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댐 방류 피해, 대답없는 수자원공사
반복되는 댐 방류 피해, 대답없는 수자원공사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3.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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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존재하는데 책임자는 어디에?

[현대해양] 지난달 23일 경남도청 앞에서 신남강댐(사천·남해·하동 지역) 어업피해대책위원회가 ‘남강댐 치수 증대사업’을 결사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루 전날인 22일에는 진주시의회에서 ‘남강본류 방류량 증대 절대불가 결의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남강댐 치수 증대사업은 남강댐 사천만 방면의 제수문을 기존 12문에서 16문까지 증설하고, 보조여수로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으로 2025년까지 추진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남강댐의 하류 지역에서는 왜 이 사업을 이렇게 ‘결사’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23일 경남도청 앞에서 신남강댐어업피해대책위원회가 ‘남강댐 치수증대사업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상대로 소송 제기

남강댐 방류로 인해 사천·남해·하동 3개 시군 어민들은 양식장 침수는 물론 해수 담수화로 인한 어류·패류 폐사 피해를 입고 있다.

사천·남해·하동 피해어민들이 발족한 ‘신남강댐 어업피해대책위원회’ 백인흠 위원장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박재현)는 공기업이고 남강댐 건설 대행자이자 관리자 신분으로서 남강댐의 어업피해에 대한 가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러나 우리의 어업피해보상 요구에 대해 피해는 인정하나 수자원공사로서는 보상 권한이 없으니 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받으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해마다 남강댐 방류로 인한 막대한 어업피해를 당한 어민들이 2002년 10월에도 사천만 일원 해양환경영향조사를 요구했고, 건교부 및 수자원공사가 이를 수용해 2003년 8월 1일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산업연구소는 남강댐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평가조사를 진행해 「최종보고서 2008.11」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방류량 1,750㎥/초 이상 방류 시 사천만, 강진만의 어류양식어업, 패류양식어업, 마을어업 등은 해마다 어업피해 손실이 매우 크며, 어장의 경제성(어업생산 감소율 60%)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이후 저감대책이나 피해구제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댐 방류로 떠내려온 쓰레기들
댐 방류로 떠내려온 쓰레기들

심부택 신남강댐 어업피해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은 “2009년 5월, 사천·남해·하동 피해어민들 816명이 집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제기했으나 수자원공사는 공기업의 인센티브에 토목공학의 전문성과 국가주요 산업시설이라는 댐 관리의 특권을 이용해 판결에 효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을 허위로 조작·위증했고, 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조작·위증 내용 중 하나는 계획방류량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상고심은 남강댐보강공사로 인해 사천만으로의 계획방류량은 오히려 감소돼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남강댐 수문자료에 따르면 2002년 8월 31일 사천만 측 5,430㎥/초 방류, 2020년 8월 8일 5,390㎥/초 방류 등 각각 계획방류량인 3,250㎥/초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획방류량 3,250㎥/초에 근접한 3,000㎥/초~3,200㎥/초를 20년 사이 6회나 방류해 사천만 계획방류량은 실제로 감축되지도 않았고, 남강댐보강공사로 인해 남강본류 계획방류량 2,000㎥/초에서 실 방류량 500㎥/초로 감축해 신남강공사로 인해 본류 측의 감축된 계획방류량이 사천만 계획방류량으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작년 8월에도 또 한번 사천만 일대는 남강댐 방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정종길 남해군청 관광경제국장은 “지난 해 8월 초당 약 5,400톤의 물이 방류됐고, 이로 인해 강진만의 물이 썩은 바다가 됐다”며, “쏟아져 나온 댐의 물이 바다에 섞이며 바다의 염도가 낮아지니 물고기는 도망가고, 패류는 모두 죽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 저염분이 원인

작년 9월 3일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사천만, 강진만 해역 양식생물 피해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2020년 8월 초 수산과학원과 지자체, 수협, 어업인들이 경남 사천시 및 남해군의 피해어장을 대상으로 굴과 바지락의 피해정도를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2020년 8월 댐 방류로 폐사한 패류들
2020년 8월 댐 방류로 폐사한 패류들

조사는 현장조사와 해양환경조사, 병리학적조사로 이뤄졌다. 현장조사 결과 사천시 갯벌 양식장 내 바지락 및 굴 대부분이 8월초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남해군에서는 이어리를 제외한 갯벌 바지락이 전량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환경조사 결과 사천만 지역은 6월초 염분이 평균 29±0.6 pus로 안정적이었으나 8월초에는 4.8±3.9 pus로 염분관측 값이 최하로 떨어졌다. 강진만의 경우에도 30.8 pus에서 2.3 pus까지 급격히 감소한 것이 관측됐으며 용존산소도 8월 중순 일시적인 빈산소상태(2.9~3.3mg/L)로 관측됐다. 양식생물조사 결과 사천만의 경우 굴 생존율 46%, 바지락 생존율 0% 전량폐사로 확인됐고, 강진만의 경우 문항·왕지 해역 생존율이 각각 27%, 0%로, 그리고 유포해역 0% 전량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보고서를 통해 사천만과 강진만 해역의 굴과 바지락 양식장 수온은 정상 범위였으나 염분의 경우 장기간 저염분 상태를 유지했고, 해당 기간 동안(6~8월) 세 차례나 염분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저염분에 의한 패류 생존율에 대한 연구결과, 고수온 시기 굴은 6.8 pus 이하에 노출 8일째 전량 폐사하며 바지락은 10 pus에서 20일째 전량 폐사한다. 또한 당시 폐사한 굴과 바지락의 육안·해부 및 병리학적 검사 결과 특이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결과 보고서는 ‘그러므로 사천만 및 강진만 해역 굴 및 바지락 대량폐사의 직접적 원인은 지속적인 저염분의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섬진강, 용담 등 다른 댐 방류 피해 지역

댐 방류 피해를 입은 지역은 남강댐 하류뿐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 8일경 섬진강댐 하류지역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곡성 등이 급작스러운 방류로 인해 침수했다. 당시 ‘전북도의회’ 발표에 따르면 초당 방류량이 8일 오전 6시 591톤에서 낮 12시 1,752톤으로 세배나 급증했고, 오후 4시 경에는 초당 1,870톤이 방류됐다.

