으며 홍보비도 매년 5~6억 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리스크를 분담하며 고기를 키워내고 있는데 다른 두 수협의 경우 수수료를 받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며 “또한 타 수협에서는 원산지 단속의 경험이 없으나 우리에겐 다수의 원산지 단속실적이 있다. 특히 창구가 일원화되면 계획출하 유도를 통해 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며 민물장어수협 위판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지구별수협인 고창군수협의 입장은 어떨까. 김충 조합장은 이번 상황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김 조합장은 “작년 7월부터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3개 조합이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진행하자고 주장했으나, 우리는 그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본다. 해수부에 관련 문의를 하기도 했는데, 답변이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결국 생산자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고 지난 1월 12일 합의문을 쓰게 된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내놓은 세 수협의 합의문에는 △정가매매 원칙 △위판수수료 1%(조합수수료 0.7%, 자조금 0.3%) △경매사의 공동 운영·관리 △생산자의 최저 출하가 준수 등의 사항이 담겨 있었다.

김 조합장은 “합의문을 쓴 지 한 달만에 단독으로 위판을 하겠다는 발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전국의 민물장어 어가를 지원한 것은 맞지만, 고창관내의 어가 54개는 고창이 지원해왔다는 것. 그는 “어가의 수는 적어도 민물장어 국내 생산량 40%가 고창에서 나오며, 풍천장어의 브랜드 파워도 고창의 것”이라며, “멸치, 굴, 멍게, 패류, 어류 등 다른 업종별 수협도 공동위판장을 한 곳에서만 운영하지 않는다. 민물장어 양식장 생산량 점유율로 볼 때에도 고창군 관내가 전체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민물장어위판의 독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실 이번 발의안이 채택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확실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배되는 독점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르니 우리들도 할 수 있는 만큼 의견을 낼 계획이다”라며, 앞으로도 민물장어 의무위판제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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