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下)
귀어·귀촌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下)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3.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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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공유경제’가 해답될 수 있어

[현대해양] 귀어·귀촌정책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 정책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어업인들은 정책이 수산업과 어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에 수산업 실무 교육이 전무하다는 점도 귀어·귀촌정책의 한계로 드러났다. 이에 추가적 정책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청년들의 어촌 유입을 위해 ‘공유경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앞서 귀어·귀촌 정책 6년차, 그간의 성과는(上)(현대해양 2월호 참고)을 통해 해양수산부의 귀어·귀촌 정책과 사업 성과에 대해 살펴봤다. 귀어·귀촌 활성화 사업 예산으로 2015년 600억 원, 지난해에는 760억 원이 투입됐지만 귀어인구는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어 정책 시행 6년차에도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50억 원 증가한 811억 원이 귀어·귀촌 사업 예산으로 투입된다.

귀어·귀촌 정책 6년차(下)에서는 실제 귀어인들의 겪는 애로사항을 토대로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책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부족한 귀어자금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은 허가제를 통해 어선의 척수와 톤수를 어업자원량에 따라 조정·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과다한 어업허가 발급을 막기 위해 어선 감척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어업허가는 신규 발급되지 않는다.

즉, 귀어를 해서 어업활동을 하려면 배와 어업허가 두 가지를 모두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귀어 지원 자금은 어선어업을 시작하기에 태부족이라는 수산업계 종사자의 지적이 나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선령 15년 이내 3톤 급 연안어선은 1억 원대, 5톤 급 어선은 2억 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귀어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은 저금리 대출로 1인당 최대 3억 원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낚시 어선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낚시 어선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경기 화성에서 어선 어업과 어선 수리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어업인 김한태 씨는 “제대로 된 어구 그물(안강망) 하나가 천만 원이 넘는다. 저렴한 어구를 구입한다고 해도 최소 팔백만 원은 생각해야한다”라며 “어구가 하나만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귀어 지원 자금은 배와 어구를 사기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 한성민 사무관은 “귀어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사업은 수협자금을 활용해 진행된다. 대출 심사는 수협과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을 거치는데 보통 신용보증은 한도가 3억 원임을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가 있더라도 어업허가 없이는 어업활동이 불가능한데 허가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씨는 “최근 9.77톤 급 낚시 어선 어업 허가가 2억 3천만 원에 매매된 것을 확인했다. 9.77톤 급이면 최대 22명이 승선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주꾸미 1kg씩만 잡는다고 쳐도 수익이 어마어마하다”며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수익이 잘 나는 낚시배 어업허가를 구매하려 하는데 초기 자금이 없는 사람은 절대 구매할 수 없다. 허가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어촌과 어업인을 죽이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김 씨는 어업허가 수요는 많고 이를 판매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허가 가격은 계속 치솟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실무 무시한 ‘탁상행정’ 논란도

현재 낚시 어선은 일반 어선처럼 면세유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하거나 120만 원 상당의 수산물 거래 증명서만 있으면 어선 등록이 가능하다.

김 씨는 “낚시 어선 면세유 지원 제도를 없애야 한다. 낚시 어업은 당초 취지가 금어기에 소득이 없는 어업인을 위한 생존지원책이었다. 그런데 낚시 어선에 면세유를 지원해주니 손 쉽게 낚시객만 태우려고 한다. 그러니 누가 힘든 어업을 하겠나. 어촌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정부의 귀어 창업 자금 지원 시기가 적합하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어업인의 주문도 나왔다. 해양 관련 벤처기업 대표이사 유원기 씨는 4~5년 전 귀어·귀촌 신청을 했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정책 탓에 결국 귀어를 포기했다고.