댐 피해 이후 전북도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측에 섬진강댐과 용담댐 방류로 인한 홍수 피해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섬진강댐 및 용담댐 홍수피해지역은 전북·전남·경남·충북·충남 등 5개 광역도와 남원·순창·임실·구례·곡성·광양·하동 등 11개 시·군이 해당된다. 전북도는 9월 17일 ‘한국수자원공사 해임 촉구 결의문’을 대통령비서실장, 대한민국 국회의장, 국무총리, 각 정당대표, 환경부장관에 송부하기도 했다.

실제 피해자였던 곡성 민물장어 양식장 박근수 대표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물이 아주 급격히 불어나 서너시간 만에 지붕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에도 섬진강 방류 사태가 있었고, 작년이 두 번째였지만 2010년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곡성과 구례, 남원 쪽도 싹 잠겨서 내가 아는 6개의 양어장만해도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가장 적게 피해를 입은 양어장이 30억원 정도이며, 1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양어장도 있다”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정도의 피해인데 수자원공사나 정부에서는 10원 한 장의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이제 와서 우리같은 힘없는 일반인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수자원공사나 정부 측에서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 피해자에 어민은 없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피해 보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댐하류 수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환경부 수자원정책과다. 작년 10월 23일 환경부에서는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를 통해 집중호우 수해원인 전반에 대한 조사와 주민 참여확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당초 댐조사를 10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으나 기존 댐관리 조사위원회가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개편되고 전문기관의 조사용역을 통해 댐, 하천 등에 대한 피해원인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신속히 조사되도록 하겠다. 또한 금번 개편으로 인해 조사결과에 대한 공정성·객관성·지역 수용성 등이 더 높아질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박상수 환경부 수자원관리과 사무관은 “조사협의회에는 주민대표와 지자체, 정부가 모두 참여한다. 섬진강 주민대표 7명, 용담·대천 주민대표 6명, 합천·남강 주민대표 3명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침수 피해자들이다. 신남강댐 어업피해대책위원회는 이 조사협의회에 ‘어민대표’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박 사무관은 “애초에 행안부에서 발표한 홍수피해 현황에 어업피해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월 8일 착수보고회 회의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사천 지역 지자체에서도 함께 협의를 했다. 우리는 현재 TF팀을 구성해서 6개월에 걸쳐 협의회를 추진하고 있고, 남강댐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이 보상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제와 어업피해 부분을 포함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어업인들의 피해가 크다면 경남도에서 별도 조사를 하고, 소송을 통해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맞다. 어민 피해 부분 보상은 당초의 계획에도 없었던 부분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한 계획 방류량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중이며, 오는 6월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 답변했다.

한기설 환경부 수자원관리과 사무관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는 “어민들 피해는 따로 조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금의 조사협의회는 이미 확정이 된 부분이다. 댐 피해는 기본적으로 제방 관련 피해라고 생각한다. 홍수나 폭우까지는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2020년 8월 8일 방류된 물에 잠긴 곡성 민물장어 양식장(당시 주민이 찍은 영상 캡쳐)
2020년 8월 8일 방류된 물에 잠긴 곡성 민물장어 양식장(당시 주민이 찍은 영상 캡쳐)

치수증대하면 방류량 두 배 된다

현재 남강댐의 치수 증대사업은 12개의 수문을 16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며, 그럴경우 초당 방류량은 5,600톤에서 1만 2,000톤으로 증가한다.

남해군청 정종길 관광경제국장은 “현재 방류량으로도 어민들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니 방류량을 두 배나 늘리려 한다면 환경성 검토라도 진행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하는데, 수자원공사 측은 개발면적이 전체의 10% 미만이라는 이유로 환경성검토를 거부하고 있다”며 “댐의 경우에는 개발 면적보다는 방류량이 얼마나 느는지를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재협 강진만어업대책상설협의회 사무국장은 “댐의 만조 수위가 46m인데, 남강댐은 물장사를 위해 항상 44m를 유지하고 있었다. 홍수 예보가 있는 경우에는 수위를 36m 정도로 내렸다가 비가 오면 조금씩 방류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강댐의 치수 증대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인 환경부 수자원정책과의 강성안 주무관은 “현재 치수 증대사업에 대해 지자체에서 반대를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사업 진행이 언제 될 지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댐 방류량을 결정하는 것은 수자원공사와 홍수통제소다. 양 기관은 댐의 수량과 강의 상황을 고려해 방류량과 방류 시기를 판단한다. 수자원공사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이 예상되면 댐 저장용량을 늘려야 하기에 예비방류를 실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작년 수해의 경우 이러한 예비방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 주민 및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강용구 전북도의회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섬진강댐의 방류량을 급격히 늘려 초당 1,860톤의 물을 흘려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자원공사는 섬진강댐 홍수조절 실패의 직접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 표명과 함께 사과해야 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성구 경남도 수산자원과 사무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증대사업을 막는 것이 아니다. 바다와 어민들에 대한 피해조사, 그리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꾸준히 수자원공사와 환경부에 내용을 전하고 있지만 피드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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