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해운항만 VS 수산 인사 불공평 ‘심각’
해수부 해운항만 VS 수산 인사 불공평 ‘심각’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3.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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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분야 배제 ‘국가적 인력 손실 커’

[현대해양] 해양 수산 통합 행정 25주년을 맞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회가 심한 균열로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올해는 인사 불균형과 특정 분야 인물 배제가 극에 달해 강력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0일 3차 개각 대상에서 해수부 장관이 빠지고 유임이 확정되자 이날 이후 해수부 고위직 인사가 본격적으로 단행됐다. 먼저 1월 29일에는 기획조정실장, 해사안전국장, 항만국장, 대변인, 해양환경정책관 등을 임명하는 1~2급 전보인사(2월 1일자)가 발표됐다.

이어 일부 국장급 인사가 있었으며, 청와대 인사검증이 끝난 1급 승진대상자들의 승진인사가 이어졌다.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가기 위해 명예퇴직한 해양정책실장 후임과 엄기두 실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수산정책실장이 임명된 것이다. 그리고 국장급 승진 및 과장급 전보인사가 이뤄졌다. 뒤이어 과장급 전보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초 인사의 특징은 특정분야가 도드라졌다는 것. 다르게 표현하면 경쟁분야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 1급(실장급)부터 보면 본부에 3명의 실장, 즉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수산정책실장 자리가 모두 특정분야 출신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수산정책실장까지 수산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아닌 의외의 인사가 승진 발령되는 등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을 망각한 인사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인사 불균형과 특정분야 인물 배제가 극에 달해 강력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해양수산부의 인사 불균형과 특정분야 인물 배제가 극에 달해 강력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장·차관-3실장-3국장 라인에 없는 수산 인재

해양수산부는 1996년 처음 발족했다. 이전에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이 있었다. 이 두 기관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해양수산부 출범으로 함께 근무하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해수부가 해체되자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흩어지게 됐다.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서 흩어졌던 이들이 다시 합쳐졌다. 이때 화합 협력 분위기가 아닌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2013년 해수부 부활 이전에 있었던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들이 요직을 독식하고 수산청-농림수산식품부 출신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과 불만이 이어졌다. 이번 연초 정기인사에서 교체된 본부 실장 3명 모두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장급(2급)도 마찬가지다. 해수부는 크게 3실 3국(단독국)으로 조직돼 있는데 3실·3국장 전원(6명)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들이다.

위로 더 넓혀보자. 정무직인 차관까지 확장해도 차관(1명)부터 본부 실장(3명), 국장(3명)까지 모두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들이자 해운항만 분야 전문가들이다. 옛 수산청-농림수산식품부 출신은 전무하다. 그럼 장관은 어떤가? 장관은 대통령이 외부인사를 발탁했지만 한국해양대 항해학 석사에 영국 카디프대 항만경제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세계해사대학 교수를 지냈다. 대한민국 해수부의 중심인 장관-차관-3실장-3국장 라인에는 해양수산부라는 부처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산 인재가 없다.

소속기관인 중앙해양심판원, 국립수산과학원까지 합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소속기관장까지 포함하더라도 전체 5명의 1급 중 1명만 수산청-농림수산식품부 출신 고위공무원이다. 반면에 4명(80%)이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출신이다.

2급까지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해수부 실장과·국장급(관(官) 포함)은 지방까지 합쳐 총 24명이다. 이 중 수산청-농림수산식품부 출신은 6명(2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산 쪽은 국장급 정책관 2명만 본부에 근무할 뿐 나머지 4명은 지방이나 산하기관 등 이른바 한직에 배치돼 있다. 약 80%가 본부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국토해양부 출신 고위공무원들과 대조적이다.

 

일방향 인사위원회

과장까지 영역을 넓혀도 수산 인력이 드물다. 어촌, 수산 업무를 전담하는 수산정책실 소속 12과 중 수산인사는 1/3 수준에 그친다. 이는 기술고시 출신 수산직 뿐만 아니라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를 거치며 수산에 조예가 깊은 행정직 공무원까지 합친 수이다.

그럼 수산 공무원들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 지방이나 소속기관, 타기관에서 본부 복귀를 꿈꾸고 있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좌천된 뒤 정년퇴임을 눈 앞두고 중징계 받은 A씨, △소속기관으로 좌천돼 다년간 지방에서만 근무하다 본부에 복귀하지 못하고 곧 정년퇴임하는 B씨, △소속기관에서 승진하지 못하고 수년째 과장만 하고 있는 C씨, △타 기관 파견휴직 연장된 D씨, △3~4년 전 본부에서 임시조직으로 전보발령 뒤 본인 의사와 달리 교육에 들어간 E씨, △승진 1순위임에도 매번 승진에서 누락되다 타 부처로 교환근무 보내진 F씨,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님에도 사고 책임을 물어 본부에서 빼내 교육 보내진 G씨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해운항만 핵심인사에게 밉보여 승진을 포기하고 명예퇴직한 H씨 등 자타가 불이익 받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I직원은 “예전부터 수산 홀대를 지적하면 ‘수산쪽 인물이 누가 있나? 있으면 말해보라’고 한다”고 증언했다. 이 직원은 “그래서 불합리하게 차별 받는 이들을 나열하면 ‘모두 흠결 있는 사람들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흠결이 있다고 한 수산 인사들에게 징계를 받거나 비난받을 만한 비위, 행실이 드러난 건 없다. 이 말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 눈의 티눈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이 1:1로 합쳐져 1986년 해양수산부가 됐고,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로 5년간 나눠졌다가 재결합했음에도 해운항만청 출신(정확히 말하면 국토해양부 출신) 공무원들의 입김과 견제가 도를 넘었다는 기류가 해수부 전반에 퍼져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해수부에서조차 행정직, 수산직을 불문하고 수산 업무를 장기간 맡거나 기술고시를 통해 발탁된 수산직렬조차 외곽으로 빠지며 기억에서 잊히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사위원회(승진심사위원회) 구성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인사위원회는 차관,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수산정책실장, 해운물류국장, 해사안전국장, 항만국장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차관이 맡는다. 해수부 규정대로라면 인사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는 수산 공무원은 위원장인 차관을 포함해도 7명 중 최소 0명, 최대 2명에 불과하다. 수산 분야 목소리가 전달될 수 없는 구조다.

