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섭 성경수산(주) 창업자
박희섭 성경수산(주) 창업자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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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업 개척자의 아름다운 은퇴

[현대해양] 박희섭 성경수산(주) 창업자이자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부경대학교 총동창회 장학재단에 사재로 5억 원을 기부했다. 부경대의 전신인 부산수산대 어로학과 68학번인 그는 1996년에도 2억 3,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어 총 7억 3,000만원을 모교에 기부한 것이다.

그는 “평생 바다를 상대로 살아오며 큰 행복을 누린 것은 모두 모교의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어려운 원양어업의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장학금 기부는 성경수산(주)의 경영 은퇴를 기념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후배 경영인에게 성경수산을 양도하며 35년간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내가 일선에 있을 때는 미개척 어장을 개척하는 개척시대였으나 이제는 보존하고 유지·관리하는 시대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더 젊고 유능한 사람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희섭 창업자는 대학을 졸업한 1972년 이후 항해사, 선장 등을 거쳐 1990년 원양어선 한 척으로 성경수산(주)을 창립하는 등 평생 원양어업 외길을 걸어왔다. 선장으로 근무하던 1977년에는 적성 국가였던 비소니아 수역에 어장을 국내 최초로 개척했다. 그의 어업 민간외교 덕분에 북한과 수교국이었던 비소니아와 우리나라의 수교가 시작됐다. 1982년에도 당시 적성 국가였던 아프리카 앙골라 어장을 1년간의 시험 조업 과정을 통해 개척, 현재의 앙골라 어장 조업의 기반을 조성했다.

성경수산(주)을 설립한 이후에도 그의 개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92년 유엔 결의로 북태평양 공해상에서의 유자망어선조업이 금지되자, 꽁치봉수망어업만으로는 전업이 불가하다는 편견을 깨고 북태평양 꽁치 어업에 참여, 공해상꽁치어업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배들이 공해상에서 꽁치어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그 덕분이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그는 국내 수산물 한치 등을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수출하는 길을 개척해 5백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획득했으며, 1998년에는 러시아 민간단체와 협력해 남쿠릴수역의 민간 쿼터를 확보, 꽁치봉수망어업계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2002년 5월 바다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며 해양수산 발전에 기여한 공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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