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남한의 수산자원회복사업과 북한에서 많이 잡히는 도루묵
⑬남한의 수산자원회복사업과 북한에서 많이 잡히는 도루묵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2.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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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수산대 해양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메릴랜드주 체사피크생물연구소 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립제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연구실적으로 ‘생체량 크기 스펙트럼모델에 의한 수산자원량 추정 연구’, ‘해양먹이망 기반 해양생태계 변동 예측시스템 설계연구’ 등이 있다.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현대해양] 앞서 3차례 연재를 통해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수산관리정책들은 선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어업을 방해하고, 생업이 어려워진 어업인들을 전과범으로 만드는 나쁜 규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았다. 어업인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일지라도, 그들을 설득하기 전까지는 보류하거나 잠정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령 어떤 어종이 관리를 잘못해 남획이 일어나 어획고가 폭락을 하거나 멸종을 하더라도, 그 피해를 입을 사람은 어업인들이지 공무원들이나 수산전문가들이 아니다. 물고기가 잘 안 잡히는 것은 공무원이나 학자들에게 관념상의 손실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어업인들에게는 당장 현실이고 생존 문제이다. 따라서 물고기가 잘 잡힐 수 있는 바다를 보존하고 가꾸고자 하는 마음은 어업인들이 더 절박하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그 동안 어업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업해역 규제, 감척사업, TAC(총허용어획량)와 같은 수산정책 수립 과정을 제대로 공개를 하지 않았고, 설득이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으면서 밀어붙여왔다. 어업인들은 자신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줄 수산정책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수산분야 공무원들은 어업인들 위에 서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계도하려고 하지만,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책상에 앉아서 이론을 주로 연구하는 내가 보기에는 그 수산학 지식 수준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업인들이 경험적으로 현장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으며, 어떤 수산정책이나 규제 효과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가령, 바닷모래 채취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어 어획고가 감소했다는 일부 어업인들 주장이나, 지난 2년 동안 근해 대형선망 어선수를 20% 감척했더니 올해 고등어가 풍어라는 해양수산부 일부 공무원들 주장이나 내가 보기에는 둘 다 ‘팔당댐에 실례를 했더니 한강물이 짜졌더라’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공무원들 주장이 더 황당하게 들린다.

요즘은 수산전문가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나 중고생들까지 나서서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남획, 남획하며 동물권익보호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정의감과 선민의식을 가지고 어업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을 본다. 어설픈 정의감에서 무심코 던진 돌이지만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자고 하면서 해양수산부에서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에 포스터를 배포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현대해양 2020년 4월호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33).

 

명태 대신 도루묵

지난 1년 동안 <현대해양>에 글을 연재하면서, 주변에서 왜 매번 해양수산부 비판 글만 쓰느냐며 칭찬 글도 싣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나도 정말 칭찬하는 글을 올리고 싶지만 해운이나 항만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고 어쩔 수 없이 수산 분야만 얘기할 수밖에 없다. 수산 정책 분야를 보면 아무리 뒤져도 칭찬할만한 이야깃거리를 찾기가 힘들다. 내 눈에는 다 엉터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우리나라 수산정책을 펴는데 귀감이 될 좋은 사례가 하나 있어 이번에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2015년부터 북한 동해 바다에서 도루묵이 많이 잡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린다. 북한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대신 도루묵이 점점 더 많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도 2010년 이후 도루묵 어획고가 등락은 반복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북한과 우리 강원도 앞바다에서 도루묵 어획고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2006년부터 시작했던 도루묵 자원회복사업을 들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2006년부터 수산자원회복사업이라는 것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약 16종으로 그 대상 수산생물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 회복 방법들을 살펴보면 붕어빵 찍어내듯 거의 같다. 동해 도루묵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어업인들의 호응도 받으면서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수산자원회복사업이나 수산관리정책들과 이 도루묵 사업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도루묵 어획고 감소 원인부터 먼저 밝히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도루묵은 그 서식지가 우리나라 동해안, 일본 연안, 캄차카, 사할린, 알라스카에 이르는 냉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 바다가 그 서식지의 남서방 한계라는 점에서 명태와 비슷하다(현대해양 2020년 5~6월호 연재 참고).

사진 1. 동해 해안가 해초 군락에 산란하러 모여든 도루묵과 모자반에 붙어있는 알 덩어리(왼쪽)와 모자반에 붙어있는 도루묵 알.&nbsp;※ 사진_한국수산자원공단
사진 1. 동해 해안가 해초 군락에 산란하러 모여든 도루묵과 모자반에 붙어있는 알 덩어리(왼쪽)와 모자반에 붙어있는 도루묵 알.&nbsp;※ 사진_한국수산자원공단

도루묵 성어는 주로 100~250미터 깊은 바다에 살다가 10~12월 산란기가 되면 1~5미터 수심의 얕은 동해안으로 몰려와 산란하여 참모자반과 같은 기질에 알 덩어리를 붙인다(사진 1). 이렇게 부착된 알들은 이듬해 2월 무렵 부화한다.

