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자세
연구자의 자세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1.03.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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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우리나라 주요 어종의 생활사와 생태를 조사·정리한 「치어를 찾아서(1994. 현대해양사)」를 저술한 우치다 게이타로 (內田惠太郞)는 우리나라 현대 수산학과 해양생물학에 크게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1927년부터 1942년까지 15년간 현 수산과학원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소에서 근무하며 우리나라 연안과 하천, 곳곳을 누비며 연근해 어류의 성어, 알과 치·자어까지 채집하여 기록·연구하였던 어류 생활사 연구자였습니다.

자료를 부산에 두고 돌아가 연구를 계속할 수 없음에 육체의 일부가 찢어져나가는 고통을 느꼈다고 술회할 정도로 연구자로서의 그 열정이 대단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현재 정부의 수산자원관리 정책이 대상 어종에 대한 생태 연구가 매우 빈약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어 정책 적합성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선 합당한 지적이라고 동의하는 이도 있고 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모 전문지 기자는 FAO보고서를 근거로 반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학자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과학으로 답을 하면 될 일입니다. 이래야 우리나라 수산학 발전에 기여하는 논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어업인 출신 모 수산단체장을 만났습니다.

이 분은 수산관련 연구자들에게 불신이 깊었습니다. 수산의 밑그림을 그려줘야 할 학자와 연구자들이 어업인과 수산업을 빌미로 돈벌이에만 열중한다고 성토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수산학을 연구해 온 모 연구자는 말로는 대가처럼 하고 다니나 그가 만든 보고서에는 쓸 만한 내용이 없다며 그의 말은 10%만 믿으면 된다는 조롱이 업계에서 돌고 있다며 혀를 찼습니다. 또 대학 교수 모 씨는 수십 억 원의 연구비가 들어가는 어업피해조사를 하면서 어업인들 앞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겠다고 해놓고선 ‘피해 없음’ 결론을 내렸다며 그의 이중성에 울분을 토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현장도 한 번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두 사례 다 어업인이 원하는 결과를 내어주지 않아 불만을 표한 것이겠지만 연구자에 대한 이러한 불신은 오래전부터 어업인들이 느껴온 것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한 산업의 발전에 있어 담론과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자들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궁극에 있어 연구자의 열정과 끈기, 학자로서의 양심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근거가 그 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SNS로 대화를 나눈 한 원로 수산학자는 현재 우리 수산학이 30년 전보다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며 학자의 한 사람으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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