지자체에 따라 신청기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귀어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융자) 사업은 연초부터 지원할 수 있으며 통상 연초 3월경 지원 대상자가 선정된다. 유 씨는 “귀어인으로 선정되려면 높은 귀어점수를 받는 것이 유리한데, 이 때 어업 종사 실적이 1년 이상이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귀어 전에 미리 주택이나 어선을 사서 어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은 이미 구입한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귀어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배를 사려고 하면 배가 없어 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귀어를 유도하는 정책이 이미 구입한 배에 대해서는 지원해 주지 않으니 모순이 아닌가”라며 하소연 했다. 이어 유 씨는 “어업활동을 위해 사전에 구입한 자본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유 씨는 “배 값보다 비싼 어업권은 감정도 안된다. 행정 편하자고 실무는 무시한 귀어정책이다. 텃세 심한 어촌에서 정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정착될쯤이면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귀어 신청한 사람들이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가 돼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성민 사무관은 “어업 종사 실적이 없더라도 귀어 전에 귀어교육을 수강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뒤 “귀어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후 배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점을 감안해 해수부는 관련 지원 자금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2년이 짧다고 민원을 제기한 어업인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무관은 “사전에 구매한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전달받은 내용은 없었으나 내부적 검토를 통해 필요하다면 지침개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실무 교육 없어, 논란의 교육비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지원책에 실무 교육 과정이 전무해 실질적 어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지만 센터 운영비로는 매년 평균 약 17억 원이 투입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귀어업인을 위한 교육 과정으로 이론 교육만 운영하고 있다. 즉 교육 지원 정책에 실무교육과정은 단 하나도 개설돼 있지 않다. 그러나 수산업의 특성상 도시민이 이론 교육만으로 어선 어업이나 양식 어업 실전에 투입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귀어정책 전문가 A씨는 “귀어·귀촌 교육이 실무 중심으로 강화돼야 한다. 귀농귀촌센터의 경우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고 실습할 수 있는 교육을 예비 귀농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귀어·귀촌 교육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제공하는 오프라인교육에는 △귀농귀촌아카데미 △맞춤형 공모교육 △청년귀농 장기교육 △귀촌인 농산업 창업교육 △지자체 귀농귀촌교육 △현장실습교육장 △농업·농촌 탐색교육 △영농 근로 체험교육 등이 있다. 8개 교육 과정 중 실무 과정은 전체 교육의 절반인 4개 과정이며, 나머지 교육 역시 이론과 실무교육이 병행되는 강의가 많다.

이에 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관계자는 “현장 실무교육은 귀어학교에서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센터는 이론교육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센터에서도 실무를 익힐 수 있는 현장 교육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귀어닥터’ 역시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지원하는 귀어닥터는 귀어·귀촌 희망인의 정착 초기 어려움을 해소시켜주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센터는 어업경영, 어촌생활 등 귀어·귀촌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귀어닥터로 선발하고 있으며 이들은 귀어·귀촌 희망자 또는 귀어인에게 1대1 컨설팅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었던 손금주 의원은 “78명의 귀어닥터 중 40명의 전·현직 공무원, 교수, 공기업 직원 등으로 구성돼 있어 귀어닥터가 현지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거나 지역 밀착형 실무교육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손 의원이 한국어촌어항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귀어닥터 78명 중 43%는 컨설팅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지역의 수산업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활동하지 않으면 귀어·귀촌 교육기관은 퇴직 공무원, 강사들의 일자리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귀어귀촌종합센터 교육 과정
귀어귀촌종합센터 교육 과정

청년 귀어인의 창업 기회 만들어야

통계청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귀어·귀촌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 귀어인 중 청년귀어인은 19.0%에 내외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면 귀어귀어 정책의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어선임대사업을 신규 귀어인 육성 및 창업의 장으로 활용해 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어선 임대사업이 첫 단계인 만큼 마을 어선·어장 공유를 활성화해 청년귀어인에게 면허뿐만 아니라 기반시설까지 임대함으로써 전문어업인으로 육성하고 창출된 수익을 재투자해 어선 및 양식어업에 종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촌사회 귀어인수 현황(2013~2019)
어촌사회 귀어인수 현황(2013~2019)

‘공유경제’, 어촌 진입장벽 허물 수 있어

청년어선임대사업 및 청년어장임대사업은 어촌의 진입장벽을 낮춰 도시청년이 어촌 정착과 어업활동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동향분석 VOL.174(집필자-이호림 연구원, 강영은 전문연구원, 천재영 연구원, 전효주 연구원, 박상우 실장)은 신규 귀어인이 어선 및 양식어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는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해 투자 기반 조성비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한 뒤, 지자체 및 수협, 어촌계등을 플랫폼으로 어선 및 어장을 청년 귀어인에게 단기 임대해 어업교육 및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귀어를 통해 어촌사회에 정착한 청년어업인은 창업비용과 주택마련 등에 평균 1억 7,000만 원 정도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 마련, 어선(허가어업), 어장(면허어업), 주택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 활용모델 도입을 위한 정책연구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전남 신안군과 고흥군의 ‘청년어선 임대사업’, ‘청년 마을어장 공모사업’등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전국적 정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칭) 「수상업·어촌 공유경제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면허어장, 어선, 주거환경 등 기존 어업인의 기득권 형성과 제도적 상충에 따른 문제를 보완하고 체계적 거버넌스 등의 지원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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