<그림 1>은 동해에서의 국가별 도루묵 어획고를 나타내는데, 일본은 혼슈 북쪽 아키타현으로 대표되는 북부계군과 혼슈 서쪽 시마네현에서 이시카와현에 이르는 서부계군으로 구분 했다. 우리나라 동해 도루묵과 일본 서부계군은 그 산란지가 강원도 연안으로 같은 계군이나, 일본 북부 도루묵은 거기서 자체적으로 산란하는 독자적인 계군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군이라는 것은 100% 격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3해역 도루묵은 소량이라도 끊임없이 서로 섞여왔다.

그림 1. 동해에서 국가별 도루묵 연간 어획고 (단위: 톤, 1955-2018) ※ 출

그림 1. 동해에서 국가별 도루묵 연간 어획고 (단위: 톤, 1955-2018) ※ 출처:http://abchan.fra.go.jp/digests2019/details/201952.pdf

 

도루묵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

동해에서 도루묵 어획고 변동은 북태평양에서 1970/1971, 1976/1977, 1988/1989년에 일어났던 기후체제 전이 시기와 거의 일치하고 있는데, 우리 강원도 앞 바다 도루묵과 그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일본 북부 계군은 이 시기에 어획고가 동시에 급감했으나 남쪽 일본 서부계군 어획고는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었다. 따라서 도루묵 어획고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왜 도루묵 어획고가 줄어들었는지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동해 수온이 올라가 갯녹음이 북쪽으로 확대되면서 겨울에 어미 도루묵이 알을 낳아 붙이는 해안 모자반이 급격히 감소한 현상에 주목하고 그 개선 방안을 몇 가지 제시했다. 먼저 모자반을 이식하여 바다숲을 조성했는데, 모자반은 다행히 다년생이라 한번 이식을 해주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살아남을 수 있어 도루묵 알 부화성공률을 높였다. 막연히 바다숲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원인 진단을 먼저 한 것이다. 또 모자반 산란장을 보호수면으로 지정하고, 부화된 도루묵 새끼가 자라서 외해 깊은 바다로 더 많이 내려갈 수 있도록 어획금지체장을 정했다.

이처럼 도루묵은 산란장과 산란행동을 포함한 철저한 생태 정보를 토대로 회복 방법을 마련했다. 산란장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일본 따라 TAC도 하고 금어기도 정한 고등어와는 대조적이다(현대해양 2020년 12월호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511).

둘째, 어업인들을 설득하여 자발적인 호응을 끌어내었다는 점이다. 다른 대부분 수산생물과는 달리 도루묵은 3~4 미터 깊이 맑은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모자반과 같은 해초에 붙어 있는 알과 그 부화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어업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왜 모자반 서식지를 보호해야 도루묵 생산량을 늘일 수 있는지 따로 이론을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어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루묵 산란장 보호에 참여를 했다.

 

수산자원회복 사업

최근 북한에서 도루묵 어획고가 급증한 것이 동해수산연구소 도루묵 자원회복사업 때문인지 그 인과관계는 아직 평가하기 힘들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강원도 도루묵과 같은 계군인 일본 서부 도루묵은 우리나라가 수산자원회복 사업을 시작하기 2년 전인 2004년에 이미 어획고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일본 서부나 북부에서는 도루묵 어획고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반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수산자원회복사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을 가능성을 아직은 배제하기 힘들다. 기후변화와 수산자원회복 사업 효과가 상호작용하면서 최근에 북한에서 도루묵 어획고가 급증했을 수도 있다.

동해수산연구소 도루묵 자원회복사업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해보면, 첫째 어떤 수산정책이든 어업인들을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정확한 원인도 밝히지 않은 채 붕어빵 찍어내듯 기존에 해왔던 똑같은 방법을 행정 편의 위주로 일률적으로 밀어붙여 왔던 금어기, 금지체장, 감척사업, TAC와 같은 어획 규제에서 벗어나 각 수산생물 종의 생물학적, 지역적 특성과 차이점을 반영한 새로운 수산자원관리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어업 대상 생물종의 자연사와 생태 연구에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해야 어업인들을 설득시키고,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루묵을 비롯한 어업 대상 생물이 많이 안 잡히면 어업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어업인들 소득증대를 위한답시고 만든 지난 수산정책들이 정작 어업인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 됐다. 그 정책 개발과 실행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해양수산부에서는 차분히 되돌아봐야할 때이다. 선진국에서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따라하면 좋다는 관념상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 바다에서 구체적으로 직접 조사 연구한 수산생물 자연사와 철저한 생태 정보를 기반으로 어업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수긍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수산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북한과 수산자원 공동 조사와 관리를 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생물 서식지 이동에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 구축을 해양수산부에서 적극 추진하여 남북이 수산분야에서 서로 이익을 나눌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도루묵으로 그 물꼬를 틀 수 있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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