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제도 개선으로 안전을 습관화한다
끊임없는 제도 개선으로 안전을 습관화한다
  • 정태성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장
  • 승인 2021.03.0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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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전의 일상화를 위하여
정태성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장

[현대해양]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정부는 재난 및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생명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조치로써 ‘안전권’을 개정헌법에 담는 것을 국정과제에 명시하고, 2018년 10차 개헌안에 기본권으로 ‘안전권’을 포함시킨 바 있다. 개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안전’은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안전의 가치만큼이나 국가의 역할도 커지고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사회 보편적인 안전수준의 향상은 정부만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수반되어야 하며, 안전 확보에 지출되는 비용분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회 각 영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안전정책의 설계와 철저한 이행, 보완의 과정을 통해 안전이라는 가치가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고 후 수습위주의 소극적이고 국부적인 개선과정이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예방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는 올해 관계기관, 지자체 등과 함께 인명피해가 큰 주요 해양사고와 낚시어선 등 다중이용선박의 사고예방에 집중하고 무엇보다 민간 스스로의 안전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해상종사자의 안전관리 역량제고를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고 교통관리체계를 사전 안전관리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3대 해양사고 집중관리

지난 5년간(2016~2020년)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589명으로 이 중 93%가(549명) △안전사고 △전복·침몰 △충돌로 발생하였다. 인명피해의 주요원인인 3대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올해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안전사고의 경우 해상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의복형 구명조끼와 수분·염분 등을 감지하여 해경청에 추락자 위치를 자동송출 하는 ‘해로드 세이버’를 보급한다. 또한 조업 중 양망기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하여 양망기 작동방법 매뉴얼을 배포하고, 비상시 대비 ‘양망기 긴급정지장치’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선원 안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하여 산재예방 조치 등이 규정된 「선내안전보건기준」을 고시할 계획이다.

둘째, 기상악화 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전복·침몰사고 예방을 위하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수협중앙회 등을 통해 선박 종사자에게 실시간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선저외판, 화물창 덮개 등 선체의 수밀성 검사 실태를 점검하고, 어구의 과다적재로 인한 전복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표준형어선을 도입하는 5톤 이상 어선에 만재흘수선의 역할을 하는 안전기준선을 표시할 예정이다.

셋째, 선박 충돌사고 예방을 위하여 어선과 연안선박 등에 충돌경보 기능이 있는 바다 내비게이션(e-Navigation)을 보급하고, 어선의 항해·조업·통신·조업장비 단순화를 위한 통합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3대 해양사고 집중관리를 위해 앞서 기술한 정책들과 함께 지속적인 선박안전점검, 구명조끼 일상화를 위한 홍보, 기상상황에 따른 출항 통제 및 선박설비사용 방법 교육 등을 상시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4개 취약선종 관리 강화

해양레저활동 및 국내관광수요 증가로 매년 2,000만 명 이상이 여객선, 낚시어선 등 다중이용선박을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5억 톤의 위험물이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다. 사고발생시 인명·재산피해가 큰 연안여객선, 낚시어선, 마리나선박 및 위험물운반선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연간 1,400만 명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안전 확보를 위하여 노후 여객선 6척에 대하여 신조선 대체자금을 지원하고, 전체여객선 164척을 대상으로 출항지부터 목적지까지의 운항 상황과 여객 안전 상태를 이중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낚시어선에 대하여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방지를 위해 지자체별로 충돌 위험해역마다 최대 제한속력을 설정하고, 야간항해를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정을 신설한다. 또한 낚시업자 자율관리공동체 평가항목에 과속금지, 안전관리 실적 등을 추가하여 실적이 우수한 공동체에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 안전관리를 독려할 계획이다.

마리나선박의 경우, 기상악화 시 무리한 활동으로 인한 사고 발생가능성을 낮추기 위하여 운항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용객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 한다.