 

급격히 기울어진 운동장

기획조정실장은 해수부 부활 원년부터 국토해양부 출신이, 해양정책실장도 국토해양부 출신이, 해운물류국장, 해사안전국장, 항만국장도 국토해양부 출신이 맡아왔다. 게다가 인사교류도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돼 왔다. 수산청 출신은 수산 관련부서에서만 근무하는 것에 반해 해운항만 인사들은 기획조정실, 해양정책실은 물론 수산정책실까지 진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승진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수산직은 해수부 부활 이후 손재학·강준석 전 차관 등 단 2명의 기술고시 출신만 차관까지 오를 수 있었다. 반면 해운항만청 출신은 김영석, 윤학배, 김양수 전 차관, 박준영 현 차관 등 4명에 이른다. 이중 김영석 전 차관은 장관까지 올랐다.

수산 공무원 홀대가 심해진 것이 장·차관이 해운항만 인물일 때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 해수부 장관으로 21명이 임명됐지만 그 중 수산 인사는 단 1명도 없다. 문제는 장·차관 모두 해운항만 쪽일 때 운동장은 급격하게 기울었다. 기조실장, 해양정책실장은 단 한 번도 수산 쪽에서 나온 적 없고 수산정책실장, 수산과학원장 등 ‘수산’ 이름이 붙는 곳만 수산 공무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 장관 취임 이후 달라졌다. 수산직이 맡던 수산정책실장마저 해운항만청 출신이 연속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국장도 마찬가지다. 해운물류국장, 해사안전국장, 항만국장 등 본부 3국장(단독)은 해운항만 분야에서 맡는 것이 당연시 되고 해양환경, 해양생태 등을 다루는 해양정책실장, 소속 국장(정책관)까지도 해운항만 쪽에서 맡고 있다. 수산정책실 소속 수산정책관, 어촌양식정책관은 수시로 해운항만 인사가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그나마 수산 쪽에 허용되는 자리는 민원이 많아 다들 기피하는 어업자원정책관 정도다.

 

수산 공무원은 어디에 있나

이번 전횡에 대해 해수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며 “지금 주력이 행시 36기인데 수산은 OOO 원장이 38기라(행시로 치면) 35기에서 38기로 갑자기 넘어가 수산에 인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 수산 공무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해운항만 인사의 말대로 수산직 인물이 없는 걸까. 기술고등고시 수산직이 있다. 대부분 수산대학에서 어업, 수산양식, 수산생물 등을 전공하고 고시를 준비했던 인물들이다. 이에 더해 전공은 아니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해 수산 업무를 오랫동안 깊이 있게 담당했던 이들, 주무관으로 시작해 수산 분야 업무를 주로 다뤄왔던 역량 있는 공무원들도 있다.

그럼에도 전술한 것처럼 지방 소속기관 등에 오랫동안 배치되거나 외부기관 파견, 교육 등으로 중심부에서 빠져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오랜 노하우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해수부 퇴직 공무원 J씨는 “특정대학 출신의 특정분야 고위직들이 중심이 돼 수산 공무원 뿌리를 뽑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공무원 K씨는 “어촌, 어업, 양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이 수산을 맡아 수산은 아무나 해도 되는 중요치 않은 산업이 됐다. 이런 식으로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공무원 L씨는 “수산을 모르는 이들이 와서 행정을 하니 눈에 보이는 이벤트나 하려고 하고 근본대책 없이 지원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해양수산부 핵심인사들. 왼쪽부터 엄기두 기획조정실장, 문성혁 장관, 박준영 차관
해양수산부 핵심인사들. 왼쪽부터 엄기두 기획조정실장, 문성혁 장관, 박준영 차관

인사검증에 탈락한 해운항만 인사

불공평 인사는 해수부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 안에서 우위를 점한 특정분야가 퇴직 후에는 산하 공공기관장까지 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례로 ㄱ기관의 경우 어촌사람들과 어업인들을 위한 공공기관임에도 연관성, 기여도 없는 해운항만청 출신 퇴직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안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ㄴ공단 또한 중요한 수산 기관인데 특정분야 퇴직 공직자들이 기관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파행이 관행처럼 고착화 되는 과정에 무리수도 많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운항만청 출신으로 최근에 해수부에서 퇴직한 한 인사는 공공기관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망신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직시에도 특지역, 특정기업을 밀어주라는 부당한 지시를 노골적으로 하기로 유명했다고. 그럼에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1급까지 올랐다. 만약 이런 인물이 수산 분야에 있었다면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바로 중징계되거나 좌천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불공평 인사는 한쪽 날개 잃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인사는 “내로남불식으로 자신의 허물은 그럴 수 있고, 남의 허물은 침소봉대(針小棒大)해 경쟁자 죽이기에 나서면 전문가들을 활용하지 못해 생기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원로는 “균형잡힌 해양수산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다’라는 적대의식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은 운동장 경사가 너무 심해 힘있는 인사권자가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해양수산은 한 날개를 잃고 최악의 경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양수산부 조직도
해양수산부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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