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수산업협동조합 - 수산업의 6차 산업화로 바다 잃은 아픔 극복해야
진해수산업협동조합 - 수산업의 6차 산업화로 바다 잃은 아픔 극복해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3.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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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더 기대되는 조합으로 거듭나다
진해수산업협동조합 전경
진해수산업협동조합 전경

[현대해양] 경남 지역에서 최대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진해신항 건설 사업으로 좌절하고 있는 어업인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외치는 조합장이 있다. “자구적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내가 선두에 설 테니 나를 따라와 달라”고 말하는 노동진 진해수협 조합장. 그는 존폐 위기에 놓인 진해 지역 수산업을 6차 산업화시켜 바다를 잃은 어업인들의 아픔을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진해바다에 또 다시 드리운 그림자

진해신항은 창원시 진해구 연도 서측을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2만 5,000TEU 급 이상) 21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메가포트(Mega-Port)로 개발된다. 이는 경남 역대 최대 규모의 스마트 항만 개발사업으로 오는 2022년 착공에 들어가 2030년까지 약 10조 2,700억 원을 투입해 자동화된 스마트 물류허브항만을 조성한다. 경제성 통과 조건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데 실패했으나 해양수산부는 곧 예비타당성 심사를 다시 신청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자동화·디지털화 개발 사업으로 한국형 스마트 항만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시·도와 해운·항만 업계에서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그 뒤에는 수십 년간 해오던 조업구역을 잃어버리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어업인이 있었다. 부산항신항(제1신항)개발로 진해 지역 조업구역은 이미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었기에 어업인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나 마냥 두 손 두 발을 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진해수협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생계대책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어업인들의 앞에 섰다.

노동진 진해수협 조합장
노동진 진해수협 조합장

“장밋빛 미래 설계 전 어업인 먼저 돌봐야”

노동진 진해수협 조합장은 2015년 3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조합장 직을 맡기 전에는 진해수협 어민대책위원장을 지내며 부산항신항 개발로 피해 입은 어업인의 보상을 챙기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제 그는 진해수협의 조합장이 되어 제2신항 개발로 잃어버린 조업구역에 대한 적합한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옛날(부산항신항 개발 사업)보다 타이트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 어업권 손실 피해와 그에 걸맞은 보상 등에 대한 어업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 국장급이 참여하는 정례를 만드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당장 소득이 없어지는 어업인들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진해수협은 어업인들이 제2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 조합장은 “어촌마을에 작은 펜션을 짓고 숙박업, 낚시업 등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한다면 어업인들의 소득 창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행정기관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들이 신항이 불러올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미래를 설계하기 전에 어업인들의 아픔을 최우선으로 돌아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 경제사업에 ‘날개’ 달다

바다가 사라지는 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대책을 찾아야 한다. 노 조합장은 충분한 보상을 받되 어업인과 수산업도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해수협은 전면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는 금융사업보다 경제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잡는 1차 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가공, 3차 산업인 유통·판매를 복합한 6차 산업에 집중한 것이다.

진해수협 수산 가공 단지에는 현대화된 위판장, 수산물 가공공장, 수산물 직판매장이 갖춰져 있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수산물 가공공장에는 거제와 진해 바다에서 올라온 신선한 수산물과 전국에서 모이는 다양한 수산물들이 위생적으로 가공돼 바로 옆 수산물직매장에서 판매된다. 4년 전부터는 진해수협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직매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직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진해 지역 특산물인 피조개뿐만 아니라 갈치, 바지락, 낙지 등 전국 수산물들이 간편하게 가공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편이다.

젊은 층과 지역 주민들의 입맛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진해수협은 비린내를 제거한 고등어, 순살 갈치 등으로 1년에 10차례 이상 시식회를 열며 제품을 홍보하는데 집중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드라이브 스루로 수산물을 판매하며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30차례가 넘도록 피조개 요리 레시피를 개발해 시식회를 열고 군 장병의 입맛을 사로잡아 피조개 군납에도 성공했다.

노 조합장은 “과거에는 금융사업에만 치우쳐 경제사업을 돌보지 못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수산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경영이 개선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해수협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손질되는 삼치
진해수협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손질되는 삼치

내실 있는 조합, 미래가 더 기대되는 조합

조업하기에 열악한 환경에 위판실적도 타 회원조합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경영이 개선되기 시작하자 진해수협은 경제사업에서 잉여를 달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20년 상반기 공제가입 캠페인’서 공제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진해수협은 이 기세를 이어 올해에도, 그리고 진해수협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도 공제 대상을 받기 위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노 조합장은 “과거 100년간은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100년은 희망과 미래가 있을 것이다. 재출발하는 마음으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힘차게 달리겠다”고 말했다. 

동진 조합장이 수산물직판장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노동진 조합장이 수산물직판장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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