위험물운반선의 사고예방을 위하여 유류운송선박의 경우 좌초사고 시 기름유출이 되지 않도록 소형유조선을 대상으로 선박의 바닥을 이중화 하는 개조비용을 지원하고, 화재·폭발 위험성이 높은 선박의 경우에는 정전기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화물창 등 위험구역 내 정전기 방지장비 의무사용 범위를 기존 작업복, 작업화에서 이동형 펌프, 망치 및 스패너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 자율형 안전관리 문화 정착

해양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지출을 경영을 위해 줄여야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고는 여러 단계에 걸쳐 취약요소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일어나게 되므로 각 단계별 안전관리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여 가외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해사안전법」 개정을 통해 선박소유자와 안전관리책임자의 책임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고 민간이 스스로 안전관리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선사 안전투자 공시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 선사의 안전분야 투자정보를 통해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되면 자율적 안전관리 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안전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자격 제도를 신설하고, 우수선박관리 사업자를 선정·인증 하는 등 민간주도의 안전관리 문화정착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한 안전투자여력이 없는 10톤 미만 소형 어선 6만 여척에 대해서는 자동소화장치, 무선전화 등 선박 안전장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올해 레이더 등을 추가 보급할 방침이다.

 

해상종사자 역량 제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위험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해상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안전을 체화할 수 있도록 교육방식을 이론위주에서 체험·실습형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어업인과 연안선원을 대상으로 선박 비상상황 시 대응요령, 안전장비 사용법 등에 대한 현장교육과 가상현실(VR) 장비를 활용한 체험교육을 추진한다. 어선원의 경우 교육 대상을 현재 선주, 선장 및 기관장 등에서 외국인 선원을 포함한 일반 어선원으로 확대하고 교육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수협 등과 협조하여 도서벽지에 ‘찾아가는 순회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해양수산 분야 최고경영자에 대한 교육과 사고사례 공유를 통해 안전의 중요성과 협조사항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체험교육을 더욱 체계화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관련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사고예방형 교통관리체계 조성

선박 대형화, 해상교량 건설 등으로 해상교통환경이 점차 복잡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혼잡해역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등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하여 관련제도 등을 지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체계적인 항로설정과 관리를 위하여 「해사안전법」 상 관련조항의 미비점을 분석·개선하고, 운항자가 자발적으로 제한속력과 항법을 지킬 수 있도록 단속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해양개발 시 교통안전영향을 고려하여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사전컨설팅 제도를 도입하고, 진단대상을 100미터 이상 선박의 통항수역에서 60미터 이상으로 확대하여 소규모 해양개발도 포함하는 한편 대형사고가 발생하거나 진단 후 중대한 환경변화가 있을 경우 안전성을 재평가 하도록 해상교통안전진단 제도를 개선 하고자 한다.

해상교통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육상의 실시간 라디오교통방송과 같이 선박에 음성교통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관련연구를 추진한다. 또한 교통현황, 해양사고 정보 등을 민간과 공공부문에 개방하여 해상교통 관련 연구와 정책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2023년까지 해양교통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유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수 인명사상 사고 발생 시 별도조사부를 구성하여 특별조사를 시행하고 민간조사의 전문성 확보하기 위하여 어로기술, 선박복원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민간자문단을 구성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해양사고의 대부분은 인적과실로 인해 발생한다. 선박관리자, 운항자, 이용객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안전장비 개발·보급 등 기술적 영역부터 안전관련 법령개정, 해양안전 캠페인 및 교육까지 이 모든 해양안전정책의 밑바탕에는 선박종사자 및 이용객의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부단한 고민이 깔려있다. 해양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일일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안전’ 습관을 몸에 익혀 다양한 안전정책의 효과를 완성하고 갈무리하는 주체는 선박종사자를 포함한 국민, ‘나’ 자신이다.

해양수산부는 선언적 의미의 ‘안전’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일상적 ‘안전’을 지향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하여 안전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이유는 안전의 습관화를 위해서다.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몸에 체득되면 습관이 된다. 이렇게 일상화된 ‘안전’은 바다위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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