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 “잠수기 어업인 위해 분사기 규제 완화해야”
제1,2구잠수기수산업협동조합 - “잠수기 어업인 위해 분사기 규제 완화해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2.09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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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 패류 수협
1,2구잠수기수협 전경
1,2구잠수기수협 전경

[현대해양] 잠수기 어업인들이 ‘분사기’ 사용에 대한 규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잠수기수협의 뜨거운 감자는 ‘분사기’ 사용이다. 잠수기 어업인은 일부 수역이나 지정 어종에 한해서 갈퀴(호미) 대신 해저바닥에 바닷물을 직사하는 도구인 분사기를 사용해 조업할 수 있는데, 이때 개량 분사기를 사용하면 손으로 바지락 등을 일일이 파내지 않고도 패류를 채취할 수 있어 고된 어업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잠수기 어업인이 개량 분사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어업를 취소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저 바닥에 직사하는 분사기가 아닌 다른 모양의 분사기를 사용해 수산물을 어획했기 때문에 어법 위반 처벌을 받은 것. 어법을 위반했을 경우 어업인은 어업 허가가 취소되고 2년간 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이에 해당 어업인은 행정 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이를 어구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소송은 1심 패소 후 항소심계류 중이다.

 

‘잠수기 어업’과 ‘분사기’

분사기를 사용해 바지락을 채취하는 모습
분사기를 사용해 바지락을 채취하는 모습

배에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것이 어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잠수기 어업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잠수기 어업은 말 그대로 잠수부가 바다에 잠수해 유용 수산동식물을 채취하는 조업 방법이다. 잠수기 어선을 타고 조업 장으로 나간 잠수부는 어선에서 공기압축기(컴프레서)로부터 공기를 공급 받아 물속에서도 조업이 가능하다.

최대 45m 수심 아래로 내려가 바닷속 수압을 견디며 몇 시간 동안 조업하는 일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고되다. 이에 잠수기 어업인이 바지락 채취를 위해 개발해낸 조업 도구인 분사기는 잠수부들이 보다 수월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분사기는 모래에 묻힌 패류를 채취하기 쉽게 공기를 뿜는 기능을 하는 도구다. 수심에 따라 그리고 채취하고자 하는 패류의 종류에 따라 분사기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는데, 다른 모양의 분사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잠수기 어업인에게 내려진 면허 취소 처분은 잠수기 어업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50년 이상을 잠수기수협에서 일해 온 김정길 제1,2구잠수기수협 조합장은 “수산업법 시행령 제24조 제2항의 어업의 종류별 어구의 형태와 잠수기어업 장비 겨냥도에는 잠수기어업에 사용하는 분사기의 종류나 모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한뒤 "이 사건은 어법위반이 아닌 어구위반으로 보는 것이 맞다. 어구를 규제하는 수산업법 제64조의 2와 허가 받은 어업 외의 어업 방법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 또는 채취해서는 안된다는 제66조를 명확히 구분해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구 위반으로 소송이 해결돼야 모든 잠수기 어업인들이 앞으로 피해를 보지 않고 조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명과 직결되는 어법, 잠수부 보호해야

김 조합장에 따르면 잠수기수협 조합원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으로 고령의 어업인 비율이 높다. 노령의 잠수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업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데 이는 조업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분사기는 어업인들에게 생명도 직결되는 중요한 도구다.

바다 환경 악화로 과거와는 달리 수산자원이 많이 줄어 어려운 상황에 분사기 사용에 대한 갖은 규제들은 어업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김 조합장은 말한다.

“바다 10m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1기압이 증가한 압력을 그대로 받는다. 수심 20m면 페트병이, 30m면 축구공이 찌그러진다. 잠수기 어업인들은 강한 수압을 견디며 바다 아래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한다”며 “정해진 TAC 내에서 효율적으로 조업하기 위해 분사기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왜 그렇게 규제를 가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두 손으로 잡아봤자 얼마나 잡겠나”라고 호소했다.

김정길 제1,2구잠수기수협 조합장. 김 조합장은 분사기 사용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길 제1,2구잠수기수협 조합장. 김 조합장은 분사기 사용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수기수협 역사의 산증인

잠수기 어업에 대한 애착이 가득한 김 조합장은 제1,2구잠수기수협에 몸을 담은지 50년 넘는 역사의 산증인이다. 1968년 직원으로 입사해 반세기가 넘는 기간을 잠수기수협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잠수기수협을 잘 안다. 2010년 조합장으로 취임한 그는 2015년, 2019년 2회에 거쳐 무투표로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잠수기수협은 경제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조합원의 수익 향상에 기여한 공과 무자격 조합원 일제조사 결과 등록 등 협동운동 정신을 실천해 2019년 협동운동 참여도평가에서 업종·가공별 수협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잠수기수협의 경제사업 실적 목표액은 305억 원이다. 김 조합장은 “지난해는 292억 원의 사업 실적을 거뒀다. 목표액보다는 조금 못미치는 성과였지만 올해는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해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관광형 패류 위판장 보유

제1,2구잠수기수협은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그리고 강원도 일원을 업무구역으로 한다. 부산, 마산, 통영, 거제까지 총 4개의 위판장을 갖고 있으며 개조개, 바지락, 자연산 홍합, 해삼, 소라 등을 취급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패류 수협이다.

자갈치 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관광 도심형 부산 위판장은 잠수기 수협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위판 시각은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새벽 4시 30분. 위판을 시작하는 우렁찬 알람은 매일 자갈치 시장의 아침을 깨운다.

수산물의 생명은 신선함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만, 그 대상이 패류일 경우에는 선도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 생선은 활어는 물론이고 선어와 건어 그리고 냉동으로도 판매될 수 있지만 패류는 한번 냉동돼버리면 조갯살을 씹는 질감과 맛이 반감되기 때문에 패류를 다루는 수협의 위판 시간은 타 수협 평균 위판 시각보다 빠르다.

4개 위판장 중 최대 실적을 내는 부산 위판장의 지난해 위판액은 115억 원이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평균 120억 원의 위판액을 내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실적이다.

김 조합장은 어려워지는 바다 작황에도 친환경적으로 조업하는 잠수기 어업인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조업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적인 잠수기 어업의 존속을 위해 어업인들에게 가해지는 규제의 완화가 절실하다. 잠수기 어업은 위험직종이다. 생명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개조개, 굴 등 다양한 패류가 부산위판장에 상장됐다. 사진은 잠수기수협 패류 경매 모습
개조개, 굴 등 다양한 패류가 부산위판장에 상장됐다. 사진은 잠수기수협 패류 경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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