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수산업협동조합 - 수산식품 거점단지에서 만나는 유통 혁신
남해군수산업협동조합 - 수산식품 거점단지에서 만나는 유통 혁신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3.11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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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발전 위해 국가적 지원 시급해”
남해군수산업협동조합 전경
남해군수산업협동조합 전경

[현대해양] 어른 손가락만큼이나 통통한 죽방멸치는 남해 지역 특산물이다. 3~5월이 되면 맛 좋기로 소문난 제철 멸치를 맛보기 위해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진다.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은 관광객들에게 늘 아쉬움을 남기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앞으로는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해 질지도 모른다. 지난해, 남해군수협(조합장 김창영)이 선보인 ‘카스(CAS) 냉동 기술’로 우리는 언제라도 전국의 제철 수산물을 신선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수산식품 거점단지에 카스 기술을 더하다

지난 2019년 수산식품 거점단지를 준공하며 수산업의 6차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견인하기 시작한 남해군수협. 해양수산부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조성사업 공모 일환으로 선정돼 진행된 사업은 국비, 지방비, 자부담 등 총 사업비 약 147억 원이 투입돼 준공됐다.

남해군수협 수산식품 거점단지는 수산물 생산에서부터 위판-가공-판매-유통 등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이는 남해 지역 수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남해군수협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준공 당시 김창영 남해군수협 조합장은 수산식품 거점단지를 기반으로 수산물 가공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혁신적인 수산물 냉동 기술을 검토하고 이를 도입할 준비를 끝마쳐가고 있었다.

카스 냉동 기술법에 대해 설명하는 김창영 남해군수협 조합장
카스 냉동 기술법에 대해 설명하는 김창영 남해군수협 조합장

소비자 입맛 사로잡은 카스 수산물

남해군수협이 도입한 수산물 냉동 기술은 일본 ABI사(社)가 개발한 카스(CAS, Cells Alive System) 시스템이다. 단어 뜻 그대로 세포를 그대로 살리는 냉동 방식인데, 이는 냉동 수산물을 해동해도 냉동 전 생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일반적 기술은 냉동 과정에서 세포를 파괴시켜 수산물의 맛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카스 기술은 자기장 원리를 냉동기술에 접목시켜 기존 냉동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다. -55℃의 초저온 상태에서 냉동하기 때문에 수산물이 얼면서 발생하는 수분이 최소화하고 어육 세포 조직 손상, 단백질 변성, 지방 산화 등이 없어 냉동 전 생물의 맛을 그대로 보존한다.

직접 일본 ABI사를 견학하며 카스 기술에 대해 공부한 김 조합장은 “맛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카스 기술을 사용한 생선은 비린내가 나지 않고 굴은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다”며 “(카스 수산물을)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되는 맛”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냉동 시스템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카스 기술을 사용한 수산물들이 각국 소비자들의 일상에 스며들어있다. 특히 수산물 소비량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약 20년 전부터 카스 기술을 참치 등에 접목시켜 고급 수산물을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유통·판매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 수산물의 맛과 신선도를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까지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권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 나아가 카스 수산물은 국내 수산물 수출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해군수협이 일본 ABI사와 CAS협회로부터 받은 공식 인증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가공되는 생멸치, 카스
남해군수협이 일본 ABI사와 CAS협회로부터 받은 공식 인증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가공되는 생멸치, 카스

 

언제 어디서나 갓 잡아올려 먹는 싱싱함 그대로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은 그 맛이 풍부하지만 철이 짧아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봄이 제철인 멸치, 겨울이 제철인 굴 등 한정된 기간에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남해에서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됐다. 돔, 전복, 굴, 고등어 등 어떤 수산물이라도 해동만 하면 갓 잡아 올려 먹는 그때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남해군수협은 주안점을 둔 품목은 바로 멸치다. 남해 특산물인 멸치는 어획된 즉시 남해군수협 수산물 가공공장의 자동 멸치 선별기로 옮겨진다. 전국 수협 중 남해군수협만이 보유하고 있는 이 자동 멸치 선별기는 깨끗이 세척된 멸치의 대가리와 꼬리를 절단하는데, 손질된 멸치는 곧바로 초저온 카스 냉동실로 들어간다.

카스 냉동 멸치는 해동해도 어떠한 방식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갓 잡아 올려 무쳐낸 것 같은 신선한 멸치무침회부터 멸치조림, 멸치튀김까지 그 요리법은 무궁무진하다.

김 조합장은 “카스 기술을 사용해 냉동한 멸치를 먹을 수 있는 카스 전용 식당을 위판장 위층에 만들 계획이다”며 “남해로 오는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남해의 멸치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나서서 수산물 유통 혁신 도와야

남해군수협이 도입한 카스 기술은 수산물 위생 안전에 최적화돼있다. 자기장을 이용해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를 모두 막아주기 때문이다. 남해군수협의 카스 기술은 단 하루만에 HACCP 검증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조합장은 “수산물 가공과 유통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위생이라고 생각한다.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가장 위생적으로 가공되는 수산물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맛, 위생, 안전성 등을 모두 확보한 카스 수산물을 수협에서 유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에서도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맛 좋은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유통 혁신을 강조했다.

 

어려워지는 수산업… ‘6차산업화’로 극복

남해군수협은 수산자원 고갈 위기와 환경오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방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37만 7,000미의 꽃게 종묘를 남해군 해역에 방류했으며, 지난 1월에는 대구수정란 방류사업을 진행했다. 2월에는 남해군 자어 방류행사에 함께해 미조면 조도해역에서 꼼치(물메기) 자어 300만미를 방류하기도 했다. 건강한 수산자원만을 선별해 성장에 적합한 자연환경에 방류함으로써 바다 환경을 회복하고 어족자원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이는 곧 어업인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고령화되고 있는 어촌과 수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꾸준한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남해군수협은 매년 2회에 걸쳐 경남해양과학교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학교운영지원비를 전달하며 젊은 수산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이 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지금 바다 아래에는 적체된 어구가 한가득이다. 바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 어촌 고령화와 어선 노후화 등으로 수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활력이 사라지고 있는 어촌에 근심을 표했다.

이어 그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어장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산업의 6차산업화가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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