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3]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도 다툴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3]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도 다툴 수 있을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2.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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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자윤리법 파기환송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른세 번째 여행의 시작>

백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마흔을 넘어 결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환갑잔치가 조금 어색하여 가족 또는 가까운 친지간 식사 정도로 간소화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정년을 마치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아직 수십 년간 더 일을 할 수 있거나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공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퇴직공직자의 경우 유관기관들이 많다 보니 정년 후 또는 명예퇴직 후 곧바로 갈 수 있을 만한 단체나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퇴직공직자가 바로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경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에 대해 일정한 취업제한을 하고,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B지방해양수산청에서 근무하던 중 명예퇴직하고, 해양수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C사단법인으로 이직하였습니다. A는 C사단법인에 근무하던 중에서야 비로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에 ‘A가 C사단법인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면서 C사단법인에 취업이 제한되는지 사후 확인을 요청하였습니다.

윤리위는 회의를 통해 A의 C사단법인에 대한 취업이 제한된다고 결정하고, 그 심사결과를 A에게 통지하였습니다. A는 윤리위의 취업제한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윤리위를 상대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제1심은 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은 C사단법인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제한기관이라는 사실을 사후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고, 윤리위의 취업해제조치 요청을 받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C사단법인에 A의 해임을 요구할 경우 A가 그 해임요구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라며 A의 소송을 각하하였습니다. 제2심 역시 같은 이유로 A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과연 A는 윤리위의 취업제한결정에 대해 다투어 볼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윤리위의 취업제한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8두38932 판결>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제도는 퇴직예정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기업체 등에 취업한 후 퇴직 전에 근무하였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이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심사 대상자에 대한 취업제한 여부의 결정 및 취업제한 규정에 위반된 경우의 취업해제 조치를 이원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전 소속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 대상 기관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여부’ 등을 비롯하여 취업심사 대상자의 취업제한 여부를 1차적으로 심사·결정하고, 취업심사 대상자가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한 경우에는 국가기관의 장 등에게 그 사람에 대한 취업해제 조치를 요청하여야 한다. 그리고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의 장 등은 취업제한기관의 장에게 그의 해임을 요구하여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은 국가기관의 장 등에게 취업제한 결정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지 않고, 취업제한 결정에 기속되어 취업제한기관의 장에게 해당인의 해임을 요구하도록 하면서, 해당 취업제한기관의 장에게는 그 해임 요구에 지체 없이 응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취업제한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이 있으면 해당 취업심사 대상자는 그에 따라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을 우려가 커지게 되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이후 예정된 후속조치까지 고려해 보면 취업제한결정이 취업심사대상자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취업심사대상자로 하여금 취업제한결정의 후속 조치로 이루어질 해임 요구 처분만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그에 앞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결정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게 될 법적 불안에서 미리 벗어나도록 길을 열어주고, 취업제한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판결의 의의>

제1, 2심은 해양수산부장관이 C사단법인에 대해 하는 해임요구 처분을 다투면 되는 것이지, 굳이 그 전단계에 불과한 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까지 다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행하는 결정에 대해서도 빠르게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면서 윤리위의 취업제한결정도 하나의 처분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A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다시 제1심부터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서른세 번째 여행을 마치며>

법은 분명하고, 일의적이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법 스스로는 논리적으로 분명하고 일의적일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은 저희 같은 변호사들과 정부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거쳐 대법원이 최종 확정할 때까지 승패를 반복하는 복잡함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대법원이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처분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억울한 부분이 있고 신속한 구제가 필요하다면 설령 과거에 불리한 선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결론이 다시 바뀔 수 있으니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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